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오너의 고향인 토야마현에 오픈한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 Good Enough Coffee Toyama (이하 굿이너프 커피). 컨셉은 ‘여기에 모든 것이 있다’ 라고 한다. 판매 중인 모든 커피를 시음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특징적인 컨셉을 구현한 오시오 아마네씨에게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존칭 생략
브라질 농장에서 느꼈던 위화감
2014년, 오시오는 브라질에서 유명한 수출업자가 안내해준 스페셜티 커피 농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 때, 오시오는 어떤 위화감을 느끼게 된다.
「저희를 마중 나와 대접해 주는 사람들은 모두 백인이었고, 일을 하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흑인이었어요. 식민지 시절, 포르투갈계 사람들이 아프리카의 흑인들을 데려와 커피 농장을 경영했던걸 생각하니, 시간이 지나도 그 계급이 바뀌지 않은 것 처럼 느껴졌어요.」
「농원내에는 흑인 직원들의 주거 시설이나 보육 시설이 있어, 옛날과 비교하면 좋은 환경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경영자가 복리후생을 ‘주고 있다’ 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경영자가, ‘백인과 흑인의 이런 관계가 몇 세대째 지속되는 건 멋진 일이지요’ 라고 말했지만 전혀 납득이 안 됐어요.」
공정 무역을 표방하는 굿 이너프 커피는, 그 위화감으로부터 태어났다. 하지만 공정 무역을 전적으로 앞세운 것은 아니다.
「공정 무역을 큰소리 치던 비영리 단체와 교류가 있었을때 제가 신경이 쓰였던 것이 있어요. 굉장히 훌륭한 사상임에 틀림없었지만, 품질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어요. 이런 식으로 구매자의 선의에 의지하고 있는 관계는, 오히려 지속될 수 없습니다. 판매자의 경제적인 자립을 실현시켜주기 위해서는, 우선 품질을 높여 공정무역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맛있게 먹을만한 식음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제 생각에 공감해주시는 손님도 많이 계십니다. 앞으로도 잘 해줄거라 믿어주시고, 저희 가게를 찾아주고 계시죠. 로스팅이 잘 안 될 때도 따뜻한 눈으로 봐주시곤 해요. 저희의 생각을 응원해주시고 계속 가게를 찾아주시는 손님이 있는건 정말 고마운 일이죠.」
계속 추구해온 경영자라는 목표
토야마에서 커피 가게를 운영하는 부모님 밑에서 태어나 자란 오시오이지만, 결코 ‘선행 교육’ 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분명 오시오에게 커피는 친숙한 존재였지만, 자신이 커피의 세계에 빠져 들지는 몰랐다는 것.
그런 오시오에게 전환점이 찾아온 것은 중학생 때였다. 몸을 다쳐 잠시 학교를 쉬고 있을 때, 부모님으로부터 ‘여태껏 너는 흘러가는 대로 살아 왔는데, 이번 기회에 지금 어떤 세계에 살고 있는지 이 책을 통해 알아보는 것이 좋지 않겠니?’ 라는 말과 함께 책 한 권을 건네주신 것이었다.
「책 제목이나 내용이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세계에는 빈곤과 분쟁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제가 사회의 톱니바퀴가 되기보다, 힘을 길러, 세계에 무엇인가 영향을 줄 수 있게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그렇게 경영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고향의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국제적인 시야를 가진 오시오는 영어를 배울 수 있는 도쿄의 어느 대학에 진학한다.
