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미 있는 관계를. 누군가를 배제하지 않아도 되는 커피의 세계에서
2022년 1월, TYPICA 유럽팀의 커뮤니티 매니저가 된 사무엘 페레스 코레아. 플랫폼을 통한 생두의 유통량을 늘리기 위해, 주로 스페인과 영국의 로스터와 관계를 쌓아 왔다.
자신은 차분하고 온화하며, 흔히 말하는 라틴계의 흥을 가진 사람은 아니라고 말하는 사무엘. 그의 출신은 유럽의 지상낙원이라고도 불리는 스페인의 카나리아 제도이다. 2년간의 멜버른 생활을 통해 커피의 매력을 느끼고, 런던의 로스터리에서 로스팅 기술을 연마한 뒤, 프리랜서로 로스터리 납품 관리자나 스페셜티커피협회(SCA) 공인 트레이너로서 활동하였다.
커피의 세계에서 10년 가까이 지내온 그는 왜 생산자와 로스터를 연결하는 일로 방향을 틀게 되었을까? TYPICA라는 필드에서는 무엇을 실현하고 싶어할까? 그의 생각을 살펴 보았다.
사람과의 관계에 굶주려 있었다
2020년 봄, 순식간에 전 세계로 확산된 코로나19는 사람들의 삶과 일하는 방식에 큰 영향을 미쳤다. 엄청난 수의 확진자가 나온 영국에서는 봉쇄 조치가 취해졌고, 감염 확산 방지책의 일환으로 극히 일부를 제외한 외출 금지령이 내려졌다.
당시, 런던 남부의 로스터리에서 헤드 로스터로 일하던 사무엘의 일상도 크게 바뀌었다.
혼자 1시간 가까이 흔들리는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여, 8~9시간동안 누구와도 마주치지 않고 묵묵히 로스팅 작업을 반복했다. 그 후 텅 빈 지하철을 타고 귀가. 그런 날들이 몇 달 동안 반복되자, 지독한 고독감에 시달리게 되었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에 대한 갈망이 깊어져 가게 되었다.
누군가와 이야기하며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원하게 된 사무엘은 이윽고 새로운 길을 찾게 된다. SCA 인증 트레이너 자격증을 따, 노숙자 등이 취업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로스팅 트레이닝을 지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외 런던에 있는 여러 로스터리에서, 도매 매니저 겸 컨설턴트로 활약하며 도매처의 커피 품질을 높이기 위해 서포트를 했다.
그는 안락한 장소에서만 계속 지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었다.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로 뛰어들고 싶다는 생각이 커져가는 가운데, 뇌리에 떠오른 것이 TYPICA였다. 얼마 전인 2021년 10월, 동료들로부터 권유를 받은 커핑 모임의 주최자가 TYPICA였던 것이다.
「TYPICA를 알게 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결국 커핑 모임에는 가지 못했지만, 생산자가 판매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여 생산자와의 다이렉트 트레이드를 추진하는 TYPICA의 방법론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커피로 이어지는 사람들의 유대감이 더욱 깊어지는 것 같았어요.」
TYPICA의 거점이 있는 암스테르담으로 이주하여, 그동안 인연이 없던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불안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생산자와 생두와 관련된 일에 더욱 깊게 다가가고 싶다는 생각이 새로운 커리어로 이끌게 했다. 그런 생각으로 본 TYPICA의 면접은, 여태껏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면접 스타일이었다.
「공동창업자인 일본인 2명과의 면접은, 통역을 통한 면접이었어요. 면접에 있어서는, 목소리 톤이나 말투, 단어 하나하나가 중요하잖아요. 통역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에서 그러한 부분이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 불안했어요. 면접이 끝난 후에도 그런 불안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었습니다.」
「흥미로웠던 점은 저라는 인간에 대해 질문이 많았다는 것이에요. 미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 취미는 무엇인가 등등.. 다른 회사의 면접에서는 과거의 경력만 묻는 게 보통이었으니까요.」
2022년 1월, 사무엘이 TYPICA의 일원이 된 지 약 1년 반이 흘렀다. 매일같이 새로운 일상이 갱신되어 가는 듯한 나날을 보내는 지금, 사무엘은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실감하고 있다.
「여러 명의 로스터와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이 너무 즐거워요. 특히 스페인은 스페셜티 커피 시장이 확립되어 있지 않기에, 이제부터 시장이 펼쳐지는 상황이라 너무 재미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체감에 불과합니다만, 새로운 가게가 2주에 1곳 꼴로 생기고 있는 느낌이 들어요. 아직 아무도 정답을 찾지 못한 만큼, 모든 선택지가 열려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저절로 기분이 들뜨고는 합니다.」
「커뮤니티 매니저로서, 전직 로스터라는 강점이 있다고 해도 로스터와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쉽게 데이터화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정해진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에요. 더구나 어렵게 신뢰관계를 쌓았다고 하더라도, 한번 신뢰가 무너지면 그것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신뢰 관계를 쌓을 때와 비교해서 2배, 3배의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어찌 되었든, 그렇게 상대방과 관계를 쌓는 것은 일로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자연스럽게 하고 있어요. KPI를 달성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성실하게, 인간답게 그들과 이어지도록 노력합니다.」
사람의 손길이 닿아서 만들어지는 가치
커피를 좋아하지도 않고, 커피를 가볍게 여기고 있던 사무엘의 인식을 바꾸게 한 것은, 호주(특히 멜버른)에서 보낸 날들이다. 학생이었던 20살 때, 첫 외국생활에서 소지금을 탕진해 생활비 충당에 급급하고 있을 때 카페의 일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호주의 커피 업계가 엄청 발달되어 있었어서 다행이었던 것 같아요. 어떤 산지의 어떤 콩은 10월이 맛있다, 라는 얘기를 거기서 처음 들었고, 커피는 제철 음료라는 개념도 거기에서 생겨났지요. 커피에 대한 시각이 180도 바뀌면서, 점점 커피의 세계에 끌려 들어갔어요.」
하지만 사무엘에게는 그래픽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실제로 스페인 마드리드로 돌아온 후 1년간, 그 후 이주한 런던에서도, 프리랜서 그래픽 디자이너 겸 사진가로서 활동했다.
