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충동을 다시 한번. 만들고 싶은 세계로 한마음으로 향하다
대학 졸업 후 커피 전문가가 되고 싶다, 언젠가는 직접 카페를 운영하고 싶다는 바람을 가슴에 품고 생두를 취급하는 수입상사 이시미쓰 상사에 취직했다. 생두의 품질 관리와 커핑부터 중국 상하이의 자회사 설립, 생두의 매입과 영업, 더 나아가서는 로스팅한 커피콩의 푸드 서비스 시장용 마케팅까지 다양한 포지션으로 커피 공급망에 15년간 몸담아 왔다. 2023년 4월, TYPICA에 입사한 마쓰시타 쇼타(松下翔太)는 지금 커피 엑스퍼트 팀의 일원으로 중규모, 대규모 로스터의 신규 개척, 관계 구축을 담당하고 있다.
‘2030년까지 유통액 4,000억 엔, 아라비카종의 33%를 TYPICA에서 유통하겠다’라는 장대한 비전에 영향을 받아 입사한 마쓰시타는 약 2년이 지난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순수한 자신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마대 한 자루(60kg)부터 가능한 다이렉트 트레이드를 통해 커피 업계에 변혁을 가져온 TYPICA는 2019년 창업 이래 직원 수가 수 명에서 수십 명 정도인 마이크로 로스터로 고객 타깃을 좁혀 사업을 전개해 왔다. 2023년부터는 중~대규모 로스터로 타깃을 확대했으며, 커피 엑스퍼트 팀의 마쓰시타는 이를 추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평소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커피콩의 품질과 가격 면의 이점을 어필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배를 타는 동지를 만드는 느낌으로 함께 만들고 싶은 미래와 세계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커피 2050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규모 생산자가 커피를 계속 생산해 주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사람들이 즐기는 음료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갑시다’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죠.”
처음에는 이미 정해진 조달 루트를 가지고 있는 중~대규모 로스터에서는 검토조차 해 주지 않는 경우도 많아 높은 장벽을 느꼈던 마쓰시타이지만, 최근 몇 달 사이에 흐름이 바뀌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관한 대응이 늦어지고 있다, 혹은 브랜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진 기업과의 계약 성립이 정해지는 등 관계가 진전되고 있을 때 새로운 시대를 만들고 있다는 느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제안의 전 단계도 포함해서 실현하고 싶은 미래, 실현할 수 있는 미래를 상상하면 설렙니다.”
같은 커피 업계라도 조직 체제가 확립되어 있고 규칙이 명확화된 회사에서 15년 동안 일해 온 마쓰시타에게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데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모든 것이 다를 테니 지금까지의 상식은 버려야 한다. 그렇게 각오하고 TYPICA에서 일하기 시작한 마쓰시타는 솔직하게 배우는 자세를 유지해 왔다.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자신보다 나중에 입사한 직원의 의견을 듣고 깜짝 놀라기도 한다.
“입사 당시에 놀랐던 건 일에 대한 멤버의 의욕과 자세가 기분 좋을 정도로 순수했던 점입니다. 모두가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고, 긍정적이며 소극적인 발언은 하지 않습니다. 회사의 비전도 미션도 명확하고,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매일 진행되는 커뮤니티 매니저들 간의 미팅에서도 무엇을 어디에 어떻게 팔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세계를 만들어 가고 싶은가 하는 본질을 잃지 않으려는 자세는 한결같았습니다. 그런 세계에 몸담고 있으니 커피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 20살 때의 순수한 마음이 고스란히 되살아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저 커피가 좋았다
커피가 마쓰시타 인생의 일부를 차지하게 된 것은 고등학생 무렵이다. 그렇다고 해도 스타벅스 같은 멋진 카페에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데이트를 하거나 시험공부를 하는 시간과 공간만이 목적이었고, 커피는 단역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몇 번이고 카페를 다니는 사이에 마쓰시타는 커피의 맛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때는 2000년대 초반. 때마침 ‘스페셜티’라는 말이 일부에서 들려오기 시작하면서 앞서 나가는 로스터와 카페가 출처를 알 수 있는 커피를 제공하기 시작하던 시절이다. 같은 나라에서 생산된 커피라도 농장에 따라 맛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맛있게 내릴 수 있을까? 매일 ‘연구’에 힘쓰면서 커피는 취미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게 되었다.
