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중부 아드리아 해안가에 위치한 인구 약 10만명의 도시 안코나. 2020년 11월에 창업한 The Smoking Tiger는 직접 로스팅한 스페셜티 커피의 원두를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다.
물건이 가진 진짜 가치를, 세계에게 알리고 싶다며 60살에 사업을 시작한 안토니오 톰보리니. 안토니오는 인터넷이 막 보급되던 시절 고급 식품과 고급 와인의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한 경력도 있을 정도이다. 그런 그가 스페셜티 커피업계에 이상적인 시장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 말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을까.
인터넷으로 전달한 식문화
회사 점심시간에 세계의 누군가와 체스를 둘 수 있게 된 1996년. 그때까지 디지털과 무관한 세계에서 살아온 안토니오에게, 인터넷은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고 한다. 인터넷이 탄생하며 마침내 세계에 패러다임을 바뀌었고, 그와 함께 안토니오의 삶의 두 번째 장도 열리고 있었다.
안토니오는 원래 1986년에 법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전통적인 장인기술을 사용하여 고급 가구를 제조하는 세계적인 전통 브랜드 ‘폴트로나 프라우’ 에 입사하여, 수출부문의 책임자를 맡고 있었다.
하지만 주요 타깃 시장이었던 유럽 국가들을 여행하면서 안토니오의 열정은 수출이 아니라 음식을 향하고 있었다. 음식을 통해 각 지역의 문화와 개성을 알며, 열정이 깊어져만 간 것이다. 그는 회의나 전시회에 참가하는 것 이외의 시간은 지역 농부와 와인 생산자를 찾으며 시간을 보냈다고.
아무리 맛있는 음식과 와인을 생산해도 그 지역내에서만 유통된다면, 진정한 가치를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한 안토니오. 인터넷을 활용하면 생산자가 적정한 대가를 얻을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지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물음에서 나온 것이 1998년 38세 때 시작한 인터넷 쇼핑몰 ‘에스페리아(Esperya)’ 였다.
「당시는 인터넷 쇼핑몰이 막 시작되던 시기였어요. 배송만 생각해도 사업장으로부터 집까지 물건을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던 시절이었기에, 지금과는 사정이 전혀 다릅니다. 유통적인 문제나 수송 비용 등의 문제로, 이탈리아 국내로 시장을 한정지었던 때였지만, 비즈니스로서는 성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그 성공의 열쇠는 ‘이탈리아 식문화’ 를 소비자에게 제공했다는 것인것 같아요. 각 지역이나 문화를 가정에서도 체험할 수 있도록 했고, 그리고 그 체험이 보다 리얼해지도록 상품의 배경에 있는 이야기를 곁들여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지금 커피를 통해 전달하는 것과 똑같은 것을, 음식과 와인으로 이미 했던 적이 있었던 것이지요.」
2002년.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던 그 사업을 매각한 것은, 거절할 이유가 없을 정도로 좋은 조건에 사업 인수를 제안받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열풍이 불며 세계 수많은 대기업이 투자처를 찾고 있는 시대였다고.
시장은 만드는 것이 아니다
세계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최신 기술을 만난 순간, 안토니오는 인터넷에 빠져들었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물결이 사회의 특색을 없애던 시절, 안토니오의 눈에 인터넷은 혁명을 일으킬 비장의 카드처럼 비친 것이다.
