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서 인기 있는 스페셜티 커피카페 Father Carpenter와, Silo의 오너 3명이 모여 2016년에 창업한 피오르드 커피 로스터리. 셋 중에서, 새롭고 독특한 커피를 탐구하는 창업자 크리스텐에게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고품질의 커피를 모든 사람에게
피오르드 커피는 특이하고 색다른 커피의 풍미를 찾아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근간에는, 베를린에서 인기 있는 스페셜티 커피 카페인 Father Carpenter와 Silo에서 영향을 받았다.
「두 카페의 오너 3명이, 잘하는 것과 서투른 것을 서로 이해한 다음, 각각의 강점을 발휘하고자 피오르드 커피를 창업했어요. 커피와 상품을 파는 법을 잘 알고있는 저, 그리고 영업과 홍보를 잘하는 모건, 마지막으로 광고 문구를 쓰거나 경영 전략을 제안하고 검증할 수 있는 제임스가 힘을 합쳤지요. 이렇게 저희들은 서로 다른 특기를 가졌기에, 함께 하나의 로스터리를 만들어 팀으로서 일하는 게 잘 될 것 같다고 생각했지요.」
그렇게 결단을 내린 배경에는, 전부터 크리스텐이 느끼고 있던 문제 의식이 있었다.
「비즈니스는 복잡합니다. 상품뿐만 아니라 서비스나 커뮤니케이션과 같은 여러 요소가 얽혀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업계에서는 커피나 서비스와 같은 일부분만 집중해서, 다른 면이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저희가 팀을 통해 하나의 로스터리를 만든 것은, 그런 빈 틈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했습니다.」
한 로스터리에서 Fjord(피오르드)와 Field(필드)라는 전혀 다른 두 브랜드를 내놓는 점에도, 이들의 철저함이 느껴진다.
「쉽게 말해 박스에 담겨 파는 피요르드는, 특이한 정제법을 통해 독특한 풍미를 제공하는 브랜드에요. 저에게 있어서 자연이나 탐험의 상징인 피오르드에는, 부드럽거나 거친 표면, 새로운 것이나 두근거리는 것, 그 모든 것을 통틀어 미지의 세계로 탐험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지요.」
「한편, 봉투에 포장되어 있는 필드는, 커피를 잘 아는 사람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치를 알 수 있는 커피를 취급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두 브랜드의 방향성은 전혀 다르지만, 서로를 보완하는 존재이기도 해요. 고품질의 커피를 모든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해, 피오르드와 필드가 공존하고 있는 것이지요.」
「또, 2개의 브랜드를 가지는 것으로, 엘살바도르나 과테말라의 커피 생산자를 도울 수도 있어요. 농장에서 커피를 매입할 때, 생산자에 대한 지불 금액을 늘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수많은 생산자, 예를 들면 생산자 50명에게 커피를 조금 씩 사는게 아니라, 생산자 7~8명에게 상당한 양을 각각 사들이고 있지요.」
커피 농장에서, 최고 품질의 커피만 수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바이어가 최고 품질의 커피만 사려고 하면, 생산자는 경제적 안정을 확보할 수 없어질 것이다. 그래서 크리스텐과 그 동료들은 필드라는 브랜드를 통해 다양한 품질을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커피업계에서는 생산자를 돕는 척을 하는 그린 워싱(친환경적인 척하는 사람들의 위선)이 횡행하고 있지만, 진심으로 생산자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저희가 선택해야할 길은 분명했습니다.」
시장에 받아들여진 미지의 존재
그렇게 말하는 크리스텐이지만, 원래부터 커피의 세계에 발을 들일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15살 때부터 동네의 카페가 여는 커피 세미나를 다니고는 했는데, 이것도 사실 카페를 운영하는 아버지가 억지로 시킨 것이었다.
「당시 저는 고등학생이었는데요, 만약 제가 선택권이 있었다면 그 시간엔 스케이트 보드를 타러 갔을 거예요(웃음). 그래도 거기에 다니다 보니 본격적으로 커피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죠. 열정을 갖고 있었다기 보다는 호기심이 생겼다는 느낌이었답니다.」
하지만, 가족 대부분이 요리사를 직업으로 하고 있고, 어린 시절에 많은 시간을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보낸 크리스텐에 있어서, 커피의 길에 들어선 것은 어떻게 보면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제 동생은 고향의 레스토랑에서 일했고, 삼촌도 유명한 셰프였기 때문에 항상더 좋은 요리를 만드려는 자세는 저희 가족에게 당연한 일이었어요. 그러한 주위 환경을 통해, 상품의 품질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가치관을 형성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무엇인가에 이끌리듯이, 크리스텐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멜버른에 이주해 카페에 취직했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커피 산업에 종사하게 되었다.