이윽고 마쓰시타는 ‘로스팅과 추출도 중요하지만,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가 커피의 맛을 더 크게 좌우하는 게 아닐까?’라고 하는 가설에 도달한다. 다이렉트 트레이드의 개척자와 같은 존재인 호리구치 커피의 점주가 산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에 동경을 품으면서 마쓰시타는 커피 전문가가 되고 싶다, 언젠가는 직접 카페를 운영하고 싶다는 뜻을 키워 나갔다.
취업 활동 중 ‘그 토대 마련으로 우선은 맛의 열쇠를 쥐고 있는 커피 농장에 가 보고 싶다’라고 하는 생각에 자극을 받은 마쓰시타는 직영 농장을 가진 로스터와 상사 등 농장에 가 볼 수 있을 것 같은 회사로 좁혀 채용 시험을 보았다. 결국 원하는 회사에서 일자리를 구한 마쓰시타의 마음은 들떠 있었다.
“입사 후에는 호기심이 가는 대로 선배에게 질문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입사 2년 차에 처음으로 농장에 갔을 때는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타는 듯한 햇볕의 더위도, 흙과 나무의 냄새도 모든 것이 설렘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농장에는 몇 번이나 방문했는데, 농장 안에 있을 때마다 우리는 자연의 혜택을 받고 있구나 하고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일본에서 일하다 보면 커피가 공산품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사회에서 이리저리 치이면서 직접 카페를 운영하고 싶다는 목표는 어느새 가슴 속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고객으로 교류하는 로스터와 카페가 가격 경쟁에 나서는 경우도 많아 영업으로서 그 니즈에 매일 대응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계속해 나가는 것은 어렵다고 여기며 하나의 가능성을 단념한 것이다.
“20대 후반에 결혼해 아이가 둘 생긴 것도 안정을 지향하고 현실적으로 생각하게 된 한 요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TYPICA로 이직하는 것에 망설임은 없었지만, 도전적인 결단이긴 했죠.”
게임 체인지가 일어났다면…
마쓰시타의 마음이 TYPICA로 기울기 시작한 것은 2022년 가을 무렵이다. 일본 최대 규모의 커피 전시회(SCAJ)에 출전한 TYPICA 부스를 본 것이 계기다.
스타트업답게 기세가 있으면서도 엉성하지 않고 모양도 잘 갖춰져 있다. 그런 TYPICA가 마음 한구석을 차지하게 된 이후 홈페이지에 이따금 방문하며 ‘커피 자체가 아니라 사람에게 집중하는’ 자세에도 끌리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마쓰시타는 당시 일본의 로스팅 공장에서 만든 커피콩을 해외에 수출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시기였다. 인구 감소로 일본 시장이 축소되어 가는 가운데, 글로벌하게 기반을 넓혀가지 않으면 점점 쇠퇴해 버린다. 그런 위기감과는 달리 사내에서는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동료는 적고, 틈이 날 때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회사의 근로 환경이야말로 더할 나위 없었지만, 자신의 평가와 대우가 기여도와 맞지 않는다는 불만도 마쓰시타의 눈을 밖으로 돌리게 했다. 새로운 세계를 찾아 이직 활동을 하던 중 자신의 니즈와 겹친 것이 글로벌 비즈니스를 전제로 하는 TYPICA였다.
“마음이 크게 움직인 것은 웹(Web) 면접에서 TYPICA의 비전을 들었던 순간입니다. ‘2030년까지 아라비카종의 33%를 유통하겠다’라는 스케일에 놀라는 동시에 그러한 세계가 현실이 되었을 때의 미래를 상상하면 저도 당사자로서 함께 하고 싶어졌습니다.”
