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RIZONTE COFFEE ROASTERS Christoph Sauser

HORIZONTE COFFEE ROASTERS

Christoph Sauser

자긍심이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자신의 힘으로 얻은 ‘성공’의 끝에서

스위스 남부, 해발 고도 약 1,200m 위의 고원에서 웅대한 알프스산맥을 감상할 수 있는 인구 약 3,500명의 도시 레상. 스키를 중심으로 여름이나 겨울이나 레저를 즐기는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리조트이며 세계 각지의 어린이가 모이는 국제 학교도 여러 개 있다. 이러한 레상에는 배전소를 운영하는 HORIZONTE COFFEE ROASTERS(이하, HORIZONTE)가 있다.

스위스 출신인 크리스토프 사우저는 이 배전소의 창업자이다. 크로스컨트리 등 자전거 경기 세계에서 약 20년 동안 몸담았던 프로 선수 생활을 마친 뒤 ‘완전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자.’라는 생각으로 2018년에 HORIZONTE를 창업했다. 그 후, 변함없이 공정한 비즈니스를 추구하면서 건전한 성장을 유지해왔다.

올림픽 동메달과 더불어 4번의 세계 대회 제패 등, ‘흑인지 백인지 확실함을 추구하는 완벽주의자’로서 화려한 실적을 남긴 크리스토프는 현재 흑과 백으로 나눌 수 없는 커피의 세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주어진 것’만으로는 자긍심을 가질 수 없다

국제 협력에서 사용되는 명언 중에 ‘물고기를 주지 말고 잡는 방법을 가르쳐라.’가 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물과 식량, 옷, 학용품 등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일시적 방책에 불과하다. 자력으로 무언가를 손에 넣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식과 스킬도 함께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단적으로 나타낸 말이다. 

기부, 자선 사업, 봉사, 공정 거래와 같이 가난한 사람들을 지원하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그들의 자립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면 지속 가능한 활동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2008년, 남아프리카의 아이들에게 교육과 스포츠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비영리단체 ‘songo.info’를 만든 크리스토프는 항상 장기적인 시점으로 이 자선 사업을 운영해왔다.

“우리는 어린이들에게 경기용 자전거와 식량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룰에 따라 예의 바르게 행동하도록 교육합니다. 클럽 하우스 청소, 자전거 정비, 설비 개보수를 스스로 하는 것도 트레이닝의 일환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은 주어진 것을 갖고 있을 뿐인 나태한 인간이 될 것입니다. 

이것은 커피 생산자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의 생활이 가난하기 때문에 품질이 떨어지는 커피일지라도 산다.’라는 자세를 계속 취하면 생산자는 노력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중요한 것은 품질에 맞는 대가를 주고 사는 공정한 비즈니스를 유지하는 것이죠. 이러한 관계성이 더 오래 가기도 하고 그들도 자긍심을 가질 수 있게 돼요.”

지원이 때로 의존적인 관계성을 만든다고 생각하는 크리스토프는 생산자에게 생두를 구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투자도 한다. 1km 정도 떨어진 워싱 스테이션까지 수확한 커피 체리를 메고 운반하던 생산자를 위해서 워싱 스테이션 건설 비용에 투자한 것이다. 그러나 출자 비율은 수출 회사와 HORIZONTE, 생산자 본인이 1:1:1이다. ‘제공자와 수혜자’가 아닌 관계성이 생산자의 책임감과 주체성을 키웠다. 

Win-Win을 추구하는 크리스토프는 생산자가 안심하고 다음 해의 생산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일정 이상의 품질에만 한하여) 수확량의 대부분을 구매하기로 미리 확약했다고 한다.

“누군가에게 임팩트를 받으면 더 일할 의욕이 생기잖아요? 스위스에서는 정말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되돌려줄 수 있다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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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포트 존에서 뛰쳐나오다

약 20년간, 자전거 경기 세계에서 프로 선수로 활약한 크리스토프에게 로스터리 운영은 두 번째 직업에 해당한다. 

올림픽과 월드컵 실적, 명성이 있다면 죽기 전까지 그 업계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은퇴 후 파트너 계약을 맺은 종합 사이클링 브랜드 ‘스페셜라이즈드’에서 마케팅을 해보지 않겠냐, 매니지먼트에 관심 없냐며 제안받기도 했다. 기뻤지만 그의 마음은 익숙한 세계에 머무르기를 거부했다.

