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커피를 좋아해?”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뭐라고 대답할까? 원두나 내리는 방법에 따라 다양하게 표정을 바꾸는 커피를 말로 표현하려 하면 조금 곤란해진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어깨에 힘주지 않으며 편한 마음으로 즐기는 커피를 가르쳐준 곳이 바로 ‘K COFFEE’다. 이곳의 주인인 모리 카즈야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젊었을 때는 커피를 마실 수 없었다.
나라현 야마토코리야마시의 길모퉁이에 갑자기 나타나는 레트로하고 신비한 외관의 가게. 주유소였던 흔적이 남아있는 작은 건물의 창문 너머로, 캐주얼한 차림으로 소탈하게 웃는 가게 주인, 모리가 고개를 삐죽 내민다.
“막 오픈했을 무렵에는 페인트로 다시 칠하는 편이 낫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느낌이 좋았습니다. 조금 특이한 옛날 느낌이 남아있는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외관이 이러하니, ‘여긴 대체 뭐지?’라는 얼굴로 멀리서 바라보는 손님들이 많습니다. 불쑥 들어오는 사람은 거의 없지요. 그래도 이곳을 목적지 삼아 와 주시는 손님들이 계시다는 건 기쁜 일입니다.”
원래부터 커피를 좋아한 건 아니었다는 모리는, 이전에는 오사카에서 오코노미야키 가게를 개업하려 했다.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나라로 이사한 뒤, 주부가 되어 육아를 시작한 것이 커피집을 열게 된 계기가 되었다.
“어렸을 때 캔 커피로 속이 안 좋아진 경험이 있기 때문에 커피를 잘 마시지 못했습니다. 세련된 카페에 가는 타입도 아니었기에 꽤 오랫동안 커피를 마시지 않았습니다. 서른이 지났을 무렵, 아내가 카페에 데려가는 바람에 오랜만에 마셨지요. 굉장히 맛있다고 충격 받지도 않았으며, 『아, 마셨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한 잔이 모리를 커피집으로 이끌었다. 육아와 병행하면서 목표로 삼은 일이 바로 커피집이었던 것이다.
“아내가 일하러 나가고, 제가 집에서 육아를 했습니다. 충분히 납득한 뒤에 주부가 되는 것을 선택했지만, 하고 싶은 일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초조함이 굉장했습니다. 제 한 달 수입은 아르바이트로 번 5만 엔뿐이었습니다. 점심에는 100엔짜리 빵을 사서 해결했습니다. 『나는 30살 넘어서 뭘 하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에 괴로웠습니다.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오코노미야키 가게를 열려고 해도, 육아를 하면서 밤에 영업하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커피집이었습니다. ‘이대로 가면 인생이 끝나버릴 거야’라는 위기감에 내몰려 있던 걸지도 모릅니다.”
사원으로서 점장까지 맡으며 오코노미야키 가게에서 5년 이상 일했던 모리였지만, 커피에 관해서는 지식도 경험도 전무했다. 그래서 먼저 커피 내리는 법을 배워보자는 생각에 강좌를 들었다.
“시작했더니 커피를 끓이는 재미에 점점 빠져들어갔습니다. 채망으로 커피콩을 달달 볶고, 갈아낸 원두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 볼록하게 부풀어오르는 모양을 보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커피집을 열기로 생각을 바꾸기 시작한 모리는, 커피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커피를 다루는 일을 하면서 개업하자는 생각을 확고히 했다.
오래된 주유소를 DIY해서 커피집으로 바꾸다
개업하려고 했지만, 모리에게는 충분한 개업 자금이 없었다. 육아와의 병행을 생각해, 집에서 가까우며 적당한 장소를 계속 찾던 모리는, 상점가에서 주말 카페를 시작했다.
“비싼 임대료는 지불할 수 없었고, 대규모 가게를 꾸릴 수도 없었습니다. 무작정 오픈을 목표로 삼아 기회를 기다렸습니다. 주말 카페를 운영하던 시절, 상점가와 대학, 상공회가 운영하는 안테나샵이 토, 일요일의 집객에 힘들어 하고 있다는 소식에 손을 들었습니다. 그러자 지역 축제와 이벤트에 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역 주민과의 거리를 좁히면서 만나게 된 것이 사용하지 않게 된 주유소였다. 지역의 빈 집을 활용한 전시 이벤트에서 그 주유소도 무대 중 하나가 되었다. 이벤트에 참가해 그 건물에서 커피를 판매했을 때 촉이 온 모리는, 2014년 2월에 가게를 오픈했다.
“마침 로스팅 기계를 구매한 타이밍이었으며 제 가게를 갖고 싶다고 생각한 무렵이었기에 『여기다!』라고 생각해 오너와 직접 담판 지었습니다. 젊은 사람이 이 지역에서 열심히 해보겠다면 응원하겠다며 임대료를 깎아 주신 덕분에 K COFFEE가 탄생했습니다. 이벤트로 보람을 느낀 건 아니었습니다. 그저,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돈이 없었기에 거의 DIY로 가게를 만들었습니다.
심플하게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끓인다
즉흥적인 생각의 연장으로 커피 가게를 시작한 모리. 꾸미는 일을 잘 못하며, 있는 그대로 편안함을 느끼고 싶은 모리의 성격은 때때로 너무 의외라서 그만 웃음이 나오는 에피소드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멋부리는 일’을 잘 못했기에 예쁘게 꾸밀 수도 없었습니다. 흥미가 생기는 일에만 몸이 움직이니, 해야 하는 일을 정한 뒤 움직이는 것도 성미에 맞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계획성 제로인 타입입니다. 그저 그때 그때 살아가는 느낌입니다.
