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y Roasters Dave Haesen

Andy Roasters

Dave Haesen

‘일상에서도 모험은 가능’ 커피로 바꾸는 ‘어제의 나’

유럽의 유명 관광지로 알려진 벨기에 제2의 도시 안트베르펜. 문화 활동이 활발하여 ‘창조적이고 도시적인 전 세계 사람들을 사로잡는 가장 콤팩트한 도시’라고 묘사되는 이곳의 남부는 현재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더 매력적인 관광지로 탈바꿈 중’이라고 한다. Andy Roasters는 안트베르펜의 관문이라고 불리는 교차로에 우두커니 서 있다.  

2020년, 이 지역 출신인 데이브 헤센이 셸 마에스와 함께 Andy Roasters(이하 Andy)를 창업했다. 호주 멜버른의 카페에서 톱 바리스타와 매니저 등으로 일한 뒤, 벨기에에 귀국한 데이브는 2015년에 안트베르펜에 Butchers Coffee를 창업했다. Andy에서는 현재 파트너인 LOBSTER와 함께 블렌딩 외에도 마케팅과 레시피 개발을 담당한다. 그리고 헤드 로스터인 에밀 리메넌스에게 로스팅 기술을 배우고 있다. “모든 것은 흐름에 맡긴 결과다.”라는 그의 인생에서 커피는 어떤 의미일까?  

아름다움은 사소한 부분에 깃든다

인터넷과 SNS의 등장으로 전 세계는 몰라볼 만큼 연결되기 쉬워졌다. 옛날 사람들이 죽기 전까지 볼 수 없었던 경치는 몇 초만 검색하면 볼 수 있게 되었고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들과도 컴퓨터 화면을 통해 언제든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기술이 가져온 혜택과 편익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지만 우리는 무언가를 잃어버렸다.

데이브는 “요즘 시대에 모험심을 갖고 살거나 탐험하거나 하는 것은 어렵죠. 자국 내에서 여행을 떠나면 유일한 연락 수단이 2개월 후에 도착하는 편지밖에 없던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은 분명 모험심 넘치는 분들이었을 겁니다. 그런 상상을 하면서 그때 살았으면 좋았겠다고 자주 생각해요.”라고 밝혔다.  

하지만 인터넷과 SNS에 의해 각종 모험적 요소가 빼앗긴 것은 아니다. 삶의 방식과 사고방식에 따라 일상에서 모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숨겨진 보석 같은 커피를 발견하기 위해 여러 생두 무역 회사와 거래하여 가능한 한 많은 커피를 커핑(cupping)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게이샤는 비싼 금액을 내면 손에 넣을 수 있지만, 게이샤와 동등하면서 더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커피도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죠.

저는 별다른 노력 없이 맛있다는 것을 아는 게이샤를 사는 것보다 커핑을 50번 반복하여 힘들게 발견한 커피가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그 과정이 정말 재밌거든요. DJ가 레코드 샵에서 저렴하지만 진귀한 앨범을 우연히 발견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지금까지 발굴한 커피 중에 인상 깊었던 건 부룬디의 얀다로입니다. 당시에는 아직 인기가 없었지만, 우리 가게에서는 잘 팔렸어요. 부룬디도 케냐와 비슷한 정도의 훌륭한 풍미를 지니지만, 부룬디의 커피 자체가 흔하지 않아서 불확실한 부분도 있기 때문에 흥미롭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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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을 즐기는 데이브의 자세는 커피에 대한 배움과도 기본적으로 통하는 면이 있다. 가게와 로스터리에서 실험적으로 시도하면서 팟 캐스트와 잡지, 책 등을 통해 최신 트랜드를 파악하고 지식의 폭을 넓힌다. 이 모든 것을 중요시하는 데이브는 요즘 일주일에 한 번 헤드 로스터에게 로스팅을 배운다.

“전략적인 의미도 있지만, 개인적인 관심이 더 커서 근무 시간 외에 배우고 있습니다. 로스팅의 약 90%는 어렵지 않지만 90~100%로 올리기 위해서는 100년이 걸릴 가능성도 있어요. 저는 사소한 부분을 공략하여 100%로 만들어가는 자세에서 아름다움이랄까, 예술을 느낍니다. 모든 일이 그러하겠지만 깊숙하게 알면 알수록 내가 얼마나 무지한지를 깨닫잖아요.”

Andy에서는 (블렌드를 제외하고) 취급하는 커피를 크게 3가지로 나눠서 손님에게 소개한다. 클래시컬한 풍미가 특징인 ‘Not so fruity=그다지 프루티하지 않은 것’, ‘Fruity washed=워시드이고 프루티 한 것’, ‘Fruity unwashed=워시드가 아니며 프루티한 것’으로 나눈다. 즉, 생산자의 미각과 체험에 초점을 맞춰서 산지가 아닌 정제 방법으로 커피를 분류한다. 말하자면 스페셜티 커피 시계를 안내하는 컨시어지와 같은 역할은 B to B 영역에서도 변함없다.

