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ltimodal Paolo Maliksi

Multimodal

Paolo Maliksi

누구에게나 문은 열려있다. 커피로 얻자, 끝없는 ‘자유’를

미국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둘러보아도 물가와 생활비, 임금 수준이 가장 비싼 도시 중 하나로 꼽히는 뉴욕. 고용되는 쪽에게는 좋은 조건이라서 대도시로 돈을 벌러 오는 사람들도 많지만, 고용하는 쪽에게는 항상 고민거리가 따라다닌다. 특히 자금 사정이 안정적이지 않은 창업 직후의 몇 년간을 이겨내고 사업을 궤도에 올리는 일이 지상과제인 스타트업에게는 커다란 관문이다.

뉴욕의 스페셜티 커피 업계도 잠재적으로 안고 있던 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7년에 탄생한 것이 셰어 로스터리 겸 트레이닝 시설인 Regalia Roasting Collective(현재 건설 중. 새로운 명칭은 Multimodal)이다. 미션은 로스팅에 관한 문턱을 낮추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커피 전문가 스콧 라오와 함께 이 혁신적인 사업을 시작한 파올로 말릭시에게 커피는 자유를 꿈꾸기 위한 안성맞춤인 도구이기도 했다.

선택지가 비즈니스를 가속한다

Uber와 Airbnb로 대표되는 ‘공유 경제’가 새로운 시대의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받게 된 지 얼마나 지났을까? 특정 서비스와 장소가 있어야 하는 사람이 필요로 할 때 필요한 만큼만 그것들을 활용할 수 있어 본인 또한 서비스의 공급자가 될 수 있는 방식은 기존의 상관습에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켰고 자유도가 높은 거래를 세상에 침투시켜 왔다.

파올로가 운영했던 콜렉티브 사업도 공유 경제의 하나이다. 스스로 생두를 로스팅하고 싶은 사람을 타겟으로 한 서비스로 회원이 되면(회원 가입 무료) 시간제로 로스팅 기계를 빌려서 그곳에서 로스팅, 포장한 커피를 판매할 수 있다. 또한 트레이닝하면서 경험을 쌓아가면 로스팅 지식과 경험 없이 시작해도 일정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보통 자가 배전을 시작하는 경우, 새로 매물을 임차해서 로스팅 기계 등 설비를 구매하고 건축 비용과 공기 지연도 고려해야 합니다. 그러나 상당히 적은 비용과 낮은 리스크를 바탕으로 로스팅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콜렉티브의 큰 장점입니다. 이전까지 다른 로스터에게 원두를 샀던 카페가 자가배전을 시작한 뒤로는 반년마다 새로운 에스프레소 머신을 구매할 수 있을 정도의 금액을 절약한 클라이언트도 있었습니다. 비즈니스를 더욱 가속하기 위해서는 선택지가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 선택지를 잘 활용한 것이 과테말라의 커피 수출회사다. 자신들이 취급하는 생두가 과테말라를 떠나면 품질 관리를 할 수 없게 된다. 이 점이 고민이었던 그들은 미국에 수입 회사를 설립했다. 미국으로 옮긴 생두를 콜렉티브의 거점에서 로스팅함으로써 최종 제품 완성까지 지켜볼 수 있게 되었다. 

콜렉티브가 제공하는 것은 비즈니스의 선택지이기 때문에 그 활용 방법은 각자의 니즈에 따라 다양하다. 이러한 콜렉티브의 가치는 비기너와 세미 프로 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프로로서, 자기 일로서 임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도 있다.   

이전에 여러 로스터에게 커피를 구매하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던 업계 경력이 짧은 바리스타가 있었다. 그는 일하면서 콜렉티브를 다녔는데 일정 수준의 로스팅 기술을 익히자 고용주였던 카페 오너에게 자신이 로스팅한 커피를 팔았다. 오너가 그의 커피를 마음에 들어 해서 자신이 일하는 카페는 거래처가 되었고 수입원도 늘었다.

“기본적으로 커피 공급망 아래로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주인의식과 책임감은 흐려지기 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자신이 로스팅을 시작하면 사람은 바뀝니다. 생두 구매에도 관여하기 때문에 본인의 상품에 대한 주인의식이 싹트죠. 바리스타에서 로스터가 되어 ‘내가 로스팅한 커피콩을 손님께 설명할 수 있다니 정말 멋지군요!’라고 말해주신 클라이언트도 계십니다. 그렇게 모두가 주인의식을 공유하는 것이 업계 전체의 수준을 끌어올린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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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 너머에 있는 것을 생각하다

파올로와 스콧은 현재 콜렉티브 업계를 재개하고자 롱아일랜드에 있던 원래 장소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새로운 거점을 조성 중이다. 가장 가까운 역은 맨해튼에서 한 정거장, 브루클린의 윌리엄스버그와 그린 포인트에서 두 정거장 떨어져 있어 접근성도 좋다.

