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pping Spoon 케빈 / 빈센트

Cupping spoon

케빈 / 빈센트

새로운 문을 열어보지 않겠는가? 호기심이 키운 커피 업계

이탈리아의 밀라노, 일본의 교토 같은 정취가 있는 대만의 옛 도읍 타이난은 역사적인 건축물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거리가 매력인 관광지로 유명하다. 맛집이 많은 곳으로도 알려져 맛집 투어를 여행의 주목적으로 방문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Cupping Spoon(咖啡匙)은 타이난의 주택가에서 2013년에 창업했다. 아직 스페셜티 커피가 흔하지 않던 당시, 배움의 기회를 통해 소비자에게 커피의 매력을 알리기 시작한 것이 Cupping Spoon의 원점이다.

지금은 프로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 주력하고 있으며, 1년에 총 100명 이상의 수강생이 배우는 ‘칼리지’를 개최한다. 이곳은 커핑 세계대회(WCTC)의 우승자와 핸드드립 세계대회(WBrC)에서 3번의 상위권 수상을 거머쥔 실력자 등도 배출했다.

‘커피 연구소’와 같은 측면도 있는 Cupping Spoon이 지향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창업자인 빈센트와 카페 점포 매니저, 생두 구매, 로스팅을 담당하는 케빈에게 물어보았다.

품질이 곧 핵심가치

소비자가 커피는 농산물이라고 감각적으로 이해할 기회는 그렇게 많지 않다. 채소와 과일처럼 수확 당시와 같은 모습으로 가게에 진열된 것이 아니라 커피 체리에서 탈곡, 정제, 로스팅, 추출을 거쳐 커피 한 잔에 이르기까지 그 모습을 확연하게 바꾸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소비자에게 가까운 로스팅조차 그 공정이 보이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 점에서 로스터리와 카페가 합쳐진 Cupping Spoon의 모습은 독특하다. 통유리로 된 로스터리 실내는 옆을 지나다니는 사람과 차에서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 한편, 안쪽에 있는 카페는 집 거실 같은 인테리어도 한몫하여 더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었다. 

케빈 “일반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제조 현장의 이면을 보여줌으로써 커피 한 잔에도 진지하게 임하는 전문가 집단이자 신뢰할 수 있는 가게라고 인식되고 싶습니다.”

무역회사도 겸하고 있는 Cupping Spoon에서는 생두 구매부터 판매, 로스팅, 카페 운영에 이르기까지 일관적으로 커피 공급망에 관여한다. 스페셜티 커피 협회(SCA) 공인을 받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교육 기관을 운영하는 것도 특징중 하나다. 건물 하나를 임차하여 2층에 연습실과 강의실을 갖추고 있다.

빈센트 “Cupping Spoon의 강점은 전문성입니다. 우리는 커피의 맛과 강의의 질로 승부하며 손님들도 우리의 맛을 평가, 신뢰해주십니다. 마케팅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의 핵심 가치는 커핑 스킬입니다.

Cupping Spoon의 맛을 신뢰해 주신 손님들은 스스로 다른 사람에게 입소문을 내주십니다. 우리 카페가 있는 곳은 상업지역과 관광지가 아니며 결코 교통편이 좋은 것도 아니라서 겸사겸사 들리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Cupping Spoon에 오는 것을 목적으로 한 손님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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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을 통해 탄생하는 ‘애정’도 있다

대학원 졸업 후, 대만의 가장 큰 식품 회사에서 커피 연구와 교육을 했던 빈센트는 사람들의 커피 수요가 변화하는 트렌드를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레귤러 커피와 캔 커피 같은 저렴한 커피만으로는 질려서 더 품질 좋고 맛있는 커피를 원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좋은 비즈니스의 기회가 있다고 본 빈센트는 2013년에 다양한 산지의 개성을 즐길 수 있는 싱글 오리진 커피를 널리 알리고자 Cupping Spoon을 창업했다.   

그러나 아직 대만의 스페셜티 커피 시장은 초창기였다. 새로운 것이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래서 빈센트는 소비자 교육에 주력하기로 했다. 창업 전, SCA의 전신인 조직(SCAA)에서 강사로 일했던 빈센트에게는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커핑을 통해 미각을 단련할 기회를 제공하는 강의와 집에서 손쉽게 맛있는 커피를 내리는 방법을 가르치는 강의. 각각 주 1회씩 진행하는 2개의 체험형 강의를 개설하여 배움을 통해 커피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 결과, 단골은 조금씩이지만 꾸준히 늘어났다. 