“새로운 손님이 오시면 커피에 대한 지식과 가게가 위치한 지역, 타깃 고객층 등을 여쭤봐서 각각에 맞는 커피를 추천합니다. 예를 들어 도시 외곽에 가게가 있고 고객 연령층이 높다면 상대적으로 클래시컬한 ‘Not so fruity’를 추천하는 것이 무난하죠. 손님이 스페셜티 커피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받아들이기 쉽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타깃에 맞는 커피를 제공할 수 있느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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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x호스피탈리티가 일에 자부심을 불어넣다

외식 문화가 발달하여 많은 카페와 레스토랑, 바가 사람들의 사교 장소로 사용되는 안트베르펜. 데이브는 Butchers에서도 Andy에서도 인생의 한 단락에서 반드시 가게를 찾아주는 손님들의 모습을 수도 없이 봤다.

“결혼 직후에 오신 분, 소중한 사람의 장례식 후에 오신 분, 아이를 낳고 첫 외출 장소로 오신 분…. 이런 순간에 우리 가게를 선택해주신 분들이 있어서 정말 행복합니다. 커피도 호스피탈리티도 사람이 사회생활을 하는 데에 빠질 수 없지만, 아직 과소 평가되고 있어요. 그런 상황을 우리는 바꿔 나가고자 해요.”

20년 전에 16살의 데이브가 호스피탈리티 업계에 들어갔을 때 업계의 사회적 지위는 지금보다도 낮았다. 임금도 저렴해서 ‘다른 일, 학업과 병행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라 인생의 메인 디쉬가 되는 경우는 없었다.

데이브는 고객과의 교류를 통해 에너지를 얻는 호스피탈리티 업계의 일을 무엇보다 좋아했다. 첫사랑의 마음으로 고등학교, 대학교와 아르바이트를 이어갔고 졸업 후에는 호스피탈리티 업계에서 정규직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에 자부심을 느끼지 못한 채 자신의 미래가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힘껏 액셀을 밟을 수 없었다. 그런 환경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데이브는 호주로 반년 동안 여행을 떠났다. 당시 나이는 25살이었다.

데이브는 호주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깨달았다. 안트베르펜 사람들과 호주 현지 사람들은 커피에 대한 관심과 일상에서 커피가 지닌 의미가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 방문한 멜버른은 더 특별했다. 커피를 테이크아웃하거나 가게 안에서 마시거나 하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일상에 녹아있는 풍경은 희망의 씨앗을 키웠다. ‘도시 전체에 긍정적인 분위기가 흐른다’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던 데이브는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선택지를 지웠다.

그런 데이브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스페셜티 커피를 취급하는 로스터리에서 마신 에스프레소였다. 커머셜 커피밖에 몰랐던 그에게 에스프레소의 풍미는 미지의 세계를 안내하는 등대가 되었다. 이것이라면 커피에 대한 애정과 호스피탈리티에 대한 애정을 함께 실현할 수 있다는 확신에 가득 찬 데이브는 지금까지 느낀 적 없었던 밝은 미래가 열렸음을 알 수 있었다.

그 후 데이브는 레스토랑에서 서비스 스태프로 시작하여 중소 규모의 커피 전문점의 바리스타와 주니어 매니저, 커피 바 매니저를 거쳐 대규모 스페셜티 커피 바에서 헤드 바리스타로 일했다.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모두 자기 일에 자부심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 생각에 멜버른의 커피 업계는 비즈니스 모델과 조직 체계가 확립된 덕분에 직원들이 즐기면서 성장하고 일과 사생활을 양립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것이 제 기억 속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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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천벽력

멜버른에 반해버린 데이브는 이미 안트베르펜으로 돌아갈 이유를 상실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당국으로부터 ‘불법 잔류로 인하여 강제 퇴거를 명한다.’라는 통지문이 도착했다. 멜버른에 정착한 지 4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영주권을 취득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었으나 비자 신청을 늦게 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실수로 인생을 헛되이 한 데이브는 망연자실했다. 아무리 후회해봐도 시간을 되돌릴 수 없었다. 희생의 무게가 큰 만큼 바로 회복하기 힘들었다. 안트베르펜으로 돌아온 뒤에도 한동안은 과거에 얽매여 있었다.

그러나 데이브가 안트베르펜을 떠났던 5년 동안 도시에는 커피 문화가 성장하고 있었다. 과거를 잊기 위해서라도 데이브는 새로운 가게를 오픈할 준비에 집중했다. 그리고 2015년, 호주의 조식 문화와 호스피탈리티 문화를 융합한 카페 ‘Butchers Coffee’가 탄생했다. 