미래에 대해 물으면, ‘언젠가 만두집이라든가 오코노미야키집을 하고 싶어’라는 말도 하니, 아내에게 혼날 때도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갑자기 훅 떠오르는데, 그 생각이 금방 사라질 때도 있거든요.
결정했으니 그렇게 해야만 한다, 라는 생각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자유롭고 싶은 걸까요? 그래야 임기응변할 수 있을 거 같아서요.”
커피에 얽힌 이야기를 물어봐도, 진지한 건지 적당히 대답하는 건지 알 수 없지만 그게 모리다운 모습일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제가 맛있다고 느끼는 커피를 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론보다도 즐기는 일을 중요시합니다. 한번, 동티모르의 원두를 로스팅하면서 접객했더니, 꺼내는 타이밍을 놓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과하게 볶은 티모르』원두로 판매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게 더 맛있다고 말씀하시는 손님도 계셨습니다.
이렇게 말해도 막 개업했을 무렵에는 자신감이 없어서 『커피에 설탕이나 우유를 넣으면 안 된다』라며 고집을 부렸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우유를 넣으면 맛있는 커피는 뭐냐고 물으면, 『저는 넣지 않으니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다시 생각해보면, 처음 3개월 동안은 가게도 예뻤습니다. 어느샌가 어깨에 힘이 빠져버린 거 같습니다.”
서서히 ‘맛있다’라는 자신의 감각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 건, 로스터 커뮤니티에서의 교류 덕분이었던 거 같다. 과제가 되는 커피콩을 각각 로스팅해 가져와, 서로 평가하는 연구회에서도 모리는 있는 그대로 참가했다.
“모두 일본의 톱클래스분들 뿐이었기에, 몇 번이나 로스팅한 뒤에 베스트 커피콩을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일발 승부로 로스팅한 콩을 가져갔기에 『모리 씨, 진지하게 참여해 주세요』라며 혼나기도 했습니다. 저는 감각적으로 괜찮은지를 판단하기 때문에, 이론 같은 세세한 것들을 잘 모릅니다. 모두 원두에 점수를 서로 매기지만, 그것도 잘 못합니다.
1번밖에 로스팅하지 않았는데도 높은 평가를 받을 때도 있지만, 모두의 평가를 듣고 문제를 눈치채지 못한 자신에게 아쉬움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눈치채지 못하기에 맛있는 것도 있는 거 같습니다. 커피집에서는 콩이나 로스팅에 대한 고집을 최대한 내세우는 편이 좋다는 사고방식도 있지만, 저는 좀 더 어깨의 힘을 빼고 즐기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커피는 반드시 바리스타가 끓여야 하는 건 아니다
2021년 8월, K COFFEE에서 파생된 새로운 가게, ‘모리 로스터리’가 오픈했다. 레트로한 주유소와는 이미지가 전혀 다른, 모던하고 세련된 분위기의 가게다. ‘로스터리’지만 로스팅 기계는 없다. 커피와 로스팅 원두를 비롯해, 드리퍼 등의 기구를 판매하고 있다.
“K COFFEE와는 인상이 꽤 다르므로 모두 『왜 그래?! 다른 사람이 하는 가게야?! 』라며 놀랐습니다. K COFFEE는 어디까지나 입구로써, 맛있는 커피를 만나는 곳입니다. 커피를 집에서 좀 더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새로운 가게를 만들었습니다.
저는 재료를 중시하므로 추출에는 그다지 고집부리지 않습니다. 커피는 꼭 바리스타가 내려야만 맛있는 것도 아닙니다. 저도 엄청 진지하게 내리고 있진 않습니다. 어렵지 않다는 것을 전하고 싶어요. K COFFEE에서 손님이 드립 방법을 물어보면, 『일단 원두는 20g, 뜨거운 물은 300cc로 준비하고, 뜸들이기나 내리는 방법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거기서부터 시작해 분량은 자기가 좋아하는 대로 조정해 나가면 됩니다』라고 대답합니다. 김이 빠져 돌아가는 손님들도 많습니다. 『조금 더 테크닉을 알려줘』라고 말씀하셔도, 『그런 건 없습니다』라고 대답해 버립니다.”
그렇게 ‘적당’히 대하는 이유는, 커피의 문턱을 낮추고 싶어하는 모리의 고집일지도 모른다.
“커피는 역시 어렵습니다. 어려운 부분을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저의 고집을 이야기하면 손님들에게는 더 쉽게 전달될 지도 모르지만, 말하면 말할수록 가치가 올라가는 풍조에 위화감을 느낍니다. 어째서 맛있는지 그 이유를 그다지 설명하고 싶지 않습니다.
오코노미야키는 단순히 『맛있다!』라며 끝낼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그게 더 성미에 맞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래도 커피에 흥미를 갖고 계속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 과제가 생겨나니, 커피는 정말 심오합니다. 마스터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커피의 심오함과 까다로움을 알기 때문에 “그렇다면 좀 더 심플하고 가볍게 즐겨보자”라고 생각하는 자세가 무척 모리답다.
제각각 사람마다 취향이 있으며, 정답이 없는 커피. “자신이 맛있다고 생각하는 커피를 일상 속에서 가볍게 즐기면 좋겠다” 우연히 커피를 좋아하게 되어, 자신이 좋아하는 커피를 끌리는 대로 내려온 모리의 말을 들으니,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내려보고 싶어진다.
번역: 박현아
글: 마에자와 치호
사진: Kenichi Aikawa
MY FAVORITE COFFEE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내 한 잔'
처음 로스팅한 커피를 마실 때 즐거움을 느낍니다. 새로운 만남에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가능하면 누군가가 내려준 커피를 마셔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