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콩이 가진 고유한 매력을 그대로 이끌어내는 로스팅을 통해, 하이톤의 과실 맛과 자연스러운 달콤함이 느껴지는 커피를 제공하는 가고시마현 가고시마시의 Blue Beans Roastery (이하, BBR). 스태프들의 발랄한 웃음이, 가게의 스타일리쉬하고 무기질한 공간에 색채를 입히고 있다. 그런 BBR의 로스터 겸 점장을 맡고 있는 사카시타 켄스케씨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존칭 생략
우리 가게의 팬이 되게 하자
뒷맛이 순한 커피. 감칠맛이 있고 쓴 커피. 깔끔하고 프루티한 커피. 일체감이 있고 밸런스가 좋은 커피. 이렇게 각각의 맛을 가진 커피를 소개하는 점에서도, BBR은 손님의 눈높이를 생각하고 있다. 이렇듯 BBR은 매니아스럽고 문턱이 높은 느낌을 주지 않는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이다.
「쓴 커피를 싫어하는 분들에게는, 섬세한 신맛과 과실미가 있는 커피를 추천하고 있습니다. 마시기 좋으며, 깔끔하고 달콤한 커피라고 말씀드리며 권하고는 하지요. 왜냐하면 풍미에 대해 열심히 설명해봤자, 스페셜티 커피가 익숙하지 않은 손님에게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으니깐요. 손님이 커피를 마시고 돌아가실 때, 커피가 어땠는지 물어보고, 만족하신 분에게는 더 자세한 정보를 말씀드리고도 있답니다.」
BBR은, 커피를 마시지 않는 손님들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친구와 수다를 즐기고, 단 것을 먹고 싶어하는 손님들에게도 아늑한 공간을 만들어,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도움을 드리고 싶어요. 접객을 할 때 의식하고 있는 것은, 손님들이 저희들의 팬이 될 수 있게 하는 것을 의식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재방문한 손님에게 ‘저번에 라떼 시키셨었죠?’ 라고 먼저 말을 걸고는 합니다.」
「그러한 말 한마디에 손님들의 기분이 달라지고는 해요. 서로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내고, 그렇게 기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서로의 신뢰관계를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단골의 이름이나 취향을 미팅에서 공유하고, 단골이 오면 다른 스태프들도 소개를 시켜 주거나 한다고. 손님을 손님보다 더 접대하는 것이 BBR의 스타일이다. 사카시타 자신도, 손님들과 아는 사람처럼 편하게 소통을 하자며 그때그때 스태프들에게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사카시타는 커뮤니티를 위한 활동에도 관심이 있다고 한다. BBR에서는 플라스틱 저감의 일환으로, 마이 컵을 지참한 손님에게는 20엔(200원)의 할인을 해 주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모인 돈은 초등학교에 나무를 심거나, 보도를 포장을 위한 기부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마이 컵으로 커피를 마셔 마을과 거리의 경관이 좋아지는 것을 직접 느낄 수 있으면, 마을에 더욱 더 애착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희와 같은 움직임이, 도시락 가게 등 다른 가게에도 확산되어 가는 것이 이상적일 것 같아요. BBR 커피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거리 조성에 부담 없이 참여하고, 새로운 연결고리가 생기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열정을 기울일 수 있는 일을 찾아서
대학에서 장애인 교육에 대해 배워, 자신의 미래를 전공의 연장선상으로 생각하고 있던 사카시타였지만, 교육 실습에 참가해 보고 진로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일주일간 참여한 어린이집 교생 실습에서는, 마지막 날에 보육 프로그램을 짜는 설정 보육이라는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자신들이 담당하고 있던 3살 아이들을 위한 설정 보육을 고안해, 보육교사에게 피드백을 요청했더니 예상 밖의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아이들은 머지않아 4~5살이 되어, 초등학교에 올라가니, 그것을 내다보고 프로그램을 짜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프로의 실력을 실감했습니다. 저희같은 실습생들은 당장 하루하루를 생각하는 것도 벅찼으니깐요.」
귀가 불편하거나,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시설에서 실습을 했을 때에도, 사카시타는 같은 것을 느꼈다고.
「시설에서 가장 엄격하셨던 선생님은, ‘아이들의 가정 배경이나 특성을 고려하고, 사회속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서포트 해 나간다’ 라는 가치관을 가지고 계셨는데, 정말 대단했어요. 한 사람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돕는다’ , ‘일을 거든다’ 같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내공을 느낄 수 있었어요.」
현장에서 일하는 선생님들에게 압도당한 사카시타는, 정말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주위가 차례차례 자격시험에 합격해, 취직에 성공해 가는 가운데, 사카시타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길은 프리터(아르바이트로 생계를 해결하는 사람)이었다.