거점 내부는 이전의 8배에 가까운 약 700㎡의 규모로 크기가 다른 3대의 로스팅 기계, 보관 창고ㆍ포장 설비를 갖춘 메인 로스팅 구역에도 최대 1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이벤트 공간이 있다. 마음에 든 커피콩이 있다면 직접 수입 회사에 문의할 수 있는 생두 라이브러리 외에 커핑과 트레이닝을 진행할 수 있는 연구실도 갖췄다. 그래도 파올로는 “이전 장소의 온도감과 친밀함을 잃지 않도록 운영하고 싶다.”라고 언급했다.

콜렉티브에서 회원들 간의 관계성을 심층화하는 데 도움 된 것이 서로에게 모든 로스팅 데이터를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일반적으로 대외비로 여겨지는 것이지만, 콜렉티브에서는 모두가 같은 로스팅 기계, 같은 로스팅 소프트웨어인 ‘크롭스터’를 사용했다.

“똑같은 커피를 로스팅하는 멤버가 데이터와 플레이버 노트를 공유함으로써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두 배 빠른 속도로 스킬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재고를 낭비하지 않고 사용하는 것은 1년 내내 열심히 일하는 생산자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코로나 발생 전까지 콜렉티브에서 매월 실시한 이벤트 ‘그린 포럼’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허브 역할을 하는 중요한 커뮤니티 기능 중 하나였다. 콜렉티브에 초대된 생두 수입 회사가 제공하고자 하는 생두를 참가 로스터가 추려서 커핑한다는 내용이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다양한 커피를 테스트해보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자리에서 발생하는 연결고리는 수없이 많다.

“일반적으로 생두 수입 회사는 로스터에게 연락해서 샘플을 보내고 그들의 의견을 듣습니다. 그러나 로스터가 모든 샘플에 대한 구매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수입자는 건설적인 피드백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되는 일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그린 포럼은 서로의 자원(샘플)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커피’라는 거대한 에코시스템에서 착취의 대상인 생산자의 상당수는 가장 보상받지 못하는 입장에 처하여 그들의 노동에 맞지 않는 낮은 수입으로 생활할 수밖에 없다. 로스팅의 노하우를 오픈소스화하여 모두가 안정적인 로스팅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중점을 둔 파올로의 밑바탕에는 커피 생산에 할애된 투자에 대한 경의가 담겨있다.

“아직 경력이 짧은 로스터가 배치 6의 훌륭한 커피를 갖고 있다고 합시다. 좋은 퀄리티의 커피를 로스팅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많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로스팅 방법을 결정하기까지 3번 시도를 한다고 하면 손님에게 자신 있게 판매할 수 있는 것은 절반에 그칩니다. 비유하자면, 반으로 자른 사과의 반쪽만 파는 것과 같으니 아깝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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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체로 있을 수 있는 커피 세계

파올로는 원래 오케스트라에 소속된 프로 첼리스트였다. 고향의 마트에서 주로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음악 활동을 이어왔다. 아침 일찍 일어나 마트에 가서 밤늦게까지 콘서트를 위해 연습을 거듭했다. 클래식 음악과 커피, 어떻게 보면 정반대 세계를 넘나드는 일상에서 ‘더 나답게 있을 수 있는’ 커피의 세계에서 보내는 시간은 마음이 평온했다. 

“클래식 음악계에 속한 사람들은 매우 특수합니다. 그들이 기대하는 것은 엄격하고 시대에 뒤떨어졌으며 때로는 가혹합니다. 한편, 폭넓은 층의 사람들과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커피 세계의 매력입니다. 열심히 연구하는 바리스타로서 일하는 날도 있어 좋고 따뜻한 대접을 하려는 마음을 소중히 여기는 날도 있어서 좋지요. 혹은 둘 다 하는 날도 있어서 좋아요. 그러한 유연한 자세를 커피 세계는 받아들여 줍니다.

그러나 클래식 음악가에게도 자유는 있습니다. 연주를 통해서 음악은 마음과 영혼을 풍요롭게 해주지만, 단순하게 커피 세계로 돌아갈 때의 기쁨이 제가 기댈 곳이었습니다.”