애초에 커피콩이 취급되는 선물 거래 시장에는 이익만을 목적으로 한 헤지 펀드의 투기 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있어 시세가 요동치기 쉽다는 구조 문제가 있다. 그 소용돌이 속에 있는 마쓰시타는 예측 불가능한 시세 변동에 농락당해 고통받은 적도 적지 않다. 특히 2021년, 2022년은 폭등이 심한 액년이었다.
“커피의 본질과는 동떨어진 곳에서 결정되는 시세 때문에 가격 인상을 부탁하기 위해 고객들께 머리를 숙이고 다니는 게 힘들었죠. 게다가 보너스가 줄어서 제 생활도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저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시세를 매일 체크해 예측을 세우는 등 조금이라도 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다만, 애초에 가격이 정해지는 구조 자체를 바꾼다는 발상은 전혀 없었습니다. 만약 TYPICA의 비전이 실현되고 그만큼의 임팩트를 줄 수 있는 규모가 되면 게임 체인지가 일어나 커피 업계에 몸담은 사람끼리 가격을 정할 수 있는 세계로 바뀌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부풀어 올랐습니다.”
진심으로 바라는 삶의 방식을
비즈니스 세계는 기본적으로 속마음과 겉치레로 움직이고 있다. 아무리 순수한 뜻을 갖고 입사한다 해도 이상만으로는 사회는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고, 가슴속에 속마음을 감추며 일하다 보면 요령 있게 사는 방법을 터득해 가는 것이다. 마쓰시타도 사회인이 되어 15년, 많든 적든 그런 상황과 마주쳐 왔지만, ‘이해력이 좋은 어른’으로서 지나칠 수는 없었다.
“영업으로서 나름대로 계약을 성립시킬 수 있었던 것은 비교적 순수한 마음으로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일이기 때문에 스스로가 진심으로 팔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을 팔아야 하는 경우도 많이 있었지만, 가격으로 유혹하거나 대화로 마음을 끌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의 본질로 승부할 수 있는 영업은 항상 유의하고 있었습니다.”
마쓰시타가 전 직장에서 막바지에 담당한 안건은 바로 십여 년 경력의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자신이 개척한 대형 외식 체인에서 가게 오리지널 커피를 만들 때 자기가 진심으로 추천하고 싶은 것을 제안한 결과 대형 계약을 따낼 수 있었던 것이다.
“전 직장에서는 커피의 맛과 품질 등의 스펙에 집중했던 반면, TYPICA에서는 생산자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역시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더 이상 사지 않겠다’가 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이 어려울 때도 매입해서 지탱하자’라고 생각할 수 있는 관계가 더 좋고, 세계가 바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물론 잘되지 않을 때도 많지만, 마음이 꺾일 뻔했던 적이 없는 것은 목표로 하는 세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올해로 마흔이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모르는 것투성이로 마음만 앞섰지만, 지식과 경험, 노하우가 있는 지금은 적합한 곳에 자원을 할당한 후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전 직장에서 15년간 시세에 시달렸기 때문에 실수요에 맞는 적정 가격을 회복함으로써 저희와 로스터, 생산자, 소비자, 모두에게 행복한 형태를 실현하고 싶습니다.”
한편, 개개인의 역할이 명확한 중견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마쓰시타는 새로운 벽에 부딪혔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경영자’라는 조직의 자세를 지향하는 TYPICA에서는 요구되는 것이 전 직장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전 직장에서는 고객의 신규 개척을 2년에 걸쳐서 하고 새로 설립한 중국 거점을 3년 안에 흑자로 전환한다는 미션에 대해 담당자로서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데 집중했습니다. 한편, TYPICA에서는 전체를 내다보며 보다 먼 비전으로부터 역산해 보다 넓은 관점을 가지고 지금 해야 할 일을 수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경영에 대해 조금 더 이렇게 하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만으로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겨 조직을 바꾸어 갈 기회가 주어져 있는 것입니다. 평소 업무에서는 눈앞의 KPI를 달성하는 데 주의를 너무 기울인 나머지 자신의 ‘역할’이나 ‘담당’과 그 이외의 업무를 무의식적으로 나누어 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재차 자신은 단순한 한 명의 플레이어가 아니라는 자각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임해 나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