졸업 후에는, 학창시절부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맥도날드에서 잠시 일한 후, 잡화점 Francfranc(프랑프랑) 에서 2년간 근무했다. 그 이후 1년간은 결혼식을 촬영하는 일을 하는 등,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직장을 옮겨가며 자신이 하고 싶은 길을 모색했다고 한다.
그런 사카시타를 커피의 세계로 끌어들인 것은, 근처의 가게에서 마신 한잔의 아이스 커피였다.
「원래 일반적인 쓴 커피는, 저랑 잘 안맞았어요. 그렇기에 스타벅스의 화이트 모카에 시럽을 넣어 겨우 마실 수 있을 정도였지요. 그런데 그 가게 테이블에는 시럽이나 우유도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안 마시겠다고 말 할 수도 없으니, 내키지 않았지만 일단 마셔볼까 싶었지요. 그리고 커피를 입에 대었더니 굉장히 맛있었어요. 거기서 좋은 커피는 맛있다는 걸 알게 된 뒤로는, 스타벅스에서도 아이스 커피를 블랙으로 마시게 됐죠.」
언제부터인가 스타벅스 직원과 안면을 트게 된 사카시타. 어느 날, ‘오늘은 콜롬비아와 에티오피아의 아이스 커피 중에서 선택하실 수 있어요’ 라는 권유를 받게 된다.
「커피에도 생산국이 있다는 것을 안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일본에 있는 커피가 사실은 바다를 건너온 것이고, 그것을 자신이 마시고 있다는 사실에 엄청난 낭만을 느꼈죠. 그날 이후 카페를 찾아다니고 커피 잡지를 정독하며 커피 세계에 흠뻑 빠져들었답니다.」
계속 커피와 함께 살아가고 싶다
커피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기 위해, 스타벅스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은 20대 후반이었다. 결혼식 촬영의 일감이 끊기는 비수기에 돈을 벌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사카시타는 스타벅스의 사풍을 좋아하는 팬이었던 점도 있었다. 일하기 시작하고 나서 한층 더 열정이 강해져, 2년차에는 SSV(시프트 슈퍼바이저·점포의 운영과 매니지먼트를 관리하는 책임자)가 되었다.
「우유의 스팀이 잘 만들어져, 무조건 맛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라떼를 만들 때, 팀이 하나가 되어 있다고 느꼈을 때, 생산자의 정보를 배워 커피에 대해 깊게 알았을 때 등등.. 그 모든 것에 두근거림과 기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한편, 제가 SSV가 된 가장 큰 이유는 스타벅스의 미션에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진심으로 손님들을 대접하여, 아주 잠깐의 시간이라도 손님들과 이어져, 웃음을 나누는 가슴 벅찬 경험을 한다.’ 는 스타벅스의 미션. 그 미션을 구현하기 위해 스태프들 모두 자주 오시는 분들의 이름을 외우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스타벅스의 기업 문화를 좋아했죠. 」
하지만, 한 명의 스태프에서 SSV가 되어, 요구되는 역할이 바뀌어 감에 따라, 사카시타 안에서 무언가 부족한 것을 느끼기 시작하고 있었다.
「선배님들은 SSV가 아르바이트나 스태프와 동일한 시선을 가지면 안된다고 말씀해주셨어요. 하지만 저는 감독이나 코치가 되기 위해 플레이어를 졸업하는 것에 미련이 있었습니다. 그러니 만약 그대로 계속 스타벅스에 있었다면 물건을 파는 법이나 시장을 넓히는 법을 배울 수 있었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저는 커피맨으로서 커피를 만지고 손님께 직접 커피를 전달해 드리고 싶었어요. 스페셜티 커피에 대해 전혀 몰랐던 당시, 스타벅스 이외의 커피를 경험해보고 싶기도 했고요.」
이때 스타벅스의 한 브랜드로 출범한 사업이 커피 전문가들이 모이는 새로운 형태의 카페 Neighborhood and Coffee 였다. 점포의 대표로서 JBC(재팬 바리스타 챔피언십)에 출장하기 위해, 추출 스킬을 연마하고 싶었던 사카시타는, 기존의 점포와 Neighborhood and Coffee에서 겸직으로 일하고 싶은 의지를 전했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다른 커피 가게가 너가 지향하는 방향과 맞지 않느냐’ 는 취지의 답변이었다.
스타벅스를 여전히 좋아하지만, 거기서 하고 싶은 게 없다면 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 사카시타. 그렇게 4년간 일했던 스타벅스에 작별을 고하게 된다. 그러던 차에 아침/ 점심의 음식을 제공하는 다이닝바에서 커피숍을 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게 된다. 이렇게 해서, 2016년 10월, 사카시타는 핸드드립 스페셜티 커피를 제공하는 「HAY COFFEE STAND」 를 오픈했다.
