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카 커피는 진화의 길목에 있다 – 우수한 클론이 여는 밝은 미래

연간 약 600톤의 커피를 약 1000헥타르 규모의 농장에서 생산하는 브라질의 파젠다 아미자지(Fazenda Amizade). 카투아이, 아카이아 세하도, MGS 파라이소 2, 아라아, 게이샤(Catuaí, Acaia Cerrado, MGS Paraíso 2, Arara, Geisha) 등 다양한 품종을 재배하고 있다. 대표적인 고품질 커피 산지인 세하도 미네이루(Cerrado Mineiro)에 위치한 이 농장은, 대형 상사를 통해 20개국 이상에 커피를 수출하고 있다.

2005년, 이 농장을 미국인 마이클 콘웨이(Michael Conway)와 함께 매입한 사람이 마르셀로 파테르노(Marcelo Paterno)이다. 1860년부터 대대로 커피 농사를 이어온 집안에서 자란 5대째 마르셀로는,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후 건설회사에서 일했고, 이후 상파울루에서 주택 건설 회사를 창업했다. 그러나 결국 운명처럼 커피 업계로 돌아오게 되었다. 포르투갈어로 ‘친구’를 뜻하는 ‘아미자지(Amizade)’라는 농장 이름은, 함께 사업을 시작한 두 사람의 관계를 반영하고 있다.
“커피에는 긴 역사가 있고, 우리 농장에는 거의 150년에 가까운 전통이 있어요. 그게 커피가 앞으로도 계속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거라는 확신을 줍니다. 2000년대 초에는 커피 가격이 폭락하는 ‘커피 위기’가 있었고, 많은 커피 농장이 매물로 나왔었죠. 하지만 언젠가는 가격이 회복되고, 토지 가격도 오를 거라 생각했기에, 지금이야말로 투자할 때라고 판단했어요. 이후의 가격 흐름을 봐도 그 판단은 옳았던 것 같아요.” 마르셀로는 그렇게 말한다.

아미자지에서는 커피의 생산성과 품질, 병충해에 대한 저항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2010년부터 아라비카종의 클론 증식을 단계적으로 실용화하기 위한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이 역할을 맡고 있는 인물이 알렉산드리누 올리베이라(Alexandrino Oliveira)이다. 1996년 대학 입학 이후 줄곧 커피만을 연구해온 그는, 미나스 제라이스 농업연구기관(Empresa de Pesquisa Agropecuária de Minas Gerais)에서 근무하던 중, 조사와 컨설팅 차 농장을 방문했던 것을 계기로 파젠다 아미자지에 합류하게 되었다.
그 이후 그는 농장 내에서 생활하며, 공휴일이나 주말도 잊은 채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그가 내다보는 비전이란?

커피의 미래는 클론 기술에 달려 있다
클론 기술은 유전적으로 우수하면서 생산량이나 컵 퀄리티가 뛰어나고 병해충에 강한 식물을 재현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만약 내가 F1팀을 만든다면, 최고의 드라이버들로 팀을 꾸리고 싶겠죠. ‘아일톤 세나(Ayrton Senna)’나 ‘미하엘 슈마허(Michael Schumacher)’의 클론이 필요하지, 내 클론으로는 안 돼요. (웃음)” 마르셀로는 클론 기술 도입의 배경을 그렇게 설명한다.
하지만 아라비카종 커피는 로부스타종에 비해 클론화가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브라질에서도 다양한 농장과 대학, 연구기관들이 이 분야에 도전하고 있지만, 방법론은 존재해도 아직 실용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해 알렉산드리누는 말한다.