그로부터 약 10년이 지났다. 커피의 지식을 얻을 기회와 품질 좋은 생두의 선택지가 늘어나서 대만의 스페셜티 커피 시장은 확대되고 있다. 빈센트가 말하길, 카페 개업이 일종의 트렌드처럼 되었다고 한다.

창업 이듬해부터 프로를 대상으로 하는 강의를 시작한 Cupping Spoon에서는 개설 빈도를 월 2~3회로 늘리고 카페 개업이 목표인 사람과 커피와 관련된 각종 대회에 나가고 싶은 사람을 위해 배움의 기회를 제공해 왔다. 현재는 개설한 강의의 상당수가 프로를 대상으로 한다. 

“커피와 관련 없는 일을 하던 사람도 무언가 계기를 통해 커피에 매료되어 꿈을 이루기 위해 카페를 여는 케이스를 종종 봤습니다. 물론 생계를 위해서는 수익이 있어야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커피가 좋기 때문이라는 동기로 시작합니다. 자기 손으로 새로운 것을 창출하고 싶다는 마음도 그들을 창업으로 이끄는 것이겠죠.”  

Cupping Spoon에서 일하는 직원의 대부분은 강의에 수강생으로 참가한 것을 계기로 입사했다. 그중 한 명이 대학 졸업 후에 입사한 케빈이다. 핵심 멤버인 케빈은 입사 6년 차로, 점포 매니저이자 에스프레소, 라테 아트를 가르치는 강사이기도 하다.

케빈 “Cupping Spoon과 다른 카페의 가장 큰 차이점은 커피에 관한 지식을 업데이트하는 스피드입니다.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배우고 쌓아온 지식과 경험이 재산이 됐다는 실감이 보람으로 연결됩니다. 다른 업계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인제 와서 다른 업계에서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것은 아깝잖아요. 저도 대학을 막 졸업했을 때는 제 가게를 여는 것이 최종 목표였는데, 커피에 관여할 수 있다면 카페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느꼈어요.”

빈센트 “결국, 우리가 제공하는 것은 생활 체험입니다. 배움을 통해 커피가 좋아진 사람도 많이 있듯이 커피 업계를 발전시키는 방법은 단순히 커피를 제공하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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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성이 퍼포먼스를 최대화한다

직원이 주체성을 갖고 일하는 환경 조성을 지향하는 Cupping Spoon에서는 각 직원에게 담당 고객/거래처를 할당하고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자신의 노력이 보수로 돌아옴으로써 회사에 공헌한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하기 위함이다. 각자가 자신의 역할에 얽매이지 않고 일을 하며 영업 능력과 교섭 능력을 갈고닦아 독립한 후에도 자립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기를 바라는 의도도 있다. 

Cupping Spoon은 자신들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고용 형태와 직함과 같은 틀에서 벗어나는 유연한 방식을 선택했다. Cupping Spoon에서 독립 후 공부 겸 무급으로 도우러 오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출장 수업을 하러 오는 프리랜서 강사와 Cupping Spoon의 상품 판매를 대행하는 사업자도 있다. 

“독립한 직원과 동종 업자는 우리의 라이벌도 적도 아닙니다. 예를 들어 만약 Cupping Spoon의 직원이 독립하여 카페를 차렸다고 해도 우리는 그들에게 생두를 공급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Win-Win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이 일관적으로 커피 공급망에 관여하는 우리의 강점이기도 합니다. 

애초에 대만의 커피 시장에서 스페셜티 커피의 점유율은 매우 낮습니다. 지금도 아직 많은 사람이 커머셜 커피를 슈퍼에서 삽니다. 그 시장 규모는 유통 금액 기준으로 스페셜티의 수백 배 이상입니다. 이런 단계에서 동종 업자와 경쟁할 상황은 아니며 아직 성장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Cupping Spoon에서 추출과 시음 등 커피에 관한 각종 기술을 겨루는 대회 참가를 직원에게 장려하는 것도 자기 개발을 위한 안성맞춤의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회에 참가함으로써 커피에 임하는 자세가 변하기 때문입니다. 대회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우리가 제공하는 강의를 몇 차례 듣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자발적인 연습과 학습에 힘써야 합니다. 대회라는 기회를 활용하여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인맥을 만드는 것이 창업을 할 때에도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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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보람을 만드는 다이렉트 트레이드

일본의 무역 회사에서 비즈니스의 노하우를 배운 빈센트는 코스타리카와 파나마의 생산자에 한하여 다이렉트 트레이드를 시작했다. 매년, 현지에 방문하여 현지 협력사를 통해 생산자에게 직접 구매한다.

