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서울 신수동에 오픈한 비로소 커피. 부담 없이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문화를 키우기 위해, 매일 직접 로스팅한 스페셜티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경영자 김리오씨는, ‘경쟁이 심한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해 고생했는데, 그 때 자신을 구해 준 것이 커피’ 라고 말한다. 그가 살아온 인생을 듣다 보니, 그가 커피를 통해 실현하고 싶은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잘 알 수 있었다.
부담없이 커피를 즐길 수 있기를
한국의 수도 서울에는, 연트럴파크라고도 불리는 경의선 숲길이 있다. 시민 모두가 참여해 만들어 나가는 컨셉으로 지어진 공원으로서, 지금도 그 공원은 시민들을 위해 변화하고 있다. 현재 남녀노소의 쉼터가 된 경의선 숲길은, 원래 경의선의 폐선로가 있던 곳이라고 한다. 그런 공원 옆에, 붉은 벽돌로 지은 외벽이 인상적인 비로소 커피가 있다.
바깥에서는 통유리를 통해 카페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안에서는 2층의 커다란 창문을 통해 계절에 따라 색이 변하는 나무들을 볼 수 있다. 그 개방적인 공간에는 누구나 부담없이 커피를 즐길 수 있게 하고 싶다는 김리오씨의 염원이 담겨 있다.
「요즘에는, 노 키즈 존이나, 애완동물의 동반을 금지하는 카페가 있기도 합니다(물론 그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저희 비로소 커피에서는, 아이를 동반한 손님도 거절하지 않고, 목줄이 있다면 애완동물 동반 손님도 가게에 들어오실 수 있게 하고 있답니다. 비로소 커피는 어느 누구도 쉽게 배제하지 않는 공간이고 싶습니다. 저희는 모두를 환영하고 있어요. 보다 배려하고 존중하기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면서도 커피를 만들 때는 심혈을 기울인다. 매장에서 로스팅을 하기 위한 커피 생두를 고를 때는, 가능한 한 생산지를 방문하고 있다고.
「생산자가 정성껏 키운 생두가, 바다를 건너 비로소 커피에 도착합니다. 저희는 생두의 개성을 올바르게 해석하고, 올바르게 볶아서 한잔씩 정성스럽게 추출하고 있지요. 그 과정을 손님들과 공유하고, 맛있는 커피를 함께 즐기는 일은 너무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커피 생산지의 해발 고도나 커피 품종, 날씨에 의해 맛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커피 체리를 말릴 때는 어떤 냄새가 나는지 등등.. 비로소 커피를 개업하기 전부터, 김리오씨는 커피의 근간에 있는 것들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자금적으로 여유가 생겨, 생산지에 직접 갈 수 있었던 것은 2019년의 일이었다.
「다양한 농장주와 노동자들을 만났어요. 그들의 일하는 모습과, 생산 공정을 보며 단순히 맛으로만 커피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후로, 생산자가 가지고 있는 커피에 대한 마음가짐이나, 노동자들의 대우 환경 등의 주변 사정까지 고려해서 생두를 사들이게 되었답니다.」
커피에 구원을 받다
그런 김리오씨는 20대 중반까지 커피와 무관한 삶을 살아왔다고 한다.
김리오씨는,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자랐다고 한다. 그 마을은 몇백 년의 역사를 가진 성이 있어, 아침이면 개와 새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평화로운 곳이다. 그런 환경에서 가족과 친구들과 따뜻한 온정을 나누며 살아왔다고.
전환점이 찾아온 것은, 20대 중반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를 가게 된 것이었다. 그 때, 일을 하고 있었던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우연한 기회에 현지의 카페 문화를 접하고 커피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4년간 디자인 공부와 카페의 일을 병행하며 지낸 호주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뒤에는 서울의 한 유학원에서 일하게 된다.
「학생의 미래를 함께 생각하며, 공부를 가르치는 직업일 줄 알았어요. 하지만 그 직장에는 돈이 전부라는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어요. 다른 선생님들이 ‘이 친구는 얼마, 저 친구는 얼마’ 하는 식의 대화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 어쩌면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는 당연한 일일수도 있지만 그때는 젊고 순수했기에 그런 현실을 감내할 수 없었어요.」
그런 나날을 보내던 김리오씨를 구한 것은, 한 잔의 커피였다.
「카페에 가면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매장 안에서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맛있는 커피를 마시다 보니 호주에서의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이번에야말로 커피에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김리오씨. 자신의 가치관과, 삶의 방향성과 어울리는 카페를 찾던 중 한국의 스페셜티 커피 문화를 이끌고 있던 앤트러사이트 커피와 만나게 된다.
「앤트러사이트 커피에서는 커피 박람회에 직접 출점하기도 하고, 농장을 방문해 커피를 추출하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진지하게 커피와 마주하는 나날을 보내면서, 점차 실력이 생겨 자신감을 쌓을 수 있었답니다. 그렇게 제 가게를 창업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바뀌어가는 손님들과 마주하다
가게의 이름인 비로소는 「그제야 처음」 이라고 하는 의미를 가진다. 직접 새로운 커피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과, 생산자를 비롯한 외국인들도 읽기 쉬운 이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그러한 이름을 짓게 되었다고.
비로소 커피가 위치한 지역은 서울 신수동. 원래 그 지역은 밝지 않은 분위기가 감돌았다고 한다. 정처가 없는 사람들이 많을 뿐만이 아니라, 가게 앞 통로도 좁아 행인도 적었다고 한다. 김리오씨는 왜 그런 신수동을 선택했을까.