열린 세계를 실현하고자 콜렉티브에서는 프로 여부와는 상관 없이 같은 레슨, 같은 서비스를 제공했다. 거점은 매일 6:00~20:00까지 오픈하며 첫 방문 시의 ‘테스트 로스팅’은 무료다. 근처를 지나가던 사람이라도 로스팅을 체험할 수 있다.

성수기의 회원 수는 32팀이다. 변호사, 간호사, 기술자, 음악가, 학생 등 회원들의 속성은 다양하며 절반 이상은 커피와 연관 없는 세계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특정 수요층을 겨냥한 서비스 때문인지 고객이 찾아온다고 한다. 

창업 이후, 파올로는 콜렉티브 사업과 병행하여 소매, 도매업을 하는 중이다. Regalia라는 브랜드에서 자신이 로스팅한 커피를 카페와 레스토랑, 세계 각국의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해왔다.

다음 단계로서 로스팅 이외의 영역으로 확장이라는 선택지도 충분히 검토해볼 만하지만, 파올로는 그럴 생각이 없다. 콜렉티브의 회원이 “생두는 어디에서 사야 하나요?”라고 물어보면 수입 회사를 소개하고, “로스팅한 커피콩은 얼마로 팔아야 하나요?”라고 물어보면 컨설턴트와 동업자를 소개해왔다.

“저는 제 시간과 에너지를 로스팅에 집중시키고 싶어요. 만약 다른 일까지 하게 되면 근간이 되는 서비스의 질이 떨어집니다. 로스팅에 특화함으로써 커피 체인에 관여하는 다른 사람들의 실력 상승도 촉진하고 우리의 임무에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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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를 살리는 장소를 조성한다

누구에게나 문이 열려있는 콜렉티브만큼 고객층을 특정할 수 없는 곳은 없을 것이다. 자신이 생산한 커피가 어떻게 소비되는지 알고자 하는 생산자.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 답례품을 만들기 위해 직접 커피를 로스팅한 커플. 프로 음악가로 활동하며 본인의 커피 브랜드를 만들려고 하는 사람. 프로용 로스팅 기계 체험만을 위해 차로 편도 4시간을 달려오는 사람…. 그러나 파올로는 아직 잠재 고객이 있다고 예상한다.

“뉴욕의 매력은 모이는 사람들이 폭넓다는 점입니다. 목적의식을 지닌 사람이 많아서 콜렉티브의 비즈니스 모델과 궁합이 좋아요.”

뛰어난 자질을 지녔음에도 커피가 질리거나 성공으로 가는 길을 잃거나 했던 프로가 바, 레스토랑, 와인 업계로 이동한다. 이러한 업계의 현실을 파올로는 몇 번이나 봐왔다. 유감스러운 일이었지만, 시장 규모가 크고 자격증 제도 등이 확립된 업계에 끌리는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업계 차원에서도 개인 차원에서도 너무나 큰 손실입니다. 그래서 콜렉티브에서는 개인에게 선택지를 줘서 의욕적으로 임할 수 있는 창조의 장소를 제공하는 것을 지향해왔습니다. 뻔한 방법과 발상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는 아티스트처럼 누구나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콜렉티브에서 경험과 자금을 모아서 로스터를 개업한 멤버가 있다는 것은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적이라는 증거입니다.”

인생에서 한 번 잡은 기회를 빤히 알면서도 놓치는 것만큼 마음 아픈 것은 없다. 기회가 손에 닿는 곳에 있는데도 유리 천장에 갇혀 잡지 못하는 것만큼 슬픈 것은 없다. 그래서 파올로는 콜렉티브라는 토양에 부지런히 기회의 씨앗을 뿌려왔다. 

속성과 나이에 의한 울타리가 없고 장소와 기회의 제약도 없다. 관심과 호기심을 구김살 없이 계속 키울 수 있는 ‘자유로운 세계’에서는 앞으로도 이름 없는 꽃이 계속 피어날 것이다.

글 : 나카미치 다쓰야

MY FAVORITE COFFEE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내 한 잔'

너무 많아서 대답하기 힘들지만, 로스팅을 가르친 사람에게 서프라이즈 선물로 커피를 받았을 때는 항상 행복합니다. 그것은 대체로 완성도에 자신이 있어서 제가 기뻐할 것으로 생각했을 때니까요. 공통적으로는 성의 있는, 마음이 담긴 선물로 커피를 받았을 때가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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