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에 걸쳐 전해지는 원두. 콩 한 톨도 소홀히 하지 않는 로스터리 전문점이 꿈꾸는 것은
1988년, 당시 매우 희귀했던 로스터리 전문점으로서 후쿠오카에서 창업한 ROASTER’S COFFEE 로스터리(이하, 로스터스 커피). 자신들은 사업적인 재주가 없다며, 30년이 지난 지금도 카페를 만들지 않고, 온라인 스토어도 운영하고 있지 않는 희귀한 존재이다. 2대에 걸쳐 로스터스 커피의 맛을 계속 지켜가는 히라야마 켄키치 씨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존칭 생략
생두에 의존하지 않는다
로스터스 커피의 아침은 켄키치와 아버지가 커피 콩을 선별하며 시작된다. 농약을 많이 쓰지 않는 생산자의 콩에는, 결함 콩(덜 익은 콩이나 벌레한테 갉아먹힌 콩)이 꽤 있기 때문이다.
「결함 콩이 치명적으로 맛을 악화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결함 콩을 제거한 뒤에 추출하면, 단맛이나 맛의 투명감이 더 좋아져요. 또, 곰팡이가 생긴 콩 같은 경우, 만약 100g에 단 한 알만 있어도, 100g를 갈아서 가루로 만든 시점에는 모두 섞여버려, 품질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가능한 한 그런 것이 손님에게 전달되지 않게 하고 싶어요.」
「물론, 생산자분들이 엄선하여 고품질의 생두를 만들어 주시므로 그대로 로스팅하여도 충분히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들도 노력을 들여 원두를 더 좋게 만들고 싶어요.」
선별 작업은 매일 둘이 매달려도 2시간이나 걸리는 작업이지만, 결코 소홀히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루의 시작에 그렇게 콩을 만지면, 콩의 표정 같은 게 보이고, 볶았을 때 어떻게 되어 있을지에 대한 이미지도 굳어져요. 작업량이 많을 때는 굉장히 힘든 일이지만, 꽤 좋은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켄키치와 아버지가 맛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한 과정에 빈틈은 없다. 커피를 시음할 때는 일부러 대충 추출한다. 프로가 아닌 사람들이 커피를 내려도 충분히 맛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애당초, 아버지가 말하시기를 가정에서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게 하도록 시작한 사업이라고 해요. 그렇기에, 특별한 추출 기술을 필요로 하는 원두를 팔고 싶진 않아요. 원두를 팔며 재미를 느낄 때도 있는데요, 정성껏 추출해 주시는 손님이나 바리스타 분들이 새로운 발견을 알려주시고는 할 때 큰 재미를 느낍니다.」
아버지의 일을 하는 자세에 매료되다
2002년, 하루라도 빨리 로스터스 커피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에, 켄키치는 24살에 대학을 중퇴했다. 하지만, 켄키치가 대학에 입학할 때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아버지 사토루가 로스팅 가게를 차린 것은 1988년, 켄키치가 10살 때였다. 로스터리와 카페를 같이 운영하는 가게가 주류였던 가운데, 로스터리만을 전문으로 하는 가게는 물론 희귀한 존재였다.
동업자들도 걱정을 해주고는 했지만, 사토루는 그 스타일을 바꾸지 않았다. 「저는 로스터리가 잘 된 것밖에 보지 못했지만, 아버지는 개업 후 6~7년이 지나서야 겨우 평범한 생활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해주셨어요.」 라고 켄키치는 당시를 되돌아보며 말한다.
켄키치는 부모님으로부터 가게를 이어 달라는 말을 들은 적도 없고 그런 내색을 느낀 적도 없다. 그런데도 켄키치는 커피에 이끌리게 되었다.
고등학생 때 아버지의 가게를 돕곤 했고, 고등학교 졸업 후 에스프레소 스탠드에서 일한 뒤, 다시 아버지의 가게에서 본격적인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고. 블렌드를 만들거나, 콩을 볶는 모습을 지켜보다 보니, 추출의 재미에 이끌리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로스팅하는 재미에 빠졌다고 한다.
「그러다가 싱글 오리진의 콩을 얻게 되며, 커피업계가 재미있어질 것 같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 것이 제가 로스터리 업계에 발을 들인 이유중 하나에요. 근데 그 이상으로 컸던 것은, 아버지 가게의 커피를 좋아했다는 점입니다. 아버지는 존경받을 만한 일을 하고 있다고 느낀 점이 결정적이었죠.」
켄키치가 말하는 존경받을 만한 일이란 무엇일까.