그렇다고 해도 아직 20대 중반이었고, 다양한 것에 관심이 생길 나이였다. 사무엘은 마음이 이끄는 대로 런던의 로스터리에서도 일하기 시작했다. 때는 2013년. 지금은 스페셜티 커피 최대의 시장이 된 유럽의 커피 문화가 당시 크게 자라기 시작하고 있었던 것도, 커피에 끌린 이유였다.
「옛날 로스팅은, 이른바 공업적인 일로서, 공장과 같은 제조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 담담하게 작업을 해내는 스타일이었어요. 하지만 스페셜티 커피가 대두되면서 뭐랄까, 로스팅이 예술적이고 장인적이며 아름다운 일로 보여지게 되었고, 지금도 그 변화는 계속되고 있어요.」
「사실 창의적으로 할 수 있는 여지는 아직 더 있습니다. 앞으로도 커피가 놀라움으로 가득 차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예술은 그 자체가 언어가 되어 작가의 의도를 전함으로써 의미를 갖게 되는데, 그것은 로스팅도 거의 같지 않을까요.」
현재 35살인 사무엘은 10대 때부터 아날로그 카메라를 좋아했다. 그 중에서도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은 80년대의 폴라로이드 카메라. 촬영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현상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디지털카메라의 사진은 편집이나 사진 전송이 간단해 마음대로 다룰 수 있어요. 반면 아날로그 카메라 사진은 매우 주관적이고 생생합니다. 결국 저는 좀 더 사실적이고 인간적인 걸 좋아하는 거죠. 정해진 절차나 규칙이 없어, 누구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만들어가는 시장의 초창기에 관여하는 것도, 그것과 같은 비슷한 기쁨이 있습니다.」
기회가 넘치는 커피의 세계에서
새로운 사람이나 아이디어나 문화, 철학에 마음에 문을 열 것. 안이하지 않게 지내며 배움을 멈추지 않는 것. 그러한 것을 마음에 새기고 사는 사무엘에게 있어, 4년 전인 31살에 처음 스케이트보드를 탈 수 있게 된 것은 소소한 자랑이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나이가 들수록 힘들지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뇌근육을 단련시켜요. 그런 점에서 TYPICA는 일을 통해 인간으로서의 성장을 매일 느낄 수 있는 장소입니다. 이런 회사는 지금까지 없었어요.」
「단순히 한 명분의 노동력이 아니라, 한 사람의 프로로서 대우받는 것도 TYPICA의 좋은 점이에요. 멤버들도 서로의 강점에 의지하고, 약점은 서로 보완하고 있어요.」
사무엘이 TYPICA의 커뮤니티 매니저로서 지향하는 것은 커피 공급망의 버팀목이 되는 것이다.
「로스터 중에는 가격만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고, 맛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는 사람도 있어요. 한편, TYPICA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각국 생산자와의 온라인 세션에서 로스터와 생산자가 이야기할 기회도 제공하고 있어요.」
「거기서 중요한 것은 커피뿐만 아니라 생산자의 인간성과 목표, 가치관도 로스터에게 알리고 있다는 것이에요. 최종적으로 그것은 소비자가 생산자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요. TYPICA는 생산자로부터 전달되는 생두를 통해 커핑 모임을 주최하며 로스터와 적극적으로 교류하지만, 동시에 생산자의 대변인이어야 하기도 해요.」
「로스터는 매우 바쁘기 때문에, 커피의 인간적인 측면을 잃어버리기 쉬워요. 커핑이나 스케줄 때문에 머리가 꽉 차, 10,000km 떨어진 곳에서 필사적으로 커피를 키우고 있는 사람들의 존재를 잊어버리고는 합니다.」
「제 생각에 TYPICA는 생산자에서 로스터를 거쳐 소비자까지 연결되는 하나의 선을, 원으로 바꾸는 존재입니다. 커피 공급망의 모든 단계에 관여하는 TYPICA의 방식은 기존 방식보다 지속 가능성이 더욱 높은 것 같아요.」
순수한 애정의 시선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사무엘은 그동안 커피업계에서 다양한 배경과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왔다. 그 중에서도 한층 시야를 넓혀 준 것은, 사회 문제의 해결을 위한 노력도 하고 있는 런던의 로스터리였다. 그 회사는 사회 부적응자로 낙인찍혀 사회복귀가 어려웠던 노숙자나, 약물 의존자에게 로스팅 기술을 가르쳐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참고로 사무엘이 런던에서 가르친 마지막 학생은, 예멘에서 온 난민 남성. 예멘에서 일어난 내전으로 인해 일을 그만두고 해외로 피난을 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인생의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도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점이 커피업계의 매력이에요. 누군가를 배제하지 않아도 많은 기회가 있습니다. 그런 업계에 있는 저희는 세계를 더욱 더 지속가능한 사회로 만들 의무가 있다고 해도 좋을 정도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