“유전적 요인, 환경, 클론의 시험 재배지와 토지의 관리가 주요 요인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각각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방법론도 완전히 확립된 것이 아니며, 설령 방법론을 습득하더라도 그것을 적용할 ‘모체(母株)’를 찾아야 해요. 우수한 모체를 선별해 클론화하기까지는 수년에 걸친 평가가 필요하죠. 즉, 굉장한 인내가 필요한 과정입니다.”
알렉산드리누는 파젠다 아미자지 및 세하도 지역의 다른 농장에서 4번의 수확기(4년)에 걸쳐 연구한 결과, H427계통의 모체 클론화에 성공했고, 생산성을 두 배로 늘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현재 우리는 묘목에 접목하는 방법, 삽목(줄기를 잘라서 심는 것)으로 발근시키는 방법, 체세포배형성(體細胞胚形成)이라는 세 가지 클론 기술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현재로선 첫 번째인 ‘묘목에 접목’하는 방법이 가장 대규모로 활용되고 있어요.
저는 대학 시절 이후 약 30년간 이 연구에 매진해 왔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앞서 있다고 생각해요. 브라질은 세계 최대의 커피 생산국으로 알려져 있지만, 커피가 지닌 잠재적 생산력의 10~15% 정도만 발휘되고 있는 실정이거든요. 다시 말해, 방식만 바꾼다면 지금의 6~10배까지도 생산할 수 있다는 거예요.

브라질에서는 커피가 많은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고, 수많은 고용을 창출하고 있어요. 하지만 오랜 기간 동안 생산자들은 노동에 걸맞은 수익을 얻지 못해왔죠. 생산자가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면, 그 영향은 공급망 전체로 퍼지게 됩니다. 의욕을 잃은 생산자는 커피 대신 다른 작물로 전환할 수밖에 없죠.
이 상황을 바꿀 열쇠가 바로 클론 증식이에요. 이 기술을 실용화해 생산성을 높이고, 풍미와 품질을 개선하고, 병해충에 대한 저항력을 키운다면 농가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고, 브라질 커피의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습니다. 현재로선 커피 재배의 미래는 클론 기술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아니, 오히려 브라질에서 커피 생산의 지속가능성을 장기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길은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괜히 떠벌리고 있는 게 아니에요. 앞선 이들이 남긴 수많은 문헌에 그런 제안들이 쓰여 있어요. 저는 그 제안을 받아들여, 더 큰 규모에서 실현하고자 꾸준히 노력하고 있을 뿐이에요.”

만물은 진화하고, 발전한다
토마토, 상추, 옥수수, 콩처럼 1년 이내에 고사하는 일년생 작물과 달리, 수년에 걸쳐 생존하는 다년생 작물인 커피는 성장 속도가 느리다. 수확은 1년에 한 번, 묘목을 만드는 데만 6개월~2년, 그 묘목을 심고 수확까지 2년 반이 걸린다. 게다가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얻기 위해선 대부분 최소 4번의 수확이 필요하다. 성과로 이어지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그래서 커피에 대한 애정, 연구에 대한 열정, 인내심이 없으면 이 연구는 이어가기 어렵죠. 저도 하나의 방법론을 개발하는 데만 5~6년, 특허 승인을 받는 데 5년, 총 11년이 걸렸어요. 게다가 연구에서 성과가 나와도, 실제 농장에서 수확량이 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어요.
사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포기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많았지만, 신기하게도 다음 날 아침이 되면 ‘그래도 해야지’라는 마음으로 바뀌어 있더라고요. 아마도 이 연구를 계속해야 할 ‘대의명분’이 있기 때문이겠죠. 이 연구가 결실을 맺는 날에는 커피 업계, 나아가 브라질에 공헌할 수 있다는 확신이 저를 지탱해주는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강요받은 건 아니지만, 사회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느끼고 있어요.

저는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밤에 잠들 때까지, 하루 종일 커피 생각뿐이에요. 그래도 ‘질린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오히려 다른 작물에 대해 생각할 여유조차 없어요. 어쩌면 다음 생에는 다른 작물을 연구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이 생에서는 틀림없이 커피에만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겁니다. 커피 세계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너무 많기 때문에, 다음 생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죠.
제가 항상 생각하는 건, 오늘은 어제보다 더 나아야 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아야 한다는 거예요. 우리 인간도 태어났을 땐 아무 지식도 없고, 말하는 것도, 먹는 것도, 걷는 것도 못하지만, 경험을 통해 조금씩 배우고 성장하잖아요? 잠시 멈춰서 주위를 돌아보면, 모든 것이 진화하고 발전하고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어요.
모든 것엔 개선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주변 세계를 더 좋게 만들 수 있어요. 그렇게 믿는 저에게 있어, 매일의 삶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들려는 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진화와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관찰과 내성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연구 수단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