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ca Paraiso Juan Pinto / Lucia Nuñez

Juan Pinto / Lucia Nuñez후안 핀토 / 루시아 누녜스

Finca Paraiso파라이소 농장

고민이 있으니까 흥미롭다. 창의적인 발상으로 길을 열다

볼리비아의 알토 베니(Alto Beni) 지역은 오래전부터 카카오 재배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 아직 세상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마치 “발굴되지 않은 원석” 같은 커피를 만들어내는 농장이 있다.

그 주인공은 후안 핀토(Juan Pinto) 와 루시아 누녜스(Lucía Núñez) 부부가 운영하는 파라이소 농장(Finca Paraíso) 이다. 이들은 2018년부터 커피 재배를 시작했으며, 주력 품종인 카투아이(Catuai) 외에도 자바(Java) 와 게이샤(Geisha) 품종을 함께 기르고 있다. TYPICA는 2023년부터 이들의 커피를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2021년 처음 참가한 볼리비아 국내 커피 품평대회 Taza Presidencial 에서 2위를 차지했고, 2023년과 2024년에는 4위에 올랐다. 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항상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파라이소 농장은, 정돈된 묘목장, 깨끗하게 관리된 탈과기, 질서정연한 창고 등 세심하고 성실한 두 사람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두 사람은 각자의 이름으로 로트를 출품하지만, “명확한 역할 분담이 있는 것은 아니에요. 처음부터 이 일은 둘이 함께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라고 말한다. 이제,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이 길을 걸어왔는지 이야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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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움을 알면서도 선택한 길

후안 핀토(Juan Pinto)에게 커피는 어린 시절부터 익숙한 존재였다. 수확철이 되면 커피 체리로 가득 찬 트럭들이 오가던 풍경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에는 품질에 따라 수입이 달라지는 구조가 없었다. 그래서일까, 그의 아버지는 품질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덜 익은 체리까지 함께 수확했고, 커피의 과피를 벗기기 위해 강물에 일주일간 담가두기도 했다. 자신들이 수확한 커피를 카라나비(Caranavi)의 현지 상인에게 팔고 나면, 그 커피가 누구에게 팔리고 어디로 향하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가정에서 자란 후안은 중학생이던 14살 때부터 스스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 오전에는 학교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건설 현장에서 인부로 일했다. 부모에게 용돈을 받을 형편이 아니었기에,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가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받았는지, 함께 일하던 선배는 언제나 차로 집까지 데려다주곤 했다.

젊은이들이 도시로 나가 일자리를 찾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절, 후안은 세무사가 되기 위해 대학에 진학했다. 그곳에서 회계의 기초를 배웠지만, 학비를 스스로 마련해야 했기에 입학하자마자 일을 병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선택한 일터는 집 근처의 아그리카페(Agri Café)였다. 하지만 풀타임으로 일하다 보니 학업을 병행하기는 어려웠고, 결국 1년 만에 학교를 그만두었다. 그것이 2001년의 일이었다.

“하지만 그 선택을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후안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그리카페(Agri Café)에서 일한 10년 동안, 커피의 탈곡, 건조, 발효부터 커핑(cupping), 추출, 로스팅, 수출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원래부터 커피 관련 일을 하고 싶었지만, 그 경험을 통해 그 마음이 훨씬 더 확고해졌습니다.”

물론 커피 생산에는 큰 초기 자본이 필요했다. 후안은 약 4~5년간 건설 현장에서 일하며 돈을 모은 뒤, 새로운 농지를 구입하고 형제들의 도움을 받아 완전히 처음부터 농장을 일구기 시작했다.

“무엇을 시작하든, 저는 항상 ‘배울 수 있는 건 다 배우자, 뭐든 직접 해보자’는 마음으로 임합니다. 사실 집도 제가 직접 지었어요. 기초 공사부터 타일 붙이기까지 전부 제 손으로 했죠. 커피 농장 일도 마찬가지예요. 전문가에게 기술을 배운 적은 없고, 다른 농장들의 방식을 관찰하면서 우리만의 방식으로 시행착오를 거듭해왔습니다. 저는 가만히 멈춰 있는 걸 싫어해서, 요즘은 카페를 열어볼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그는 커피가 쉽지 않은 길임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도 각오한 뒤에 시작했어요. 저는 직접 몸으로 일하고 땀 흘리는 게 좋습니다. 이 일의 매력은 커피꽃이 피고, 열매가 맺혀 익어가는 전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는 거예요. 이 품종은 그늘을 만들어주는 게 좋을까?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커피를 만들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는 시간이 즐겁습니다.”

아내 루시아도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작년과 다른 방식으로 시도할 때마다, 이번엔 어떤 커피가 나올지 정말 기대돼요. 우리의 아이디어와 노력이 결과로 드러나는 게, 이 일을 계속하고 더 나아지고 싶게 만드는 가장 큰 원동력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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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 속에서 ‘잘 산다’는 것

성실하게 꾸준히 일해온 덕분에, 후안과 루시아는 세 자녀(22세, 15세, 13세)의 학비와 생활비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게 되었다. 맏딸은 현재 대학에서 커피 전문 학과를 전공하고 있으며, 농장 안에는 그녀가 직접 심은 묘목들도 자라고 있다. 졸업 후에는 바로 농장에서 일할 계획이다.

“우리도 조금은 도와줬지만, 그건 그녀의 커피예요.” 후안은 웃으며 말한다. “그녀가 심을 땅의 화전 작업도 이미 끝났고, 준비는 다 되어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단순한 일만 도운 게 아니라, 이식할 때는 막대를 이용해 구멍의 깊이를 재곤 했어요. 어쩌면 어릴 때부터 커피에 대한 조기 교육을 받은 셈이죠.” (웃음)

후안은 말한다.  “커피의 매력은 노력한 만큼 보답받을 수 있다는 점이에요.  농지를 넓히면 수입도 늘고, 고용할 수 있는 일꾼의 수도 늘어나죠.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이 지역 원주민에게 전해 내려오는 비비르 비엔(Vivir Bien, 잘 사는 삶)’ 이라는 개념이에요.  돈을 벌더라도 공동체와 자연과의 조화를 잃지 않고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긴 뒤, 부드럽게 덧붙였다.  “이제 우리도 마흔을 넘겼으니,  앞으로는 아이들이 이 농장을 이어받아 더 좋은 곳으로 만들어주길 바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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