「아버지는 일을 할 때 거짓이 없다고 할까, 너무 정직해요. 로스팅의 가장 힘든 것은 안정적인 품질의 원두를 계속해서 만드는 것인데, 맛을 안정시키기 위해 아버지는 매일 시간과 노력을 들여 미세하게 조정하고 있었어요.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로스팅이 잘 안된 원두는 손님에게는 내놓지 않는다는 마인드를 철저히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만든 커피는 너무 맛있었고, 저도 그런 커피를 만들고 싶었어요.」
후쿠오카는 전국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로스터가 많아, 선진적인 커피 가게가 많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켄키치가 아버지의 가게에서 일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만 해도 업계 사람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한편, 커피에 대해 배우고 싶다며 가게를 방문하는 사람이나, 켄키치의 로스터리에서 수행을 거쳐 독립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한다.
「그 후, 후쿠오카의 커피 업계를 부흥시키려는 분위기가 달아오른 시기는 2007년쯤 이었던 것 같아요. 업계 사람들이 모여 커핑을 통해 서로 커피를 배우고는 했습니다. 거기서 서서히 동업자 정신이 깊어졌어요. 그 모임의 긍정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사람들이 지금의 후쿠오카의 커피 문화에 큰 영향을 끼쳤지요.」
일상에 스며드는 커피를
켄키치가 아버지의 가게에서 일하게 된 지 벌써 20년이 흘렀다. 2003년에는 자신이 오너가 되어 히라오 지역에 가게를 오픈하는 등,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로스터스 커피의 정신을 지켜 왔다.
한편, 칠순을 앞둔 아버지도 여전히 커피를 볶고 있다. 로스팅은 두 사람이 분담하고 있지만, 두 가게에서는 같은 원두를 팔고 있다고. 한 가게로 통합시키는 것이 경영적으로는 효율이 좋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부모님이 본점에서 느긋하고 쾌적하게 일을 할 수 있도록 가게를 개조했다고 한다.
「옛날에는 유모차를 타던 아이들이, 학생이 되어 심부름을 오고, 성인이 되면 자기가 마실 커피를 사고는 합니다. 손님이 성장하며 시대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점이, 이 일의 재미있는 점이에요.」
단골 손님 중에서는, 신선도를 중요하게 생각하여 3년째 일주일도 거르지 않고 소량으로만 구매하러 와주시는 손님도 있고, 로스터스 커피의 커피를 하루에 몇 잔씩 마셔야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손님도 있다.
「이런 말을 들으면, 가게를 쉬어 손님들의 습관을 끊으면 안 된다는 압박감이 들 정도예요. 30년간 같은 블렌드를 구매해 주시는 손님은, 제가 블렌드의 맛을 바꾼 것을 금방 알아채시고, 예전 블렌드가 좋다고 말씀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저희 가게의 커피가 기호식품을 넘어, 손님들의 일상에 스며들어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기뻐요.」
로스터리를 전문으로 하는 것이 알맞다
켄키치는, 장래에는 조금 더 컨셉이 분명한 가게로 만들고 싶다, 그리고 부수적인 가치를 창출해내고 싶다, 는 다양한 궁리를 하고 있다. 거기서,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고 한다.
「미래에도 저희가 내린 커피를 제공하지 않을 거에요. 예전에는 카페를 하려고 생각했던 적도 있어요. 하지만, 저희들의 로스팅을 위한 노력을 추출하는데에 쓰기 시작하면 에너지가 분산되어 버릴 것만 같았어요. 저희들은 사업적인 재주가 적기 때문에, 로스터리 전문점에서 즐거움을 찾고 있습니다. 그걸로 성공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는 생각에 이르렀죠.」
로스터스 커피가 로스터리 전문점을 하려는 이유는 그 외에도 있다.
「저희가 내린 커피를 제공하는 것은, 내리는 방법의 정답을 제시해버리는 셈이기 때문이죠. 저희들은 각자 자신이 맛있다고 생각하는 커피를 마셔 주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다른 누군가가 저희 원두를 써서 내주는 커피를 마실 때 가장 설렙니다.」
가게를 찾은 손님에게 많은 말을 걸지 않는 것도 로스터스 커피의 특징이다.
「손님들이 잔잔한 상태에서 저희 커피를 마셔 주었으면 해요. 무심코 산 커피의 맛에 매료되어 흥미가 생기고, 여러가지 이야기가 전해지는, 그런 커피를 만들고 싶어요.」
2대에 걸쳐 33년간 영업해온 로스터스 커피. 그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확립해 온 원두가 받는 신뢰감이야말로, 그들의 소중한 재산일 것이다. 아버지가 권유하지 않았어도, 켄키치가 커피의 세계로 끌려들어간 것 처럼, 켄키치가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손님들은 무엇인가에 이끌리고 있다. 로스터스 커피의 원두에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깃들어 있는 것에 틀림없으리라.
글 : 나카미치 타츠야
사진 : 아이카와 켄이치
번역 : 박치언
MY FAVORITE COFFEE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내 한 잔'
매일 아침 가게에 와서, 함께 일을 하는 아내가 내려주는 커피가 제 인생을 풍요롭게 해요. 그날 하루를 생각하며, 부드럽게 넘어가는 담백한 커피를 마시는 시간을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