그 이후, HAY COFFEE STAND를 닫고, 2019년 1월에는, 보다 유연하게 가게가 운영되고, 폭넓은 메뉴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BBR의 점장으로 취임했다. 유튜브를 통해 독학으로 로스팅 기술을 연마하면서, 커피맨으로서의 삶을 계속해 온 것이다.
BBR에는, 스타벅스 사카시타의 손님도 찾아 온다고 한다. 스타벅스 시절에는 얼굴만 알고 있던 그 남성 손님은, 스타벅스를 그만둔 사카시타를 찾아, HAY COFFEE STAND, 그리고 BBR에도 방문해주게 되었다고.
「스타벅스에서 드립커피를 즐겨 마시는 분이라, 에어로프레스로 내린 약배전 커피는 선호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시험 삼아 약배전 커피를 드셔보시더니 너무 좋아해 주셨어요. 이후 거의 매일 가게에 찾아 주셨고, 제가 도쿄에서 열린 에어로프레스 챔피언십(2017년)에 참가했을 때는 행사장까지 와서 맨 앞자리에서 응원해 주셨습니다.」
「다만, 그 분과 커피 외의 친분은 없고, 서로의 사적인 이야기도 하지 않아요. 햇수로 약 9년, 3개 점포에 걸쳐 찾아와 주시는게 단순히 너무 기쁘고, 이런 커피의 일이 아니면 체험할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커피로 평화로운 세상을
오픈한지 1년이 지나, 서서히 손님이 늘어나고 있던 BBR. 급작스럽게 코로나 사태에 휘말리게 된다. 일본 전국에 긴급사태 선언이 내려졌을 때는, 식당 내에서 음식을 제공하는 것을 중지하고, 테이크아웃 음식만 제공하기도 했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불안감에 괴로워하고 있었지만, 재택 근무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주고, 온라인 스토어의 주문도 증가하여, 오히려 평소보다 바빠졌다고 한다.
「가게에 좋아하는 BGM을 틀고, 손님이 오면 커피를 내리는 일이 굉장히 행복한 일이라고 느꼈고, 직원들에게도 그렇게 인식시키려 하고 있어요. 커피를 좋아한다는 것, 손님 덕분에 일할 수 있다는 것을 코로나 이후에 재인식하고, 하루하루 손님이 찾아와 주시는 행복을 음미하고 있습니다.」
현지의 동료와 밴드를 짜, 음악 활동을 하고도 있는 사카시타. 스페셜티 커피와 음악은 즐기는 방법이 비슷하다고 한다.
「다른 지역이나, 해외의 로스터리에서 가져온 커피를 마시고, 맛있다던지, 생각했던 것과 다른 맛이 난다던지 등등 모두 커피에 대한 감상을 나누곤 하지요. 그러한 감각은, 중학교 시절에 좋아하는 밴드의 새 앨범을 다 같이 들을 때와 비슷해요. 예를 들면 인트로가 좋다던지, 어떻게 녹음해야 할지 같은 얘기를 주고받을 때를 떠올리게 하죠.」
「저는 커피가 굉장히 평화로운 음료라고 생각해요. 맛있는 커피를 만들고 싶다, 내리고 싶다, 퍼뜨리고 싶다 등등.. 로스터나 바리스타 등 커피 업계 사람들은 모두 그런 생각을 하기 때문에 굉장히 개방적이고,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는 관계로 있을 수 있어요.」
「그러니까 조금만 얘기를 나눠도, 대학 4년간 동고동락한 관계처럼 될 수 있습니다. 동업자의 활약에 별로 질투를 느끼지 않는 것도, 커피를 좋은지 나쁜지 평가하기보다는 좋은 점을 찾으려는 시각이 있기 때문이겠죠.」
자신이 염원하던 커피 맨이 된 지금도, 커피 팬의 기분을 잊지 않고, 맛있는 커피를 계속 추구한다. 그런 사카시타의 평화로운 마인드가, 사람과 사람을 이어지게 하고 있을 것이다.
글 : 나카미치 타츠야
사진 : 아이카와 켄이치
번역 : 박치언
MY FAVORITE COFFEE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내 한 잔'
누군가와 마시는 커피가 제 인생을 풍요롭게 해요. 맛이 있든 없든, 맛에 대한 공감이나 논의, 고찰 등, 커피를 통해 다양한 대화가 만들어지는 것이 커피의 매력인 것 같아요. 누군가와 마실 때는 물론, 혼자 마실 때도, 커피를 타고 있을 때는 반드시 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르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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