「다만 저는 커피의 기계나, 그 기계가 만들어주는 수치에 관심을 가진 게 아니라, 사회를 움직이는 커피의 역동성에 관심이 끌렸어요. 한편, 멜버른에서 수준이 높은 카페에서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커피 추출과 요리 경험이 풍부했던 덕분이었던 것 같아요.」
이후 런던과 멜버른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로스터리에서 일하면서, 독립적으로 자신의 가게를 갖는다는 목표는 점차 현실로 다가왔다.
「호주에서는 카페를 여는 데 많은 돈이 필요합니다. 그 중에서도 카페 문화가 침투하고 있는 멜버른은 경쟁이 심해요. 카페를 성장시키고 발전시키기 위해서 수많은 돈이 멜버른에 쏟아지고 있답니다. 그러니 사람들이 정말 놀랄만한 가게가 아니면 소리소문없이 묻혀버리고는 합니다.」
그러다 20대 초반(2000년대 후반)에, 크리스텐은 장기 휴가차 베를린에 들르게 되었다. 지금 베를린에 있어서의 스페셜티 커피는 매니악한 취미에서 하나의 문화로 바뀌고 있지만, 당시에 제대로 된 스피셜티 커피의 카페는 한 곳 정도 밖에 없었다고 크리스텐은 말한다. 그런 크리스텐은, 왜 베를린에서 가게를 열게 되었을까.
「제가 시장조사를 해 본 결과, 당시 스페셜티 커피의 카페는 유럽 전체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찾아보기 힘들었어요. 특히 베를린은 인구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레스토랑과 같이 식음료를 취급하며 테이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적었지요.」
「베를린이라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브런치와 디저트를 제공하는 Father Carpenter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제 예측은 적중했지요. 목이 좋은 자리이기도 했지만, 베를린 사람들에게 스페셜티 커피라는 미지의 존재가 좋은 인상으로 받아들여졌는지, 창업하자마자 사업이 잘 풀렸어요.」
독특함을 낳는 유연한 가치관
생산자로부터 질 좋은 커피 생두를 구매할 뿐만 아니라, 생산자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협동하여, 새로운 커피를 개발하고 있는 데도 피오르드 커피의 개성을 느낄 수 있다. 피오르드 커피가 콜롬비아의 땅을 사서 엘살바도르 생산자와 힘을 합쳐 시드라, SL28, 게이샤 등 수많은 종류의 커피를 키우려는 것은 좋은 예이다.
「콜롬비아는 세계 정상급의 커피 생산지이고, 맛도 정말 좋아요. 하지만, 콜롬비아에서 대량으로 커피를 구매하는 것에 있어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건조가 덜 되어, 커피가 재가습되어 버리는 문제점이 따라다니기 때문이죠. 이것은 생산자의 노력에 의해 개선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높은 고도나 습기가 많은 기후에 의한 것이에요.」
「생두와 원두의 수명, 그리고 커피 한 잔의 퀄리티를 결정하는 것은, 커피를 수확하고 나서 수출할 수 있는 생두가 되기까지의 과정입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커피를 얼마나 건조시키느냐(건조 과정과 건조 시간)가 관건이에요.」
「따라서 생두의 세포 구조에 손상을 주는 재가습은,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데 있어 치명적입니다. 재가습된 커피를 수입할 경우, 몇 달 후에는 나무 같은 맛이 되기도 할 정도에요. 모처럼 생산자가 훌륭한 커피를 내어 줬는데, 재가습 하나 때문에 유통기한이 매우 짧아지는 것이죠.」
피오르드가 콜롬비아에서 새 농장을 사들이려 한 것은 그러한 문제점을 정제 프로세스를 통해 해결하기 위해서이다. 그러한 발상은, 그들이 사물의 본질을 중요시하고 깊이 생각하기에 태어나는 것일 것이다.
「커피 업계에서, 고품질의 커피는 반드시 워시드로 정제돼야 한다는 사람이 꽤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러한 생각을 절대로 반대해요. 정제 방법 등에 비정상적으로 집착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맛입니다. 어쨌든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면, 사람들의 기분이 좋아지니깐요.」
수단을 목적으로 삼지 않고, 쓸모 없는 일에 구애받지 않는다. 그렇게 자유롭고 유연한 그들이 가치관이, 희귀한 커피를 만들어내는 피오르드를 이끌어 나갈 것이리라.
글 : 나카미치 타츠야
번역 : 박치언
MY FAVORITE COFFEE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내 한 잔'
1년 365일, 저는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 행복을 느껴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내린 커피를 아내와 함께 마시는 시간보다 최고의 시간은 없지요. 커피와 요리의 가장 큰 목적은, 사람들과 멋진 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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