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뒷받침하는 ‘확실한’ 커피, 지역의 풍요를 다시 빚어내다

커피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기호식품이지만, 와인에 비해 과학적 접근이 충분히 도입되지 않았다고들 말한다. 생산국에서는 연구 자금, 인프라, 인재 육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발효나 관능 평가가 아직까지 업계 전반에 널리 자리 잡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과학의 힘을 최대한 활용해 커피의 품질을 높이고 일관성을 보장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브라질 캄포 다스 베르텐치스(Campo das Vertentes) 지역에서 아내와 함께 과리로바 농장(Fazenda Guariroba)을 운영하는 가브리엘 라모니에(Gabriel Lamounier)다. 그는 2016년 COE(Cup of Excellence) 우승, 2018년 8위, Coffee of the Year 2021년 4위, 2024년 2위를 비롯해 다양한 대회에서 수상한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농장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2만 명을 넘는다.

현재 농장에서는 지역 떼루아(terroir)에 가장 적합한 10여 종 이상의 품종을 재배하고 있으며, 자생 미생물을 활용한 발효를 통해 깊은 여운과 복합적인 풍미를 지닌 특별한 커피를 꾸준히 생산하고 있다. 그가 ‘발효의 스페셜리스트’라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는 복합적인 맛을 가진 커피가 더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우리는 발효를 거치지 않는 공정도 활용합니다. 예를 들어 건조 과정에서도 시간을 더 들여 천천히 건조하면, 훨씬 더 복잡한 풍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즉, 발효는 복합적인 풍미를 얻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입니다. 품종 선택, 건조, 농장의 관리 등 특별한 커피를 만들기 위해 중요하지 않은 단계는 단 하나도 없습니다.”라고 가브리엘은 말한다.

가브리엘은 1991년부터 치과 의사로 일하는 한편, 아내 엘리자와 함께 스페셜티 커피 생산에도 힘을 쏟아왔다. 그러나 발효의 중요성에 눈을 뜬 것은 2016년이었다.
“COE에서 우승을 하고, 국내외에서 농장이 주목받게 되면서 커피 생산에 더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그것을 계기로 아내와 저는 치과 일을 은퇴하고, 농장에 전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우리가 운영하던 클리닉은 두 아들이 이어받아 주었습니다.”

과학에 대한 신뢰는 더욱 깊어지다
마침 2016년은 브라질에서 발효에 대한 개념이 180도 바뀐 해이기도 했다. 국내 품질 기준에서 결점으로 간주되던 ‘발효된 풍미’가 부가가치를 더하는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되기 시작한 것이다. 스페인과 콜롬비아에서 발효를 전문적으로 배운 가브리엘은 브라질로 돌아온 뒤에도 가공과 발효에 대해 끊임없이 배우고 연구를 이어갔다.
“우리 농장의 특징은 외부에서 미생물을 들여오지 않고, 농장 안에 존재하는 토착 미생물을 활용해 커피를 발효시키는 점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 땅만의 자연스러운 풍미가 잘 드러나고, 재현성 또한 높아집니다.
품질의 재현성과 일관성을 높이기 위해 우리가 철저히 하고 있는 것이 바로 프로토콜의 개발입니다. 이는 치과 의료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스스로 프로토콜을 개발하면 관리가 훨씬 더 수월해집니다.”

하지만 제가 지역 생산자들을 대상으로 발효에 관한 강의를 하면서 깨달은 것은, 모든 사람이 저와 같은 방식을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해에는 90점짜리 커피를 만들어도, 다음 해에는 품질이 크게 떨어지는 일이 일어나곤 합니다.
아마 그 이유는 미생물에 대한 기초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일 겁니다.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지, 즉 커피 원두의 세포 수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면, 재현성과 일관성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그 기초가 없으면 외부에서 미생물을 들여올 수밖에 없고, 결국 커피의 개성이 옅어져 버립니다.
저의 경우에는 아마도 ‘과학적 탐구심’이라는 원동력이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물론 수많은 실패도 겪었지만, 연구를 거듭하면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지식을 얻을 수 있었고, 그것이 더 나은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해가 거듭될수록 저는 과학의 가능성을 믿는 마음이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지역과 함께 발전하다
가브리엘의 농장이 위치한 캄포 다스 베르텐치스(Campo das Vertentes) 지역은 해발고도, 지형, 기후가 모두 커피 재배에 매우 적합하다. 브라질 국가산업재산원(INPI)으로부터 지리적 표시(IG) 인증을 받으면서, 이 지역은 산지와 품질이 보증된 지역 브랜드로서 국제 시장에서의 가치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현재 지역 자치적 성격을 가진 조직의 회장을 맡고 있는 가브리엘은, 지역 차원에서 차세대 인재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그는 발효와 수확 후 가공뿐만 아니라, 로스팅, 추출, 관능 평가, 경영까지 커피와 관련된 모든 분야의 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저는 집단의 힘을 믿습니다. 이 지역은 우리에게 축복을 안겨주는 ‘낙원’과 같습니다. 특별한 커피를 만들 수 있고, 삶의 수준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 지역 노동자의 약 70%는 커피 생산과 관련된 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교육 시스템의 구축도 일종의 ‘프로토콜 만들기’라고 할 수 있다. 개인의 감각이나 경험에 의존하지 않고, 체계화된 지식으로 전승됨으로써 차세대 생산자들도 높은 품질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지역 전체의 수준 향상과 국제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며, 지속적이고 유기적인 지역 발전을 촉진한다.

“캄포 다스 베르텐치스에는 ‘전통·혁신·탁월함’의 정신이 살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지역 사람들은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 지식과 기술을 공유해왔고, 그런 과정을 통해 지역이 유기적으로 발전해온 역사가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제 아이들과 손주들이 커피 일을 이어가길 바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