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이 보답받는 공평한 세상을. “농민”으로서 커피와 살아가다
Um Coffee는 브라질 최대 커피 생산지 미나스제라이스주 남부와 이스피리투산투주의 자사 농장에서 46가지 아라비카종 커피를 생산한다. 한편으로 직접 개최한 전시회와 상파울루 시내 직영 커피숍을 통해 유럽 고객을 유치해 다이렉트 트레이드를 진행해 왔다. 현재 취급하는 커피 중 스페셜티 커피가 차지하는 비중은 80%다.
창업자는 1976년 12살 때 한국에서 브라질로 이민 온 스테파노 엄(Stefano Um)이다. 전자기기 관련 일을 거쳐 커피의 세계에 몸을 담게 된 것은 1990년대 후반의 일이다. ‘죽을 때까지 이 일을 하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한 스테파노는 지금 스페셜티 커피가 소규모 생산자들의 희망이 될 것임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다이렉트 트레이드밖에 길이 없다
커피 생산에 있어 약 300년의 역사를 가진 세계 제일의 커피 생산국 브라질에서는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생두의 수입이 금지되어 있다. 로스팅된 원두의 수입은 허용되지만, 100% 정도의 관세가 붙기 때문에 경쟁력에서 국산 원두를 당해낼 수 없다. 그래서 스페셜티 커피는 브라질 국내에서 거의 유통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생산량을 최우선 사항으로 하는 전통에서 벗어나 스페셜티 커피 생산에 주력하는 생산자는 늘어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브라질이 내포한 잠재력을 찾아내고 분투하는 커피 생산자 중 한 명이 스테파노다.
“시장에서는 ‘브라질 커피=모지아나, 세라도’라는 인식이 일반적입니다. 그렇지만 굉장히 광활한 땅을 가진 브라질에는 국내에 나라가 몇 개가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죠. 커피의 테루아르로 치면 국내에 콜롬비아와 과테말라, 케냐가 있는 것과 같고, 브라질 스페셜티 커피 협회에 따르면 33곳의 테루아르가 있습니다.
다만 저는 33곳보다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바이아나 카파라오 등 북부의 알려지지 않은 산지에서도 스페셜티 커피는 생산되고 있지만, 양이 너무 적어 다른 커피들과 섞여서 시장에 유통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존재가 알려져 있지 않은 거죠.
수많은 산지 중 이스피리투산투만큼 단맛이 강한 커피가 다른 지역에는 없습니다. 화산성 토양과 천천히 체리가 익는 기후 등 커피가 맛있어지는 조건이 갖춰져 있는 것입니다. 콜롬비아나 과테말라와 비슷한 풍미가 나는 건 해발고도가 높고 비가 많이 내리는 기후 조건이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커피 수출을 시작했을 무렵 스테파노는 달에 약 1000kg의 커피를 취급했었다. 이는 모두 저렴한 코모디티 커피였다. 이윽고 소규모 생산자들이 영향을 받는 업계의 구조적인 문제를 깨달은 스테파노는 직접 스페셜티 커피를 생산하는 것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브라질의 소규모 생산자들은 정부의 지원이 없어 가령 품질 좋은 커피를 생산하더라도 판매할 곳이 거의 없습니다. 판매할 곳을 찾지 못하면 코모디티 커피로 싼 가격에 조합에 팔 수밖에 없지요. 노력해서 고품질의 커피를 생산해도 그에 걸맞은 보수를 받을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생산자들은 이듬해부터 일을 대충 하게 됩니다.
