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ll Lane Coffee Niko Sunko

Bell Lane Coffee

Niko Sunko

‘스페셜티 커피는 수단이다’ 신뢰하는 “용기”가 업계를 성장시킨다

2012년, 아일랜드 동부의 마린가에서 시작된 Bell Lane Coffee (이하 벨 레인 커피).  2017년에 이 회사의 일원이 되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것이 헤드 로스터와 생두 바이어를 맡고 있는 니코 산코(Niko Sunko)다. ‘커피로부터 멀어질 일은 없다’라고 생각할 정도로, 이 세계에 매료되어 있는 니코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가슴 속에 품은 뜻을 들어보았다.

‘다이렉트 트레이드’가 본질이 아니다

단어에 대한 태도로 그 사람의 사람됨이 나타나는 법이다. ‘다이렉트 트레이드라는 표현을 잘 쓰지 않으려 노력한다’라는 한 마디에, 니코의 됨됨이가 배어 나온다.

“다이렉트 트레이드라는 말은 커피 업계에서 매우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지만, 그 정의는 통일되어 있지 않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만나온 업계 사람들도, ‘생산자에게 직접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 제삼자를 통해도 상관 없다’라는 독자적인 해석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 마음에 걸린 것은, 지금의 『다이렉트 트레이드』라는 말이 과한 선전 문구로 쓰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 같은 작은 회사에게는 생산자에게 직접 생두를 구매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제삼자가 개입하는 편이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공급망을 성립시키기 쉬우니까요.

저희는 생산자와의 장기적이고 투명한 관계뿐만 아니라, 그 관계를 돕는 주위 사람들과 관계를 쌓아 나가는 일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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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뢰가 품질을 향상시킨다

“제 경험으로 말씀드리자면, 생산자와의 장기적인 관계를 쌓아 나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제일 먼저 가격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 단계가 지나면 실무적인 일이나 품질, 우리가 기대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는데, 생산자에게 실현 불가능한 기대를 품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야기를 나누는 건 무척 중요한 일입니다. 비현실적인 기대는 생산자에게 부담을 주고 맙니다. 천천히 관계를 성장시켜 나기기 위해, 5년 정도의 텀으로 계획을 세우는 것을 좋아합니다.

물론 커피에는 일정한 품질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양질에 건전한 컵이라면 로스팅 기술로 그러한 커피를 목적에 맞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것을 출발점이라고 인식하고, 반드시 품질이 곧 향상될 거라 믿는 것부터 생산자와의 관계가 시작됩니다.

생산자가 스페셜티 커피의 로스팅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단계에서는, 우리 로스터들이 그들이 시장에 진출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됩니다. 그러므로 용감한 태도가 중요합니다. 82점의 커피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물론 무작정 받아들이라는 건 아닙니다.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를 생각해보면, 생산자를 믿고 맡기는 일에 그렇게 큰 리스크는 없습니다. 제 경험상, 관계가 오래 지속되고 생산자들에게 신뢰를 얻으면 품질은 반드시 향상됩니다.

이미 톱 레벨에 있는 생산자와 일하는 건 쉽습니다. 하지만, 업계의 발전을 생각한다면 전체적인 레벨을 높여가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것이 바로 우리의 도전 과제입니다.”

2020년, 처음 커피를 구매한 브라질 생산자인 하론과의 거래도 그야말로 이러한 ‘도전’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처음 수출했다고 말하는 그의 커피를 마셨을 때, 흔히 잘 알려진 브라질 커피의 맛이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실험적인 점들도 포함해 커피의 발효 방법을 이해하고 있다는 게 전해지는 맛이었습니다. 그 후, 그에게 큰 가능성이 있으며 업계가 가야 할 방향을 이해하고 있는 데다가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에 그와 함께 일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앞으로 그는 유명해질 것입니다.”

2021년 7월, 한파와 서리의 피해로 브라질 커피 생산은 큰 타격을 입었다. 역시나 큰 피해를 입은 하론에게, 커피콩을 매입해준 벨 레인은 커다란 존재가 된 듯하다. 하론은 매우 감동하여 『올해의 비즈니스를 망치지 않았던 건, 당신이 구매해준 덕분입니다』라고 니코에게 고백했다고 한다.

“우리도 감동해 일에 자부심을 느끼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사실, 농장을 운영하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농장 규모가 작기도 해 그의 형제는 농장을 팔려고 했습니다. 그는 형제에게 반대했고, 체육 교사 일을 그만두고는 자신이 농장 운영을 성공시키겠다는 결심으로 커피 생산을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그가 발견한 해답이 품질을 고집하면 경영을 성공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참고로 지금은 모든 형제들이 고향으로 돌아와 농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는 돈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는 사람이며, 오히려 자신의 노력을 인정받는 일을 중시하는 거 같았습니다. 우리와의 거래가 그의 마음을 움직인 것도, 그가 열심히 일했기 때문이겠지요. 이런 모든 일들이 쌓여, 그가 무척 감동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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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하면 업계는 발전한다

니코의 전 직업은 토목 엔지니어였다. 대학 졸업 후에 건설 업계에서 몇 년간 일했으나, 불경기가 찾아와 업계가 눈 깜짝할 사이에 쇠퇴했다. 직장을 잃은 니코는, 대학 시절 학비를 벌기 위해 일했던 커피의 세계로 돌아왔다.

그 후, 아일랜드에서 누구나 아는 노포 커피 기업 등 몇 군데 회사에서 일한 뒤에 로스팅을 담당할 기회를 얻었다. 그런 니코가 창업자인 스티븐의 권유로, 벨 레인 커피의 직원이 된 건 2017년의 일이었다.