「임대료를 아끼고 싶은 생각도 있었죠. 또한 근처에 대규모의 도시 공원이 조성될 것이라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그러면 몇 년 뒤에 사람들이 많이 오겠구나, 싶었지요.」
충분한 인테리어 자금이 없었기 때문에, 2층 점포임에도 불구하고 1층에만 손님용 자리를 둔 상태로 시작. 첫 1년간은 손님이 적어 어려운 경영상황이 계속되었다.
그러나 도시공원이 생기며 분위기가 단숨에 바뀌었다고 한다. 인근 대학의 학생, 직장인, 주민 등 손님이 늘기 시작한 것이다. 그에 따라 2층에도 손님용 자리를 마련해 실내 공간을 확장했다고.
「손님들이 편히 쉴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좀 섭섭하기도 해요. 1층밖에 없었던 시절에는 지금보다 손님들과의 거리가 가까워, 쉽게 담소를 나눌 수 있었거든요.」
손님과 아무렇지 않게 나누는 사소한 대화도, 김리오씨가 꿈꾸는 가게에 있어 빠뜨릴 수 없는 요소다.
「손님과의 에피소드는 꼽자면 끝이 없는데요, 창업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에 단골 학생이 가게 안에서 프로포즈를 한 적도 있어요. 몇 년이 지난 지금, 그 학생은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데 아직도 가끔 놀러와 주고는 한답니다. 한편, 대학생이었던 손님이 어른이 되어 취직을 하거나 결혼을 하기도 한답니다. 이렇게 손님의 변화 과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이 일을 하면서 기쁜 점이에요.」
일하는 환경을 더 즐겁게
김리오씨가 소중히 하고 있는 것은, 손님과의 관계만이 아니다.
「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싶어요. 직원이 일을 즐기고 있으면, 그 에너지가 손님에게도 전달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제가 꿈꾸고 있는 직장 환경과 현실을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어요. 함께 현지의 농장을 방문하는 경험을 시켜주고 싶고, 장기 휴가도 제공하고 싶다고 생각해요. 그것을 이루기 위해, 가게의 경영 자금에 여유를 갖춰 현실적인 벽을 어떻게든 깨보려는 중입니다.」
미안한 듯이 말하는 김리오씨. 하지만 비로소 커피의 스태프들은 평균적으로 3년이나 일하고 있다고 한다. 김리오씨는 스태프들과의 관계에서 무엇을 중시하고 있을까.
「스태프가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제가 솔선해서 무거운 것을 나르거나 창문을 닦는 등, 궂은 일도 거리낌없이 하는 것을 의식하고 있어요.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가게의 영업시간이 끝난 이후 모두와 볼링을 즐긴 적도 있었답니다. 친구나 가족과 같은 관계가 된 저희 직원들과는, 5년 후에도 10년 후에도 함께 일하고 싶어요.」
「다만 한국 커피업계에서는 여러 가게에서 일하고 싶은 바리스타나 로스터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직원이 그런 희망을 가지고 있다면 또 다른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충분히 존중하고 있습니다. 다른 가게에서도 성공하기를 응원하고 있어요.」
진정한 행복이란
한국은 격차가 큰 사회이다. 학력, 유학 경험, 자격증, 겉모습 등 남들보다 뛰어난 지위를 획득해 승자가 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김리오씨가 학원에서 본 세계도, 학력을 원하는 학생과 돈을 쟁취하려는 사업가가 만들어내는 경쟁사회의 단면이었다. 비로소 커피는 거기에 적응하기를 원치 않았던 김리오씨가 직접 만들어낸 안식처임에 틀림없으리라.
「비즈니스적인 관점으로는, 경쟁에서 이기고, 규모를 키워 사업을 성공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관점도 있겠지요. 하지만, 저에게는 그것보다 소중히 하고 싶은 것이 있어요. 누군가에게 편안한 장소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에요. 저희 나름대로의 발걸음으로,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가고 싶습니다.」
세상이 추구하는 행복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김리오씨. 그러한 가치관을 크게 형성시켜준 것은 과테말라의 농장에서 본 광경이었다.
「흙먼지가 날리는 경사진 산을 오르내리며 아이들이 커피체리를 나르고 있었어요.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현대문명으로부터 격리된 장소에서 착취당하고 있다며, 불행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거에요.」
「하지만 제 눈에, 아이들은 언제나 웃는 얼굴로, 매우 즐겁게 살고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그렇게 진정한 행복은 세상이 추구하는 돈이나 권력을 얻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속의 행복을 충족시키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랑하는 딸, 아내, 직장 동료, 손님들과 함께 풍요로운 삶을 살고 싶어요.」
한 인간으로서 이루고 싶은 꿈과, 경영자로서 마주보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 김리오씨는 그 사이에서 흔들리면서도, 비로소 커피라고 하는 안식처를 지켜내 왔다. 앞으로도 그 안식처는, 마음이 지친 사람들을 따뜻하게 맞아들이는 장소로 계속 남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글 : 하리모토 슌케이
편집 : 나카미치 타츠야
사진 : 박지우
MY FAVORITE COFFEE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내 한 잔'
주말에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비로소 커피의 원두를 갈아 내린 커피를 다 같이 편하게 마시는 시간을 좋아해요. 그리고, 제가 제공한 커피를, 손님이 맛있다고 해 주실 때도 큰 행복을 느낀답니다.
Biroso Coffee
- [영업시간]
- 10:00 – 2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