“항간에는 생두에 관한 불확실한 정보가 넘쳐서 그것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구매 대금을 지불하고 생두를 받았을 때 비로소 품질이 나쁘다고 깨달은 적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스스로 현지에 가서 생산자와 만나 커핑을 하면 그런 걱정은 필요없습니다. 생산자에게 자신들이 좋아하는 맛을 직접 전할 수 있다는 점도 다이렉트 트레이드의 매력이죠. 

생산자를 서포트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품질 좋은 커피콩을 비싼 가격에 구입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수입이 늘어나면 투자할 여력이 생기거나 동기부여가 높아지기도 합니다. 그것이 나아가 수입이 늘어나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기 때문이죠. 지금은 우리 같은 소규모 사업자라도 무역회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규모가 작은 편이 섬세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고요.”

Cupping Spoon과 거래를 시작하여 생활 수준이 현저하게 개선된 코스타리카 생산자도 있다. 2017년에는 경제 상황이 나빠서 충분한 생산 설비가 없는 생산자가 많았다. 그러나 Cupping Spoon이 새로운 설비 구매 자금을 빌려준 덕분에 품질은 좋아졌고 멋진 집을 만들었으며 아이들이 악기를 배우는 등의 여유가 생겼다고 한다. 

“이런 임팩트를 줬다는 느낌은 우리가 활동하는 근원이 됩니다. 우리가 평소에 별생각 없이 접하는 커피의 반대편에는 좋은 커피콩을 만들어 주는 생산자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더 좋은 커피를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세계의 심오함을 알면 사람은 변한다

대학원 졸업 후, 식품 회사에서 커피 연구를 시작한 것이 빈센트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커피 세계의 심오함에 매료되어 약 20년이 흘렀고 빈센트는 커피 외길을 걸어왔다.

“창업 초기에는 한 잔 한 잔 맛있는 커피를 내리는 것만 생각했었어요. 다른 도시에 비해 입맛이 고급이라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타이난의 지역 특성이 도움을 준 부분도 있겠지요. 손님을 모으는데 그다지 고생하지 않고 조금씩 손님 수를 늘릴 수 있었습니다.”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목재를 가져오게 하고 일을 지시하고 일감을 나눠주는 일을 하지 말라. 대신 그들에게 저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줘라.’라는 말을 남긴 프랑스의 소설가 생텍쥐페리. 더 넓은 세계와 더 깊은 세계를 알고 싶다고 소망하는 마음은 주로 배움에 의해 길러지는 것이다.  

“이 업계가 변화해가는 스피드는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입니다. 제가 처음 커피를 접했을 무렵, 스페셜티 커피는 한 종류라도 찾으면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품종과 정제 방법의 차이, 농원과 생산자의 개성 등 다양성이 넘칩니다. 멈추지 않고 새로운 것을 세상에 내놓는 이 업계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지요.”

글 : 나카미치 다쓰야

MY FAVORITE COFFEE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내 한 잔'

케빈 : 휴일에 제가 내린 커피를 부모님과 함께 마실 때 기쁩니다. 농담처럼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부모님께 맛있는 커피를 내려드리기 위해 저는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두 분 모두 몸 상태가 좋지 않으셔서 커피를 그다지 마시지 못하시기 때문에 그 시간이 더욱 소중합니다.

빈센트 : 여태껏 접해보지 못한 맛의 커피를 발견했을 때 행복합니다. 예를 들어 대만에서 스페셜티 커피가 별로 유명하지 않았을 무렵에 어쩌다 게이샤를 마셨는데 매우 신선한 풍미가 느껴져서 바로 좋아하게 되었죠. 생산지에 갔을 때도 예상을 뒤집는 발견이 있으면 기분이 들뜹니다. 이 커피를 대만의 손님께 소개해드려서 매력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샘솟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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