“내가 이 세계를 떠날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건, 입사한 지 3년 차 때의 일이었습니다. 런던 커피 페스티벌에서 같은 열정을 공유하는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을 보고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커피를 통해 만날 수 있는 수많은 사람들과, 그들과 쌓을 수 있는 인간관계. 『커피만이 아니라 무언가가 있다』 고 느꼈습니다. 이 세계에 반하게 된 그때, 이 일이 내가 남은 인생에서 하고 싶은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한편, 커피 업계에 아쉬움을 느낄 때도 있었다고 한다.

“『에고』라고까지 하진 않더라도, 『명성』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이 아쉽습니다. 모두가 로스터의 우열을 신경 쓰고 있더라고요. 제가 로스팅을 시작했을 때도, 『우리가 더 잘한다』라는 말을 종종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쓸데없는 에너지 소모에 불과한 일입니다. 로스팅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지식 공유를 환영하지 않으며, 모든 것이 수수께끼의 베일에 싸여있지요. 그래서 저는 그때, 라이벌이든 누구든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건 생산자를 위해, 로스터를 위해, 그리고 업계 전체를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공유하면서 나누는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새로운 문이 열립니다. 좋은 점을 공유하고,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커다란 커뮤니티를 이루는 것.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우리는 에너지를 ‘낭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니코의 생각에 대해,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공유하면 자신의 존재가 위협당한다』라는 반론이 제기된다.

“누군가가 하는 일을 흉내 내거나 재현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애초에 재현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자기 일에는 자신의 ‘서명’을 넣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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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업계도 로컬로

창업 당시로부터 카페 등 도매를 중심으로 했던 벨 레인 커피가 전환기를 맞이한 건 2019년의 일이었다.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의 대유행이 계기가 되었다. 모든 카페와 거의 모든 파트너 기업들이 문을 닫아, 도매 매상이 대폭 하락한 한편,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판매가 대폭 상승했다.

“직접 엔드 유저를 상대한 비즈니스에서는 더 많은 피드백을 얻을 수 있습니다. 좋아해 주시면 물론 좋겠지만, 좋아해 주시지 않는다고 해도 그 원인을 찾아 개선에 힘쓰면 되는 겁니다. 어쨌든 우리의 신기축인 온라인은 매우 흥미로우며 앞으로도 훨씬 발전시켜 나가고 싶은 분야이지요.”

그런 니코와 동료들의 생각은 Web 사이트에 기재된 ‘커피는 대화입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것, 당신이 좋아하는 것, 당신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움직이지 않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라는 한 문장으로 표현되고 있다.

“우리는 커피는 끓인 뒤 끝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와 함께 커피를 마실 때 생겨나는 교류야 말로 커피의 진가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에게 제일 좋았던 추억은, 90점 이상의 커피를 마신 경험 자체가 아닌, 그 커피를 누군가와 함께 마셨을 때의 경험입니다. 무엇을 마셨는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누구와 어디서 마셨는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제일 큰 증거겠지요.”

스페셜티 커피의 인지도가 서서히 높아지는 세계적인 트랜드와 행보를 맞추듯, 아일랜드에서도 로스터가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고 한다.

“우리는 한 바퀴 돌아 옛날 방식으로 돌아온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엄마는 옛날에 구두를 살 때, 언제나 지역 내 구두 장인의 가게에 갔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그 지역의 로스터에서 커피나 커피 콩을 구매하게 되면 이 업계도 조금씩 로컬이 되어갈 것입니다. 지역 커뮤니티나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또는 그 사람의 비즈니스에 대해 알아가기 위해,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커피를 구매하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이런 방향을 향해 나아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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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티 커피는 수단이다

“제가 커피 업계에 있으면서 실감한 것은, 업계의 모든 사람이 자신들의 일에 대한 평가와 인정을 추구하며 일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제 일의 성과를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보람을 느낍니다.

그렇기에 저는 생산자에게 솔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커피의 스코어가 81이나 81점이라고 한다면, 솔직하게 『이 커피는 괜찮은 편이지만, 내년에는 조금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말을 들어야만 생산자가 더 높은 스코어에 도달하기 위한 과제와 개선 방법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건 수확 방법일 수도, 건조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스코어를 81점에서 84점으로 높이는 건 무척 쉽습니다. 눈에 보이는 형태로 자신들의 노력을 인정받으면 생산자들에게 모티베이션이 되겠지요.

로스터가 아닌 생산자들에게 빛이 비치고 있는 지금, 업계는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농장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그 농장의 커피가 더 많이 팔리면, 농장에서의 작업과 정제 공정의 기술 혁신에 투자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조금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지만, 약간의 신념과 업계에 대한 사랑이 있으면, 분명 그에 다다를 것입니다.

커피의 조달 방법부터 다른 로스터나 카페와의 커뮤니케이션 방법까지. 스페셜티 커피는 우리가 『어떻게 행동할지』를 나타내는 언어로 정의되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스페셜티 커피는 수단입니다. 모두가 바람직한 일을 한다면 커피 업계는 발전할 것입니다.”

번역: 박현아
글: 나카미치 타츠야

MY FAVORITE COFFEE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내 한 잔'

매일 아침 일을 시작하기 전에 10분 정도, 팀 멤버들을 위해 내리는 커피에 대해 그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어수선해지기 전에 팀이 하나가 되는 그 평온한 한때는, 제가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의식’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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