「그때는 구체적인 꿈도 없었기에, 꿈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진 않았어요. 그렇다고 해서, 만약 그대로 고향에서 취직을 하면, 국제적으로 활약하겠다는 제 희망은 포기해야 될 것 같았어요. 그렇게 공부를 해서 도시의 대학에 가면 제 희망을 포기하지 않아도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조바심이나 공포감이 저에겐 있었습니다.」
그렇게, 오시오는 경영자라는 목적지를 향해 걷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즉, 계속 걷는 것만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미래로 가게 해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적자의 프랜차이즈 점포를 매수해 흑자로 살려내는 요식업계의 회사에 취직했다고 한다. 그 회사를 지망한 것은, 10개의 점포를 흑자로 전환시킬 수 있으면 자회사의 사장으로 독립할 수 있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꿈꾸는 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적자의 점포들은 열정 페이가 판치는 노동 환경이었던 것이다. 잔업비도 지급하지 않고, 알바생에게 여러가지 일을 밀어붙이거나, 직원이 되면 오히려 월급이 내려가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 환경에 위화감이 부풀어 올랐고, 언제 사장이 될 수 있을 지도 불투명하게 느껴졌다고. 인생의 막다른 골목을 마주한 오시오는, 문득 부모님의 일에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모두 담겨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커피를 통해 넓은 세계와 이어질 수 있고, 소규모긴 하지만 물건이나 음료를 만들고, 가게도 꾸밀 수 있습니다. 커피를 통해 세계를 향하는 루트라면 더 빨리 경영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어요. 옛날 다방 같은 부모님의 가게는 조그마한 가게로 성장이 멈춰 있던 것처럼 보이곤 했습니다. 하지만, 사회에 나와 시야가 넓어지면서 보이지 않던 곳이 보이게 되었어요. 그러니 커피를 경영자로서 성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겠다고 결정한 건 사회에 진출한 이후였죠.」
이렇게 해서 오시오는 2014년, 몇년전까지 전혀 생각치도 않았던 부모의 커피점에서 일하게 된 것이다.
「원래 알바생 한 명이 들어갈 틈도 없는 가게라, 가게를 도운다고 했을 때는, 제가 들아갈 자리도 없고, 월급도 못 준다며 거절했어요. 하지만 월급은 필요없으니 알아서 일하게 해 달라며 우겼죠(웃음).」
오시오는 PC를 잘 다루지 못하는 부모님 대신에, 매장에 게시하는 커피의 정보를 인터넷으로 전달하는 등, 가게의 경영을 개선하는데 공헌했다. 한편, 해외의 산지 방문이나, 도쿄, 뉴욕의 커피점을 돌아다니며 약 5년간 독립을 준비했다. 그렇게, 2019년 4월에 스페셜티 커피전문점 ‘굿 이너프 커피’ 를 오픈했다.
enough=충분하다 라는 말을 가게 이름에 사용한 것은, 도쿄나 뉴욕에 가지 않아도 이곳(토야마현 같은 시골)에서 모든 것을 맛볼 수 있다는 컨셉에 따른 것이다.
「저 자신도, 대도시를 동경하고 있었어요. 대도시에서 유행하는 게 좋은 것이라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죠. 그렇지만, 산과 바다가 곁에 있어 신선한 농수산물이 풍부한 토야마에는, 도시보다 싸고 품질 좋은 것들이 많이 있지요. 그래도, 정보를 입수하는 것은 도시보다 아무래도 느리기 때문에, 제가 재빠르게 정보를 흡수하여 최신의 기술을 도입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
로스팅이나 추출의 기술을 거의 독학으로 닦아 온 오시오는, ‘여기서도 해낼 수 있다’ 라고 하는 의미도 enough 라는 가게 이름에 담고 있다.
「도쿄, 뉴욕의 카페와 커피 가게를 돌아다니며 확신을 한 건, 제가 하고 싶은 가게의 스타일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오히려 제가 공정무역을 하는 시야를 갖고 있는 것이 다른 가게들과 차별화되는 점이라고 생각했죠.」
「손님들이 어디서 커피를 배웠냐고 물어보시곤 합니다. 그런데 요즘 시대의 좋은 점으로서 의욕만 있으면 어디서든 공부할 수 있어요. 부모님도 ‘옛날은 커피 콩을 셀렉하는게 힘들었고, 연줄이 없으면 살 수 없었어. 지금처럼 아무데서나 소량이라도 살 수 있다는게 믿어지지 않아. 너 복 많이 받은거야.’ 라고 하시더라구요.」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으로, 장기적으로는 낙관적으로
오시오가 부모님이 주신 책을 읽은 이후 20년이 흘렀다. 오시오는 변하지 않는 꿈이 있다고 한다.
「언젠가는 아프리카 같은 곳에 살며 현지인들의 경제적인 자립을 돕는 활동을 하고 싶어요.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예를 들면 지금 여기서 모은 돈으로 현지에 학교를 세워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오시오에게 커피는 단순한 기호식품도, 상품도 아닌, 세상을 바꾸기 위한 도구이다. 로스팅은 진심으로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은 아니지만, 한번 로스팅을 시작하면 절대로 대충 하지 않는다. 그 성격은, 매장에 진열된 10여 종류의 원두가 말해 주고 있다.
