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YPICA GUIDE
FINETIME COFFEE ROASTERS 곤도 타케시

FINETIME COFFEE ROASTERS

곤도 타케시

철저히 노력해온 사람의 내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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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교도역 앞, 활기찬 중심가의 골목길을 조금 들어가면, 곤도씨의 가게를 찾을 수 있다. 입구가 안쪽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어, 아는 사람만 아는 술집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나는 곤도씨가 개업하기 전부터 어떤 소문을 들을 수 있었다. 외국계의 금융 회사에서 퇴직하고, 야심차게 로스터를 시작하려는 사람이 있다는 소문이었다. 그렇게 개업 후 얼마 되지 않아, 대만의 국제 대회에서 우승하거나, JCRC(일본의 로스팅 대회)에서 준우승을 하는등, 그 실력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그리고 TYPICA에게 있어 곤도씨는 은인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곤도씨는 TYPICA의 첫 커핑 장소로 자신의 가게를 사용하게 해 주셨고, 우리를 통해 생두를 최초로 구입하신 분이기도 하다. 그렇게 많은 연락을 주고 받았지만, 차분히 이야기를 듣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나무의 뿌리마냥 끊임없이 나오는 놀라운 삶의 여정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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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세계라서 재미있다

「대학 졸업 후 버블 최전성기에 세종 그룹이라는 회사에 입사했어요. 옛날부터 음악이나 영화 등 서브 컬처를 좋아했고, 그에 맞춰 세종 그룹은 문화적인 컨텐츠에 주력하고 있었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창업자인 츠츠미 세이지씨의 마인드를 동경하는 것도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입사한 지 2년 만에 급작스럽게 런던으로 건너가게 되었어요. 노무라 증권의 연수 유학이였지요. 저는 죠치대학의 이과를 졸업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영어도 숫자도 가능한 인재’ 라는 이미지가 있었는지, 연수생으로 선발되었던 것입니다. 연수에서 일본인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는 영어가 늘지 않는다고 생각해, 영어 회화학원에 다니게 해 주도록 회사와 교섭을 하기도 했어요. 런던에서 했던 일의 절반은 영어회화의 연습이었답니다.」

「런던에는 반년 정도 있었는데, 귀국해서 회사의 자금을 관리하는 재무 부서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전혀 모르는 것들이 넘쳐나서 재미있었어요. 일본에서는 아직 버블 경제가 계속되고 있었던 시절이었는데요, 홍콩이나 싱가포르의 해외 사업부를 도맡거나, 인터컨티넨탈 호텔의 매수 건을 담당하기도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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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중에 또 해외에 나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당시 일본 기업은 해외 대학에 사람을 많이 보내고 있었는데, 세종 그룹에도 그러한 제도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사내 시험을 치렀더니 합격할 수 있었어요. 좋은 대학에 가야 기업 내외부에서 홍보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회사에서 일하면서 1년간 수험 공부를 한 끝에 미국 미시간대학의 MBA에 합격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2년후 MBA를 취득하고 미국에서 귀국했을 때, 버블 경제는 주저앉고 있었고, 세종그룹도 제가 인수를 맡은 인터컨티넨탈을 매각하는 느낌이 들어, 외국계 금융 기업으로 이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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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기업은 일본 기업과 문화가 전혀 달랐어요. 1년동안 성과가 없으면 해고당하는 세계입니다. 하지만 그것도 아무것도 아는 게 없는 세계였으니, 재미를 느껴 결국 10년정도 근무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금융 같은 것에 전혀 관심은 없었지만, 어찌저찌 일을 즐기고 있었지요. 관심있는 일을 하는것 보다는, 주어진 장소에서 어떻게 재미를 찾는 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지금은 우연히 흥미를 갖고 있는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하기도 하지만요.」

오히려 아무것도 아는 게 없을수록 재미를 느껴 탐구하기 시작한 곤도씨. 그러한 호기심은 커피의 세계에서도 되살아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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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스스로 해내다

「그러다 보니 제 손으로 뭔가를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먹는 것이랑, 문화 생활을 좋아하니까 둘을 융합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그러던 시절에 스페셜티 커피 한 잔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커피가 가진 생산지의 개성이나, 아름다운 신 맛에 충격을 받은 것이죠. 스페셜티 커피의 세계는 제가 좋아하던 음식 분야와 통하기도 해서 무척 마음이 끌렸습니다.」