「원래 시장은, 찾아가는 곳이며 물건을 사고파는 곳, 그리고 새로운 상품을 찾는 곳이었어요. 르네상스 시대에 이탈리아 상인들은 외국을 여행하다 발견한 향신료와 실크 등 새로운 물건들을 자기 나라로 가져와 시장에 선보였습니다. 그 물건에 대한 사람들의 놀라움과 감동이, 그것을 구입하는 행동으로 이어졌을 것이에요.」
「또한, 마켓은 친구를 사귀는 장소이자,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장소이기도 해요. 생활의 일부이자 관계의 일부였던 물건을 사고 파는 것은, 사람들을 만나 시간을 함께 나누기 위한 구실에 불과했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로 많은 물건들이 넘쳐나게 되자, 시장의 의의가 달라지기 시작했었어요. 언제부터인가 시장이 ‘장소’가 아니라, 마케팅이라는 ‘행위’로 바뀌었고, 사람들은 전략을 짜고 계획을 다진 뒤 물건을 팔게 됐죠.」
「그러나, 인터넷이 침투해, 옛날보다 더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마케팅은 죽음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사람과의 관계성이 비즈니스에 있어서 가장 가치있는 재산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이 형식이나 수단에 얽매일 필요는 없지요.」
「지금 제 업무로 말하자면, 거래하는 생산자를 직접 방문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며, 2022년 6월에는 생산지(콜롬비아)를 방문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답니다. 다만 비즈니스로서 생각할 때, 인터넷의 힘을 마음껏 활용해 일상적으로 커피 생산자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해요.」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먼저 스스로 새로운 자리를 만들고, 자신과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생산자, 로스터, 친구들과 관계를 맺어 커뮤니티를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이 시장에 대한 저의 접근방식입니다.」
「저는 항상 말동무를 찾고 있는 사람이에요. 인터넷 탄생 전후의 변화를 아는 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절실히 느끼고 있는 것은, 인터넷을 통해 맺을 수 있는 관계성의 폭이 그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넓다는 것이에요. 지금까지 여러 번 온라인에서 시작된 비즈니스상의 관계가 우정으로 발전해 왔으며, 온라인에서 알게 된 사람과 직접 만날 때 큰 기쁨을 느낍니다. 온라인을 통해 주고받을 수 있는 기적을 저는 즐기고 싶어요.」
현재 안토니오는 마체라타라는 인근 지역에 The Smoking Tiger의 첫 카페를 시범적으로 열 준비를 하고 있다. 「어디서든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는 지금, 장소에 사로 잡힐 생각은 없지요」 라고 안토니오는 말한다.
「카페 운영이 잘 되어 좋은 파트너를 찾으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세계 각지에 체인점을 두고 싶어요. 저희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맛있는 커피를 즐기는 장소나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사업 확대가 목표가 아닌, 좋은 관계를 주고 받은 결과로서 사업이 확대되어 가는 그런 형태를 만들고 싶어요.」
맛은 대부분 식재료로 결정된다
안토니오가 음식에 눈을 뜨게 된 계기에는 어머니가 있었다. 어머니가 가족을 위해 요리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이 어린 시절의 습관이었다고.
남편과 7명의 아이를 포함한 9명 분의 식사를, 매일 적어도 두번이상 만드는 어머니의 일은, 작은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제공하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아무리 요리를 좋아해도 말처럼 쉽지 않은 일에 분명하다. 하지만 어머니는 전혀 내색을 하지 않고, 가족을 기쁘게 하는 요리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었다고 한다.
「어머니는 효율좋게 움직여 음식을 준비하며,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 속에도 즐거움을 찾아내 창조성을 발휘하고 계셨어요. 그 모습이 제가 가지고 있던 음식에 대한 열정을 키워준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뭐든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사물을 여러 요소로 분해해, 새로운 측면을 찾으려는 자세도 어머니에게서 배웠어요.」
2017년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정신을 이어받은 안토니오는 지금 하루 두 차례 가족을 위한 음식을 만들고 있다. 올리브 오일에서부터 토마토, 파마산 치즈, 고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재료는 일을 통해 알게 된 농부로부터 직접 구매하고 있다고. 자신의 식재료 쇼핑 리스트를 보여주고 싶을 정도라고 말하는 안토니오에게 있어, 커피에 대한 집념은 일상의 연장이기도 하다.