그런 크리스토프를 커피의 세계로 유혹한 것은 콜롬비아에서 만난 커피 생산자 발렌티나였다. 현재 HORIZONTE에서 취급하는 커피의 약 70%는 친구이기도 한 그녀가 운영하는 수출 회사인 ‘Siruma’에서 구입한 것이다.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는 회사에 다니면서 수출 회사 설립을 진행 중이었는데 대대로 내려오는 커피 생산자 5대손이었다. 그녀의 가족은 스페셜티 커피 생산자다. 고품질 커피를 기르는 소규모 생산자와의 연결 고리가 많은 점도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내려준 ‘인생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마신 크리스토프는 자신이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녀는 총명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성실한 비즈니스맨입니다. 뛰어난 비즈니스 감각을 지녔고 전력을 다해 일하죠. 그녀와 함께라면 특별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전부터 커피를 좋아해서 단순히 까맣고 쓴 액체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생업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커피 업계에서 일한 경험도 없고 나이도 40이 지났다. 그러나 ‘중압감 없는 인생은 질리고 마는’ 크리스토프에게 주저할 이유는 단 하나도 없었다.

“가능한 한 최상의 상태에서 시작하고 싶었기 때문에 많은 로스터리를 견학했습니다. 그래도 로스팅 기계를 보유한 뒤에는 나 하기 나름이었죠. 누군가가 만든 로스팅 프로파일을 복사, 붙여넣기 할 수는 없었습니다. 설령 같은 기종이어도 환경 조건도 생두 상태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단, 비즈니스에 관해서는 조금 쉽게 본 부분이 있었습니다. 제가 노력하면 바로 순조롭게 잘될 거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손님에게 다가가야 합니다.’라고 충고받았어요. 이것이 커피의 이동 판매를 시작한 이유입니다.”

HORIZONTE는 바리스타를 한 명 고용했는데 기본적으로 마케팅부터 영업, 이동 판매, 경리까지 크리스토프 혼자서 사업을 운영한다. 현재는 빈 건물이 된 레스토랑을 리모델링해서 ‘커피 레스토랑’ 개업을 준비 중이다. 자금은 크리스토프 본인이 내되, 운영은 지인에게 맡길 생각이라고 한다.  

“매일 다른 것을 하는 버라이어티한 워크 스타일을 좋아해요. 특정 업무만 하면 전체상이 보이지 않기도 하고요.

로스터리만으로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수입을 얻기까지 앞으로 몇 년 더 걸리겠죠. 경제적인 중압감이 그다지 없다는 의미에서 저는 행운입니다. 눈앞에 놓인 이익을 좇을 필요가 없으므로 저에게도 생산자에게도 건전한 형태로 비즈니스를 성장시킬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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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얻은 것이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

무슨 일이든 깊숙이 파면 팔수록 누군가와 나눌 수 있는 보편적인 세계가 펼쳐지기 마련이다. 자전거 경기와 로스터리 운영. 결과를 내기 위해 요구되는 스킬과 지식, 트레이닝은 마치 각개인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에 필요한 마음가짐은 공통되는 부분도 많다고 한다.

“저는 자전거 경기에서 다른 사람보다 많은 실패를 한 유형의 선수입니다. 실패를 반복하고 그때마다 수정을 거듭하며 가까스로 배워온 덕분에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반대로 어릴 때부터 하이 스펙 자전거를 타고 훌륭한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트레이닝부터 일상생활까지 꼼꼼하게 관리받은 덕분에 일찍 프로로 전향한 선수는 특정 단계 이상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케이스를 종종 봐왔습니다.

저는 선수 생활 막판 4년간 이외에 코치가 없었고 트레이닝 계획 등은 모두 스스로 세웠습니다. 그러나 코치와 지도자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마지막 4년간에도 스킬을 향상할 수 있었거든요.

비즈니스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객의 인지도와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이 부족한지, 어떤 방법을 취해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스포츠만큼 실패는 용서받지 못하지만, 우선은 스스로 이것저것 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누군가가 1부터 10까지 가르쳐 준 기술, 노하우는 그다지 몸에 익지 않아요. 그리고 막다른 벽에 부딪혔을 때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알 수 없죠.

비즈니스와 스포츠는 얻을 수 있는 ‘보수’도 비슷합니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좋은 일을 하게 되면 월말에 계좌 잔고가 늘어남과 동시에 투자로 돌릴 수 있는 돈도 늘어납니다. 성장하는 것이 눈에 보여서 알 수 있죠. 이 일로 치면 매출과 고객 만족, 스포츠로 치면 시상대에 해당합니다. 눈에 보이는 결과가 동기 부여의 근원이 됩니다.

