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도록. '신인' 점주의 은은한 전략
2019년 4월, 히로시마 시내에 오픈한 로스터리 카페 「BAGTOWN COFFEE」. 오너 야마모토 아츠시씨는 30대 후반에 회사원을 그만두고, 43살에 커피의 세계에 발을 디뎠다고 한다. 그러니, 비록 나이는 49살이지만 ‘신인’ 이다. 품격있고 맛있는 스시 레스토랑같은 가게를 만들고 싶다는 야마모토씨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이하 존칭 생략
스스로 선택지를 좁히고 싶지 않다
히로시마시의 중심부에 위치해, 다양한 업종의 체인점이 줄지어 있는 지역 최대 규모의 상점가 혼도리. 그리고 우라부쿠로라 불리는 뒷골목에는 음식점이나 옷 가게, 잡화점, 헤어 살롱 등, 약 270개의 점포가 줄지어 있다. 그 한편에 있는것이, BAGTOWN COFFEE이다.
매장 내에는 커피부터 스페셜티 커피의 최고봉인 파나마 게이샤까지, 다양한 커피가 준비되어 있다. 가격대도 100g당 550엔(약 5,500원)부터 4,000엔(약 40,000원)까지 하는 커피도 있다.
「스페셜티 커피를 권하고 싶긴 하지만, 아침 식사 때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적당한 커피를 구비해도 괜찮을것 같았지요. 애초에 커피 원두만 취급하고 있으니까, 원두에서까지 선택지를 좁히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저희는 스페셜티라는 말은 가게 안에서도, SNS에서도 일절 사용하지 않습니다. 원래 원두 전문점이라는 시점에서 충분히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입니다. 직원들에게도, 계속 찾아주시는 손님을 소중히 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어요.」
엽서의 뒷면에 손으로 쓴 상품 설명이나, 카피 용지를 사용해서 글씨를 쓴 벽보 등, 옛 분위기를 떠오르게 하는 가게를 만들고 있는 가게 주인 야마모토. 그는 현재 49살이다. 나이만 듣고 베테랑일것이라 생각 했는데, 실제로는 43살 때 커피의 세계에 입문한 ‘신인’ 이라고.
「아직 공부중이라, 많은 것을 흡수하고 싶어요. 커피 기구든 커피를 내리는 방법이든, 여러 가지가 선택지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실제로 젊은 사람에게 배운 새로운 기구를 사용해보기도 합니다.
「히로시마의 카페끼리 로스팅을 같이 하면서 서로 배우는 ‘야키야끼카이’ 라고 하는 모임이 있는데요, 거기서 10살~20살 어린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것은 기쁜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은 최근 1, 2년 사이의 일이에요.」
납득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대학 졸업 후, 샐러리맨으로서 IT업계의 일을 계속하고 있던 야마모토가, 회사를 그만두어 자유로워 진 것은 30대 후반의 일이었다.
「회사나 고객을 위해서는 제가 납득할 수 없는 것도 받아들여야 했기에, 회사원으로서의 윗선을 따라야 한다는 의무감이 너무 싫었어요. 모두 그런 마음을 참아가며 살아가고 있겠지만, 어느 순간 제 한계를 넘어서게 되었어요. 회사를 그만두기 직전에 과감하게 파마를 한 것도, 망설임과 갈등 속에서 변화를 원했던 부분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반쯤 단념하고 프리랜서가 된 야마모토. 하지만, 나름대로 잘 풀릴 수 있을것이라는 생각이 안이하다는 것을 깨닫기까지에는 그다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 상황을 어떻게 타개하면 좋을지도 몰랐다고. 아내나 아이를 기르고 있는데도, 충분한 수입을 벌지 못하고 있는 것에, 야마모토는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고 한다.
「아내가 일과 관련해서 저에게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 게 오히려 괴로웠어요. 바보짓하지 말고 취직하라는 소리를 듣는게 차라리 마음이 편했을 지도 몰랐지요.」
그러던 중, 병든 어머니를 데리고 장보러 가던 중, 어머니가 40년 가까이 다니는 커피 가게를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히로시마 현 내에 체인점을 전개하고 있는 그 가게의 오너로부터, 카페를 해 보지 않겠냐고 권유받은 것을 기회로, 야마모토는 커피의 세계에 발을 내딛게 된다.