「좋은 식재료가 있어야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듯이, 생두의 품질이 좋으면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어요. 매우 좋은 생두는 볶을 때 발생한 약간의 실수도 보정해 줍니다. 반대로, 생두의 품질이 평범하다면 세계 최고의 로스터가 볶든, 비싼 장비에 볶든 커피 맛은 좋아질 수가 없지요.」
「제가 생각하는 로스터의 일은 2가지입니다. 최고의 커피를 매입하는 것과 그 커피를 최고의 방법으로 로스팅하는 것입니다. 각각의 중요도를 수치화하면, 매입이 8할에 로스팅이 2할이지요. 로스터나 바리스타는 단순히 커피 생두를 커피 음료로서 바꿔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생산자가 가혹한 환경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 만든 커피의 고유한 가치를, 최대한 잘 표현하는 것이 역할입니다. 뛰어난 커피 생두는 생산자와 생산지의 떼루아, 생산자의 지식이 겹쳐 생기는 기적입니다.」
「외람된 말이지만, 현재의 스페셜티 커피 업계에 한마디 하고 싶은게 있어요. 기술을 겨루는 세계 대회로 상징되듯, 바리스타나 로스터만 너무 각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해요. 커피의 근본에 있는 주역은 생산자가 아닌가요.」
다양성을 축복하다
커피가 상품화 되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차별화를 통해 그 차이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것이 시장의 원리임에 분명하다. 아직 성장 중인 스페셜티 커피시장도 성숙기를 맞은 만큼, 치열한 생존경쟁에 노출될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거기서 한 줄기 희망이 되는 것은 다양성입니다. 누군가와 경쟁해서 맛의 우열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커피와의 차이를 만들어 내고, 그것을 전달해 나가는 것. 즉, 다양성 자체가 그 가치가 되어 전략으로서 작용하기 때문에, 잡다한 마케팅이 필요없어지게 되지요.」
「스페셜티 커피의 세계에서는 생산지와 품종, 정제방법 뿐만 아니라 볶는 방법과 추출방법, 그리고 커피의 종류에 따른 음식과의 페어링까지, 다양한 선택지가 있습니다. 그 다채롭고 놀라운 세계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만나게 하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만들어내며 자연스럽게 그 관계를 발전시키게 해주고 있지요. 다양성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축복해야 한다는 것이 저희들의 메시지입니다.」
다양성에 대한 그런 시선을 안토니오에게 안겨준 것은 이탈리아라는 나라였다.
「이탈리아 역사를 들여다보면, 그리스인, 라틴인, 독일인, 아라비아인 등 여러 민족이 뒤섞여 국가가 형성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자연도 마찬가지여서, 유럽 알프스 최고봉인 몽블랑(해발 4807m)이 있는가 하면 약 7,600km에 이르는 해안선도 있지요. 제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바다까지는 자동차로 약 10분, 스키를 즐길 수 있는 산까지는 약 45분으로, 다양한 세계가 가까이 있어요. 언어도 마찬가지에요. 같은 이탈리아어라도 수많은 사투리가 있고, 제가 사는 지역에서 5km 떨어진 이웃 마을에서조차 전혀 다른 이탈리아어가 사용되고 있어요.」
「음식에 관해서는, 한층 더 그 특징이 두드러집니다. 치즈는 500가지가 넘으며 와인에 사용하는 포도의 종류도 수없이 많습니다. 토마토 소스의 파스타 같은 기본적인 요리조차 나폴리와 로마, 밀라노에서 각각 조리법이 다르니까요.」
「어쨌든 다양성과 어떻게 마주할지에 대한 고민은, 이탈리아에 사는 저희에게는 피해갈 수 없는 일입니다. 다양성을 적대시할 것인지, 다양성과 손을 잡을 것인지는 자신이 하기 나름이지요. 저는 다양성과 친해지고 즐기는 것을 택했답니다.」
그런 안토니오가 다양성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는 스페셜티 커피에 매료된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을지도 모른다.
「지금 커피를 마시는 사람의 95%는 그 커피가 어디서, 누가 생산했는지도 모릅니다. 눈뜨고 지켜보기 어려운 상황을 바꾸기 위해, 저는 스페셜티 커피를 통해 커피 시장 전체를 진화시키고 싶어요.」
「이상적인 말만 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와인의 세계에서는 이미 그것이 어느정도 실현되었잖아요. 과거에는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이라는 두 가지 와인밖에 아는 사람이 없었지만, 지금은 생산지와 포도의 종류, 생산 방법을 모르는 와인을 시장에 내놓는 일은 생각조차 할 수 없습니다. 그 사실에 비춰 보면 스페셜티 커피는 어쩌면 커피 시장의 표준이 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생각해요.」
다양성을 축복하는 것은 서로 다른 점을 사랑하는 것이다. 다양성의 나라에서 태어나 자라 어려서부터 음식의 세계에 마음을 빼앗겨온 안토니오에게, 그러한 것은 생각하고 실천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든 행동일지도 모른다. 최신 기술의 혜택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지금, 우리는 끝없는 다양성을 맛볼 수 있는 아름다운 세계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글 : 나카미치 타츠야
사진 : Jakub Brejdak
번역 : 박치언
MY FAVORITE COFFEE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내 한 잔'
제가 가장 행복할 때는 새로운 커피 샘플을 커핑하고 있을 때에요. 그 즐거움을 저 혼자 독점할 수도 있고, 직원이나 손님과 공유할 수도 있지요. 누구보다도 빨리 커피의 다양성을 접할 수 있는 것은 로스터의 특권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