그러나 노력이 보상받았다고 느끼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저는 항상 중간 목표를 설정합니다. 경기용 자전거로 장거리를 달린다고 하면 우선은 저 고개까지, 다음은 계곡을 넘어서…. 이런 식으로 중간중간 설정하는 거죠. 로스터리도 똑같습니다. 첫해부터 갑자기 10톤이나 로스팅할 수 있을 리 없잖아요.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고생해서 얻은 것이 아무런 노력 없이 얻은 것보다 더 가치 있다는 것입니다. 고생해서 얻은 것은 쉽게 잃지 않을뿐더러 뭔가 문제가 발생해도 노력해 온 과거가 버틸 수 있는 용기를 주죠.

한편, 지금까지 쉽게 무엇이든 얻어 온 사람은 한 번 문제가 발생하면 쉽게 포기할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처음부터 완성도가 높고 쉽게 승리한 선수는 일정 시기를 경계로 패배하기 시작하면 동기 부여를 잃고 경기를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면, 누군가에게 제공하는 것에서 그치는 자선 사업은 상대방을 위한 것이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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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을 즐기는 ‘새로운 경지’

‘인생에서 할지 말지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힘을 100% 쏟을 수 없다면 하지 않겠다.’라는 모토를 가슴에 새기고 살아온 크리스토퍼에게 완벽을 추구하는 것은 타고난 자질이었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유소년기의 추억이 있다. 어머니께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진 주차장을 청소하라는 말을 들은 크리스토프는 그 작업의 의의를 이해하지 못했다. 30분 정도 지나면 원래대로 다시 돌아올 텐데 왜 해야 하는 건지 의문이었다. 납득하지 못한 채 일단 청소했는데 낙엽이 한 장이라도 떨어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시간을 들여 만든 ‘완벽한 세계’를 바람에 날아온 낙엽이 흐트러트릴 때마다 밖에 나가서 치우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었다.이런 성격이 자전거 경기에 푹 빠진 크리스토퍼를 일반인은 도달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지금 하는 일에서 완벽주의는 마이너스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커핑(Cupping)할 때 다른 사람이 저와 전혀 다른 의견을 내기도 하므로 오픈 마인드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방법이 이것뿐이다, 이 방법이 올바르다는 설명을 해서는 안 됩니다. 어디까지나 내가 생각하기에 좋았기 때문에 추천하는 방법이라고 말해야 합니다.

스포츠 세계는 멋진 퍼포먼스를 발휘하면 그것이 결과로 바로 이어지지만, 스페셜티 커피 세계는 다릅니다. 아주 훌륭한 로스팅을 했다 해서 반드시 손님이 좋아할 거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제 보스는 손님입니다. 커피의 배경과 품질이 어떻든 간에 그것을 살지 말지 정하는 것은 손님이기 때문입니다.” 

완벽을 추구하는 크리스토프에게 ‘타협’이라는 선택지를 알려준 것은 4개의 공용어(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로망슈어)가 존재하는 스위스라는 나라의 특성이다. 스위스의 프랑스어권에 사는 독일계 스위스인인 크리스토프는 웹사이트와 상품 패키지에 자신의 모국어인 독일어와 함께 중립적인 영어를 병용했다.

“온라인 샵의 손님 비율은 독일어권과 프랑스어권이 각각 절반 정도 차지합니다. 원래 프랑스어도 포함해서 3개 국어로 기재하고 싶었는데 업무도 디자인도 너무 복잡해지고 비용도 추가되거든요. ‘만약 하나의 언어만 사용한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텐데, 영국이라면 이런 문제로 고민하지 않았을 텐데.’라고 생각한 적도 있어요. 하지만 여기는 스위스입니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것은 장점이기도 하니까요.”

승리냐 패배냐. 결승 테이프를 빨리 끊느냐 늦게 끊느냐. 모호한 것 하나 없는 세계에 오랫동안 몸담아 온 크리스토프에게는 회색을 허용할 수밖에 없는 환경 또한 지평선 너머로 이어지는 새로운 세계였다. 물론, 그곳에 자신을 녹여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크리스토프에게는 그것이 바로 모험의 묘미다.

“오늘 아침도 로스터리에서 조식을 먹으면서 패키지를 봤는데 괜찮긴 하지만 완벽하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그런 것도 받아들여야겠죠. 놀이 요소가 많다는 점이 커피 세계의 매력이니까요.”

글 : 나카미치 다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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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FAVORITE COFFEE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내 한 잔'

저에게는 하루를 시작하며 마시는 커피 한 잔이 특별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컴퓨터로 일을 조금 한 다음, 로스터리에 와서 커피를 마시죠. 혼자서 조용하게 보내는 시간은 어찌 보면 명상과 같습니다. 가끔 네 살배기 아들도 오는데 아들은 코코아, 저는 플랫 화이트를 함께 마시는 시간도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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