「약 20년동안 사무실에서 컴퓨터앞에 앉아 일을 계속해 왔었어요. 아르바이트로 음식점에서 일한 경험조차 없어, 오히려 그런 일은 서툴다고 생각하고 있었지요. 그렇지만 그런 제가 해낼 수 있을지 고민하지도 않고, 카페를 하겠다고 결정해 버렸습니다. 진로에 대해 방황하고 있던 시기였으니, 기회만 있었다면 무슨 일이든 하려 했었기에 그런 결정을 내린 것 같아요.」
자동 로스팅 기계를 매장에 설치한 그 로스터리는, 주문을 받고 나서 손님이 보는 앞에서 커피를 볶는 영업 스타일이었다. 로스팅에 걸리는 약 7분간은 손님들과 잡담을 나누고, 그렇게 갓 구운 신선한 원두를 제공하는 것이 영업 스타일이었다. 곧바로 야마모토는 체인점을 오픈하게 된다.
「생동감 넘치는 느낌이 재미있었지만, 로스팅의 품질에 대해 납득을 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맛있다고 해 주시는 손님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할 수 없었고, 그게 불편했어요.」
직접 볶으면, 더 좋은 맛을 낼 수 있을 것만 같다고 느낀 야마모토. 그런 생각이 부풀어 오르는 가운데, 야마모토는 후지 로얄이 주최하는 1년간(12회)의 로스팅 세미나에 참가했고, 그 후에는 독학으로 기술을 쌓아 갔다.
그렇게 자신의 가게를 오픈하기로 결정하고, 체인점의 간판을 떼 버린 야마모토는, 2019년 4월 원두를 판매하는 ‘BAGTOWN COFFEE’를 창업했다.
「커피를 미칠듯이 좋아하고, 카페를 하고싶어 안달나서 커피를 시작한 것이 아니였기에, 처음 가게를 열었을 때는 다른 커피 가게들과 얘기하기가 두려웠어요. 여러분만큼 커피에 미치지 않아 미안합니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죠.」
「당시에는 다른 가게 커피가 맛있으면 맛있는대로 초조해했고, 맛이 없으면 이런 수준으로 커피를 내놓는게 부끄럽지 않은지 신경질이 났어요. 다른 커피 가게들과 잘 어울리게 된 것은, 제가 내는 커피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게 된 뒤부터죠.」
배어 나오는 개성을
직장인 시절부터 커피를 마셨지만, 커피에 대해 딱히 애정은 없었던 야마모토. 이제는 로스팅하는 일이 마음에 든다고 한다.
「생두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것은 어렵지만, 맛을 망치는 것은 몹시 간단하지요. 볶을 때나 보관할 때나, 커피의 맛을 잃게 하지 않도록 소중히 해야 해요.」
하지만, 야마모토의 그런 장인 정신을 손님에게 보이는 일은 거의 없다.
「커피에 대한 신념은 물론, 음악이나 책에 대한 신념도 강한 편이라고 생각해요. 하긴, 50년 가까이 살아온 사람중에 신념이 없는 사람을 찾는 것도 어렵겠죠. 카페를 하는 아저씨들은 모두 귀찮은 존재일지도 몰라요(웃음). 저 아저씨는 빈둥빈둥 놀고 있어서 좋겠다라고 보여지는 정도가 딱 적당한 것 같아요.」
「물론, 신념은 갖고 싶고,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는 생각합니다. 단지 그것을 스스로 보여 주거나 말해 주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배어나는 것으로서 전하고 싶습니다. 음악이나 문예 등, 어느 세계에나 천재적인 사람은 있지만, 그들은 기초적인 것을 열심히 쌓아 온 끝에 도달한 경지잖아요. 그런 뒷배경에 저는 감동을 느낍니다.」
「그러니까 제 꿈은, 맛있는 스시 레스토랑이 되는 것이에요. 그런 가게에는 눈길을 끌 만한 간판도 없고, 번잡한 설명도 없지요. 진입 장벽은 낮지만, 예절을 지켜야 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품격있는 가게로 만들고 싶어요.」
실제로, 야마모토는 가게의 홈페이지를 만들지 않았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쓴 가게 소개글도 매우 심플하다. 소비자의 흥미를 끄는 자극적인 문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가게에서 취급하고 있는 원두에도 「예멘의 보물」 이나 「맛있다 맛있다 맛있다」, 그리고 「혼자만 알고 계세요」 라고 하는 손글씨의 캐치 카피가 더해지고 있지만, 팔기위한 소개가 아닌 유머가 있는 소개라고 느끼게 하는데서 야마모토의 센스가 빛난다.