안트베르펜에도 제3의 물결을 탄 카페가 몇 군데 있었으나 호주 느낌의 카페로는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었다. 새롭다는 점도 작용해서 사업이 궤도에 오르기까지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 후 Butchers를 운영하기를 5년. 커피 취급량이 일정치를 넘은 것을 계기로 자가 배전을 시작하기로 한 데이브는 셸과 함께 Andy를 창업했다. 더욱 커피의 핵심을 파고들고 싶고 더 자세하게 커피를 알고 싶다는 마음은 데이브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 중 하나였다.

“자주 사람들이 왜 프랜차이즈화하지 않는지 물어보시는데 저에게 가장 흥미로운 건 제로 베이스로 새로운 브랜드와 가게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일을 반복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또 언젠가 전혀 다른 콘셉트로 뭔가를 시작할지도 모르죠. 커피 업계를 떠나는 것도 현시점에서 생각할 수 없는 일이지만, 제 성격상 있을 수도 있는 일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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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맨’으로 살다

멜버른에서 안트베르펜으로 돌아온 데이브는 자신의 운명을 거스르지 않고 받아들이는 길을 선택했다. 어찌 보면 그것은 ‘관심 가는 것과 새로운 것에 도전하여 모험을 계속하는’ 자신다운 삶의 방식을 되찾는 것이었다.

“호주에서 강제 퇴거당한 것은 부정적인 사건이었지만, 인생의 교훈으로 삼으면 됩니다. 덕분에 7년이 지난 지금 2개의 가게를 운영할 수 있게 되었죠. 항상 내 편인 가족도 있고 멋진 친구도 있습니다. 불필요한 상상을 하는 일도 없어졌어요.

그래서 지금 어떠한 이유로 벨기에를 떠나 일본에 살게 되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공항에 도착한 지 2시간이 채 안 돼서 살 집을 찾고 있겠죠(웃음). 

일본 커피 전문점에 가서 ‘커피를 만들 수 있습니다’라고 하면 일도 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 가게 직원도 일본은 아니지만, 외국에서 그런 경험을 했다고 하더군요. 물론 언어의 장벽은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익힐 수 있을 거예요. 웃는 얼굴과 사교성이 있다면 대체로 괜찮습니다. 쉽진 않겠지만 어떻게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두려움을 두려움으로 느끼지 않고 강인하고 유연한 멘탈로 어떤 상황에서도 인생을 이지 모드로 바꾼다. 그런 데이브의 전생은 미지의 대륙을 모험하던 모험가이지 않았을까?

“하지만 지금까지 헤맨 적이 여러 차례 있었고 지금도 헤매요. 정답이 있는 게 아니니까 다른 사람과 다른 길을 가는 건 무섭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분명, 그 감정이 사라질 일은 없을 거예요.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퍼즐이 점점 완성에 가까워지는 걸 느껴요. 그 사실이 버팀목이 되어 이전보다 더 저의 직감을 믿을 수 있게 되었죠.

저는 어찌 보면 예스맨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결단을 내렸지만, 미리 정해두거나 생각하거나 한 적 없습니다. 흐름에 몸을 맡긴 채 그 상황에 맞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내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흥미와 충동에 따라서 움직였더니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살아가려고 합니다.”

아무리 기술이 진보하고 아무리 생활이 편리해져도 모험은 스스로 만들 수 있다. 그런 삶의 방식 또한 데이브가 의도했던 건 아니다.

“배우고 싶고 잘하고 싶다는 충동에 노력이 더해지면 일상은 자연스럽게 모험이 됩니다. 저는 일을 노동이라고 느낀 적이 없다는 사실에 감사해요. 매년 한 해를 돌이켜보며 내가 얼마나 진보하고 실력이 늘었는지를 깨닫는 것이 인생의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그건 사생활에서도 마찬가지죠. 혼자여도 아내와 같이 있어도 다른 도시를 여행했을 때는 도착한 순간부터 그 도시에서 사는 상상을 하며 설레곤 합니다. 실제로 앞으로 계속 안트베르펜에 살 것 같지 않아요. 언젠가는 다른 도시에서 살고 싶어지겠죠.”

글 : 나카미치 다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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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FAVORITE COFFEE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내 한 잔'

일이 없는 주말에 집에서 마시는 커피입니다. 플레이버 휠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커피를 분석할 필요가 없습니다. 에어로프레스로 내리는 일련의 프로세스도 포함해서 커피 한 잔을 커피 한 잔으로 즐길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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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y Roasters

[영업시간]
Mon-Fri 7:30~16:00 Sat-Sun 8:30~1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