곤도씨는 새로운 ‘아무것도 아는 게 없는 세계’ 를 발견해, 탐구하기 시작했다. 많은 로스터리를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커피를 마시고, 수많은 세미나를 수강하며 철저히 지식과 기술을 익혔다. 그리고 2016년에 드디어 개업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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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에 있던 사람들이 음식점을 개업하면 돈만 내고 아무 손도 까딱하지 않을 때가 많지만, 반대로 저는 다 제가 했어요. 커피는 물론, 당시에는 음식도 제공 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과자나 빵도 처음부터 배웠습니다. 저는 뭐든지 철저하게 하는 스타일입니다. 그게 더 재밌잖아요. 아까 문화 생활을 좋아한다고 말씀드렸는데, 예를 들어 영화라면 좋아하는 영화의 감독을 찾아 비슷한 영화들을 빠짐없이 보곤 했어요. 옛날에는 쉬는 날에 하루 세 편 이상씩 보기도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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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곤도씨의 문화적인 내공에 이끌려, 가게에는 유명 스타일리스트 등 문화인도 많이 방문한다. 그리고 곤도씨는 음악에 대한 조예도 깊다. 젊은 무렵 펑크 음악에 심취해 있었기에, 뉴 오더의 곡 이름을 본받아 FINE TIME 이라고 하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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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인 맛

회사원 시절에 느낀 경험들은, 곤도 씨가 만드는 커피의 맛을 향상시키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외국계 금융기업에 다니던 10년 동안, 돈은 꽤 벌 수 있었기에 좋은 것들을 먹고 살았어요. 그래서 미각은 많이 단련된 것 같습니다. 커피를 전문적으로 하는 것에 있어, 일류 음식을 먹어본 경험들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초밥이든 튀김이든 일류라고 할 수 있는 가게들은 무엇인가 차원이 다를 정도로 레벨이 높습니다. 저는 커피에서 그 수준의 영역을 지향하고 있어요. 이렇게 소비자들에게 있어 일류의 커피는 일류 레스토랑에 비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훌륭한 음료라고도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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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곤도씨는 로스팅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단기간에 로스팅을 잘 해내는 것, 그리고 재현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했기에 처음에는 철저하게 데이터를 분석하고 도전과 실패를 반복했습니다. 감각에 의지하기에는 오랜 세월 동안 커피를 만들고 있는 사람의 감각을 이겨 낼 순 없었으니깐요. 또한 생산지마다 이상적인 맛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을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저의 이상적인 커피 맛은, 굉장히 섬세하기 때문에 동업자라도 그 맛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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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커피에 대한 탐구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저는 JCRC에서 일본 2위를 수상했지만, 아직 1위는 수상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추후에는 거기에 도전하고 싶어요. 대회에 나감으로써 인맥이 생기고 정보도 얻을 수 있기에, 계속 나가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생산지에도 관심은 있습니다. 얼마 전 집 뒤뜰에서 커피를 재배하고 있다는 필리핀 사람이 제게 생두를 가져왔는데 놀랍게도 굉장히 맛있었어요(웃음). 발효도 직접 했다고 하더군요. 그런 독특한 롯들을 로스팅하는 것도 재미있어요.」

필자는 곤도씨로부터, 좋은 것이라면 무엇이든 받아들이는, 그릇이 큰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곤도씨를 찾아가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 것도 수긍이 간다. 그것은, 곤도씨가 다양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탐구해 온 경험을 그의 가게에서 직접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곤도씨의 ‘이상적인 맛’을 확인하러, 그리고 음식과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자, 오늘도 많은 사람들은 교도역의 골목으로 빨려 들어간다.

글 : 야마다 아야네
번역 : 박치언

MY FAVORITE COFFEE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내 한 잔'

평소 품질 체크를 위해 직업적으로 커피를 마시기 때문에, 그 이외엔 별로 마시지 않아요. 최근에는 코로나 사태로 어려워졌지만, 이전에는 여행지에 제 커피를 가지고 가서 숙소에서 커피를 내리고, 아침 식사 후에 천천히 마시곤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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