「솔직히 오기를 부리고 있어요(웃음). 여러 사람들이 인터넷 쇼핑몰을 열어야 된다고 하거나, 인스타그램은 매일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런 건 잘 알고 있고 스태프를 위한 일을 만드는 차원에서도 인터넷 쇼핑몰은 곧 시작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것들에 손을 잘 대지 않은 것은, 오프라인 매장에 직접 와서 직접 콩을 사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에요.」
「결코 현자처럼 보이고 싶은 것도 아니고, 돈이 전부가 아니다 같은 말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 장사하는데 돈이 없는 것은 산소가 없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런 고민을 하는 건 한심하지만, 아직도 무엇이 정답인지 명쾌하게 결론을 못 내린것 같기도 해요.」
동경하는 것만으로는 계속될 수 없다
BAGTOWN COFFEE에는, 가까운 미래에 카페를 열고 싶다는 젊은이가 상담을 하러 자주 방문한다고 한다. 야마모토와 같은 사람은, 로스팅 기계를 가지고 자신의 가게를 차리고 있기에, 그들에게 있어서는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그들은, 언젠가 수입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던지, 좀 수입이 없어도 열심히 할 수 있다는 말을 하곤 해요. 그러면, 저는 ‘언젠가는 절대 오지 않고, 수입이 없어도 괜찮다는 마음가짐으로 언제 돈을 벌겠어요? 좀 더 진중하고 성실하게 하세요’ 라고 답을 합니다.」
「그들이 보기에는 커피 가게가 멋지고 화려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평범한 작업을 쌓아 올린 끝에 이루어 낸 것이에요. 갑자기 천재 로스터가 나타나는 일은 없으니까요.」
그런 야마모토의 가치관은 스태프를 채용할때 있어서도 변함이 없다. 그가 희망하는 인재는 접객을 좋아하고 오래 일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특별히 어려운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몇번인가 채용을 거부한 적이 있다고 한다.
「아무런 경험이 없이 이 일을 한다고 해서,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거에요. 차라리, 인재 파견 회사를 통해 사무 일을 하고, 엑셀의 사용법을 익히는 것이 미래에 도움 될 겁니다.」
「물론 이러한 일을 동경하는 기분도 이해는 합니다. 저도 옛날부터 커피를 사랑하고 많은 경험이 있어 이 일을 시작한 것도 아니니깐요. 아이가 태어났을 때도, 가게를 오픈했을 때도 정신 좀 차리라고 어머니한테 혼나고는 했어요(웃음). 지금은 좀 안혼나지만.」
「단지, 어렴풋한 꿈을 가지고 커피의 세계에 발을 디뎠다가 그만두는 아이들을 많이 보고 있기 때문에 그래요. 그래서 현실을 지적하는 것이 저같은 아재의 역할인가 싶습니다. 50살이 되어서 절실히 생각하는 건, 인생은 짧다는 거예요. 한눈 팔다가는 금새 죽을 나이가 되니깐요.」
커피 업계에서는 신인 야마모토이지만, 인생에 있어서에도 신인은 아니다. 상대를 곤란하게 하지 않고, 자학을 통해 분위기를 풀어가는 스타일도 연륜에서 배어나오는 짬이리라.
상품과 서비스뿐 아니라, 가게 주인의 인간미마저 부가가치가 되는 점이 커피 업계를 비롯한 자영업 가게의 묘미일 것이다. 개성파가 모인 뒷골목에서, BAGTOWN COFFEE는 오늘도, 독특한 음색을 연주하고 있다.
글 : 나카미치 타츠야
사진 : 아이카와 켄이치
번역 : 박치언
MY FAVORITE COFFEE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내 한 잔'
집에서 부인이 매일 아침 끓여주는 커피 한잔을 좋아해요. 콩의 양도 딱히 생각하지 않고, 물도 적당히 내리고 있습니다만, 그것으로도 충분해요. 가게에서 마시는 커피는 휴식중에 마셔도 여유를 즐기는 느낌이 나지 않거든요.
BAGTOWN COFFEE
- [영업시간]
- 11:00-1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