「모든 커피에 대해, 향기를 맡고 시음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시음할 수 있는 종류를 한정하면 손님들의 선택 폭이 좁아질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제 모토는 범사에 철저하게 일을 하는 것입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당연한 일을, 누구나 할 수 없는 최고의 수준으로 처리하고 싶어요. 특별한 일을 하기보다는, 그런 것들을 제대로 할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차별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게에서 다양한 상태의 커피를 판매하고 있는 것도 오시오의 성향이 스며들어 있는 듯 하다. 농장에서 조금 상태가 좋지 않거나 사이즈가 규격외인 농작물을 싸게 파는 것과 같이, 자신이 로스팅한 원두 중에서 납득 할 만한 품질은 아니지만, 일정 품질을 만족하고 있다고 판단한 커피콩은, 정가의 30~50%의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제 나름대로의 변명, 속죄일지도 몰라요. 같은 콩이 최종적으로 같은 가격으로 팔리는 경우는 있을겁니다. 하지만, 최종적인 상품으로 판매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여러 가지 사정이 생기곤 하지요. 저는 그런 과정들도 투명하게 하기 위해, 원두의 질에 따라 판매하고 있어요.」
세상에 전달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손님이 물어보지 않는 한 굳이 오시오는 자신의 가치관을 전달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게 내의 모니터를 통해 커피 생산지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내보내곤 한다. 손님이 흥미를 가질만한 계기는 자연스럽게 준비해놓은 것이다.
「인종 간 계급적 차이, 커피 콩 거래의 불평등한 역학관계, 식민 지배 시절부터 내려오는 커피 회사를 보며, 그들은 아직도 사람을 착취하는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이 업계에 있으면서, 그 문제를 못 본 체 할 수는 없어요.」
「저는 항상, 잘 풀리지 않는 것에 시선을 돌리고, 위화감을 깨닫는 인간이고 싶습니다. 그래서, 손님중에 공정 거래와 관련된 얘기를 듣고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네요’ 라고 말해주시는 분이 계시면 기쁩니다.」
오시오에는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으로, 장기적으로는 낙관적으로’ 라는 신조가 있다.
「사람이 부정적이기만 하면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가질 수 없고, 사람이 낙관적이기만 하면 개선점이 생기지 않습니다. 그 밸런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직 커피 업계의 현실에 대해 아무것도 공헌한게 없어 아쉽지만, 제대로 노력하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믿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많이 해나가고 싶어요.」
‘경영자’ 라고 하는 목적지를 향해 걷기 시작한 지 약 20년. 지금도 자신을 세계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다고 믿는 오시오. 그런 확신이, 짊어지지 않아도 되는 짐을 짊어지고 사는 오시오를 지탱하고 있을 것이다.
글 : 나카미치 타츠야
사진 : 아이카와 켄이치
번역 : 박치언
MY FAVORITE COFFEE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내 한 잔'
카페인에 약해서 커피를 많이 마시면 잠을 못자는 체질이에요. 그래서 커피가 맛있긴 해도 쉬는 날에 커피를 마시지는 않곤 합니다. 저는 이렇게 커피를 잘 못 마시는 사람의 심정을 알 수 있는데, 다른 카페의 오너들은 이것을 잘 못 느끼기에, 제가 가진 장점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참고로 가장 인상에 남는 커피는, 커피를 생산하는 동티모르의 어느 마을에서 마신 커피였어요. 전기나 가스, 수도, 시계, 도로가 낙후되어, 현대 사회라고 믿기 힘들 정도였어요. 그곳의 여인들은 장작에 볶은 원두를 절구에 으깨어 넬드립으로 내리고 있었지요. 하나하나 작업이 엉성하고 대충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완성된 커피를 마셔보니 잡맛이 없고 너무 맛있었습니다.
그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농작물을 돈으로 보답받으려는 의식이 별로 없고, 자신이 마실 용도로 가장 좋은 콩을 선택하고 있던 것도 맛있었던 이유의 하나일지도 모르겠어요. 풍족하지 않을지는 몰라도, 모두 웃는 얼굴로 우아하고 기품있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것에 인생의 풍요로움을 느꼈답니다.
Good Enough Coffee Toy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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