조합에 커피를 파는 것은 일종의 자살 행위입니다. 지역 조합은 어디나 대규모 생산자를 우대하고 있어 소규모 생산자는 약점을 이용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령 비료 구입이 어려워 비료를 구하려면 커피를 무료로 제공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폐쇄적인 상관습은 브라질 커피 업계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입니다”
정당한 평가가 미래를 개척한다
술 데 미나스의 농장을 구입해 직접 재배를 시작한 스테파노는 브라질 내에는 고품질의 커피를 재배하기 위한 충분한 “기반”이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국내에서는 희귀한 품종을 골라 차별화를 꾀하고자 하면서도 스테파노는 2001~2002년에 스페셜티 커피를 재배하는 데 이상적인 환경을 찾아 브라질의 커피 생산지를 전부 돌아다녔다. 아마존 안뿐만 아니라 아마존에서 북쪽에 있는 작은 마을에도 발길을 뻗쳐 대략 망라한 결과 ‘최고의 커피는 이스피리투산투산’이라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현재 Um Coffee에서는 이스피리투산투의 소규모 생산자가 만든 고품질 커피를 시가의 1.5~2배의 금액에 구입해 고객에게 직접 판매하고 있다. 기계가 없는 이들을 위해 기계를 필요로 하는 작업은 모두 스테파노가 맡고 있다.
브라질의 커피 생산자 중에는 교육 수준이 낮아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자신이 무슨 품종을 키우고 있는지, 어떤 품질의 커피인지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그 사실 인식을 바탕으로 스테파노는 생산자들에게 커피 생산에 관한 지식을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고품질 커피를 만드는 법부터 맛의 평가 방법, 커피 껍질 벗기는 기계의 사용법, 건조대를 설치해 습도를 조절하는 일의 중요성까지 ‘지식이 있으면 품질은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과 함께 일을 시작한 지 약 5년이 흐른 지금 28그룹의 소규모 생산자들이 Um Coffee에 커피를 도매로 공급해 주고 있습니다. ‘우리 커피를 팔아 달라’는 의뢰도 늘었습니다. 판매할 곳만 확보되면 매년 더 좋은 커피를 생산하고자 하는 동기가 생겨납니다. 정말 보람찬 일이지요”
가업을 도와달라, 뒤를 이어주길 바란다며 부탁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두 아들은 커피 업계에 들어와 Um Coffee의 일원이 됐다. 브라질의 브루어스 챔피언(2023년)인 장남 가람도, 브라질의 바리스타 챔피언(2020, 2022년)인 차남 보람도 자사에서 운영하는 아카데미의 강사를 맡는 등 브라질 스페셜티 커피 업계의 위상을 끌어올리고 있다.
생산자의 성장이 최고의 기쁨
스테파노가 태어나 6살까지 지냈던 한국의 농촌에서는 대규모 벼농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조부모도 벼농사를 지었기에 논이 펼쳐진 풍경은 아직도 그리운 풍경으로 남아 있다. 그런 스테파노를 커피의 세계로 이끈 것은 40~50세가 되면 자신이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아이들에게 남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커피 재배를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심은 커피가 시들고, 시들면 다시 심는 시행착오를 거듭해 온 끝에 지금이 있습니다. 그동안의 고생이 있기에 매년 10월 농장에서 커피 꽃이 핀 걸 보면 눈물이 납니다. 새하얀 꽃은 정말 아름답고 눈 내린 풍경처럼 달라진 농장은 재스민 같은 향기에 휩싸입니다. 더구나 커피 꽃은 일제히 피어 금방 져버리기 때문에 1년에 일주일 밖에 못 봅니다.
커피 꽃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농가는 저뿐만이 아닙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그 고생이 보답받았을 때 느껴지는 감회는 남다릅니다. 가족이 서로 부둥켜안고 울기도 하고 서로 위로도 해주는 광경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꽃이 많이 피는 것은 결실을 맺을 때를 맞이할 수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손을 보면 얼마나 가혹한 노동을 견뎌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만든 커피를 조합에서 헐값으로 사가서 가난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면 전부 농사를 그만두고 도시로 나가겠죠.
이스피리투산투의 생산자들이 만든 커피를 수출하기 시작한 지 4~5년이 지난 지금 땅과 기계에 투자할 수 있게 된 생산자들도 있습니다. 그들이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만큼 저희에게 희망을 주는 건 없습니다. 앞으로도 가족이 경영하는 농가들이 처한 상황을 조금이나마 개선해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