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에서, 오직 하나뿐인 커피를

커피는 본질적으로 농산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강수량이나 기온 같은 기후 변동의 영향을 받고, 예기치 못한 병충해에 시달리기도 한다. 씨앗에서 한 잔의 커피가 되기까지, 공급망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얽혀 있어 인간관계가 결과를 좌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헤지펀드에서 16년간 일했던 펠리페는 누구보다도 커피 산업의 이러한 특성을 깊이 실감하고 있다.
“금융 시장에서의 일은 늘 냉정해야 했습니다. 감정을 섞어버리면 곧바로 손실로 이어지니까요. 해야 할 일을 정해진 방식대로 실행하면 결과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사람과 자연과 함께하는 커피는 전혀 다릅니다. 내 힘으로는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너무 많고, 인내심이 시험받는 순간도 수없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인간답게 있을 수 있는 거죠.”

그렇게 말하는 펠리페에게 커피 생산은 원래 거의 무관한 세계였다. 태어나서 40년 가까이 그는 스페셜티 커피라는 존재조차 몰랐고, 값싼 커피만 마셔왔다. 그가 스페셜티 커피의 가능성에 매료된 계기는 헤지펀드 시절, 한 커피 생산자 친구가 “커피 비즈니스에 투자해보지 않겠나?” 하고 권유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커피를 단순히 투자 대상으로만 보았던 펠리페였지만, 깊이 파고들수록 직접 사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결국 그는 어머니의 재혼 상대의 아들들이 소유하고 있던 미나스제라이스 주 알타 모지아나 미네이라(Alta Mogiana Mineira)의 24헥타르 목초지를 매입해, 2019년부터 직접 커피 생산을 시작했다.

그의 비즈니스 모델은 처음부터 명확했다. “철저히 차별화를 추구하며, 게이샤(Geisha), 카티구아 MG2(Catiguá MG2), 아라나스(Aranas), 파우 브라질(Pau-Brasil) 등 고품질이자 이국적인 마이크로·나노 로트로 승부한다” 는 것이었다. 펠리페는 이렇게 회상한다. “한 번도 스스로 사업을 해본 적이 없어서 불안했어요. 하지만 만약 스페셜티 커피를 만들지 못하더라도 협동조합에 팔면 큰 손실은 피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의 버팀목이 되었죠.”
시행착오 속에서도 그의 두 번째 수확기였던 2022년, 커피는 COE(Cup of Excellence) 결승까지 올라가 18위에 입상했다. 이는 그에게 큰 자신감을 주었고,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이 틀리지 않았음을 믿게 했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그는 농학자와 수확 후 가공에 능숙한 전문가들을 고용해, 지식과 경험을 총동원하여 고품질 커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2024년, 모지아나 콘테스트에 출품한 게이샤는 91.43점을 받아 우승을 차지했고, 역사상 최고가로 낙찰되었다.

뾰족하게 돋보이는 존재가 되기 위해
‘부티크 팜(Boutique Farm)’이라는 이름이 보여주듯, 테라코타는 희소성이 높은 커피를 다룬다. 품종은 약 20종, 로트 수는 약 50개에 달한다. 로트마다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한 로트는 세 포대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초콜릿이나 캐러멜 같은 풍미를 지닌 볼륨 로트, 즉 파인컵(Fine Cup, 전체의 약 20~25%)을 제외하면, 전부가 마이크로·나노 로트다.
“기본적으로 우리 커피를 구매하는 로스터는 전 세계에서 자기들만 가질 수 있는 단 하나뿐인 로트를 손에 넣는 겁니다. 말하자면 파나마나 코스타리카의 생산자들과 같은 방식으로 경쟁하는 셈이죠.”
그렇기 때문에 고객들은 늘 새로운 것을 요구한다. 새로운 발효 프로세스에 관한 정보를 접한 로스터들이 “이 방식으로 만들어줄 수 있느냐”는 요청을 해오기도 한다. 펠리페는 말한다. “이치에 맞는 방법이라면 시도해보고, 상품화할 수 있는지 확인합니다. 어쨌든 우리는 끊임없이 업데이트를 이어가야만 해요.”

물론 펠리페 자신도 평소에 정보 수집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중 가장 중요한 정보원 중 하나가 바로 유튜브다. 세계 각국의 농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앞선 시도들을 찾아내고, 그것을 힌트 삼아 아이디어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크룸(darkroom drying)은 지난번 베스트 오브 파나마 우승자가 사용하는 것을 보고 도입한 겁니다. 물론 그들이 모든 과정을 공개하는 건 아닐 테고, 제가 메시지를 보내도 답장이 오지 않을 때가 있어요. 하지만 아이디어의 개요와 대략적인 프로세스를 이해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나머지는 직접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배워가면 되니까요.
저는 100년, 200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커피 가문 출신이 아닙니다. 전통에 얽매이지 않은 만큼,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는 것이 제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가공 방식을 시험해 보거나, 새로운 품종을 찾는 일에 적극적인 겁니다. 물론 품종에 따라 품질과 생산량에 차이가 나지만, 그건 가격 조정을 통해 해결하면 됩니다.

마이크로·나노 로트의 경우는 모두 사람이 직접 수확합니다. 브라질에서는 기계 수확이 일반적인 상식이지만, 우리는 그 흐름에 역행하는 거죠. 매년 인력을 구하는 데 애를 먹고, 약 10명 정도의 픽커들에게 매번 수확 방법을 다시 가르쳐야 하는 수고도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사람이 직접 보고 잘 익은 체리만 골라 수확하는 것이 훨씬 더 확실하다고 믿습니다. 물론 그 외의 일상적인 업무들은 최대한 기계화를 도입해 효율성을 높여갈 생각이에요.”

모든 것은 어딘가에서 연결되어 있다
현재 테라코타는 연간 평균 약 700포대(42톤)의 커피를 생산하고 있다. 펠리페는 스스로에게 벤치마크를 설정했다. “3년 안에 1,000포대(60톤)까지 늘리고, 그중 70%는 84점 이상의 스페셜티로 만들겠다. 참여하는 모든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고, 특히 Cup of Excellence에서는 5년 안에 꼭 1등을 차지하고 싶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농장을 스페셜티 마이크로·나노 로트만 다루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
그렇다고 해서 펠리페가 혼자만 잘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는 늘 지역 생산자들에게 본보기가 되어, 이 지역을 고품질 커피 산지로 바꾸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우리 방식의 일부만이라도 도입한다면, 자기 커피를 더 좋은 가격에 판매할 길이 열릴 거예요. 최근 2년 동안 커피 가격이 급등하면서, 품질이 그저 그런 커피도 아주 좋은 값에 팔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상황에 만족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에요. 언젠가 가격이 다시 떨어질 때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품질에 집중해야 합니다. 지역에서 고품질 커피를 만드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바이어들에게는 더 매력적인 지역이 되는 거죠.”그는 또 이렇게 덧붙인다.
“이런 어려움이야말로 이 일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커피 업계에는 전혀 다른 생각으로 전혀 다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결국에는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고 느껴요. 스페셜티 업계에서 ‘파트너십’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데, 그 단어에는 그런 뉘앙스가 담겨 있다고 실감합니다.

솔직히 커피 일을 시작한 이후, 저는 신에 대한 믿음이 더 강해졌습니다. 모든 것은 잘 풀릴 것이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가 있다고 믿게 되었어요. 그리고 제 안에 그런 변화가 생겼다는 사실이 정말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