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에 뉴질랜드에서 창업하여 2001년부터 생산자와 다이렉트 트레이드를 시작한 로스터 Allpress Espresso(이하 Allpress). 주력 상품은 창업 이후 같은 풍미를 계속 유지 중인 ‘Allpress Espresso 블렌드’이다.
도매 사업의 경우 5개국을 대상으로 1,200곳 이상의 카페와 식당에 커피를 판매하는 한편 기술 지원과 트레이닝도 제공한다. 카페 사업의 경우에는 4개국을 대상으로 13개의 직영 점포를 운영하는 전 세계 스페셜티 커피 업계의 ‘대기업’이다.
누노 실바는 Allpress의 영국 팀(UK)에서 퀄리티 컨트롤(QC)과 커피 코디네이터(생두 구매, 로스팅 프로파일 작성 외 부서 간 원활한 커뮤니케이션과 SNS 업로드 등)를 담당한다. 2017년에 Allpress(UK)에 입사하여 약 5년이 지난 지금 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커다란 것 = 나쁜 것이 아니다
‘From seed to cup’이라는 정의가 상징하듯이 대량 생산, 대량 소비에 대한 카운터 컬처의 측면도 있는 스페셜티 커피 업계. 아직 역사가 길지 않아서 로스터와 카페 대부분이 소규모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두각을 보이는 곳은 전 직원 수가 280명인 Allpress Espresso이다. 영국 팀만 해도 65명이 소속되어 있고 3개의 직영 카페와 376개의 거래처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 규모가 큰 것의 장점은 구매력입니다. 영국 팀 단독으로 연간 20 컨테이너 이상을 구매하고 있으며 우리의 주력 상품인 Allpress Espresso 블렌드에 들어가는 생두는 같은 파트너 생산자에게 몇 년 동안 계속 사는 중입니다.
생산자와 장기적인 관계성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매년 일정량의 생두를 사기로 약속했습니다. 싱글 에스테이트(단일 농원)와 리저널 블렌드에 사용하는 커피콩은 83점 이상이라는 규칙이 있는데 항상 같은 품질을 요구하지 않으며 품질이 개선되지 않는다고 사지 않는 경우도 없습니다. 커피 품질이 해에 따라 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2022년 4월, 누노는 구매처로 12년 정도 거래 중인 브라질의 생산자를 찾아갔다. 거기에서 그들은 Allpress와의 거래 관계 덕분에 구입 혹은 개량할 수 있었던 설비와 기계를 보여주었다고 한다.
“안정적인 수익이 기대되어 생산자는 은행에서 융자받기 쉬워지고 투자자의 신용도 높이기 쉬워집니다. 즉,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넓힐 수 있게 됩니다. 한편 우리는 고품질 커피를 매년 구매할 수 있죠. 서로에게 윈윈인 관계가 됩니다.”
커피 업계는 노예 제도에 의해 발전하여 지금도 저렴한 노동력을 착취하는 구조가 남아있다. 생산자의 노력이 대가로 환원되는 스페셜티 커피는 그 비뚤어진 구조를 조금씩 바꾸고 있지만, 누노의 이상향과 너무 먼 것이 현실이다.
“생산지에서 목격한 것은 커피 생산 공정 모두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다는 현실이었습니다. 브라질에 가기 전에 멕시코 생산자를 방문했고 귀국한 뒤에 ‘여행의 가장 큰 수확은 무엇이었나?’라고 질문을 받았을 때 저는 당연하게 ‘커피가 너무 저렴하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설령 스페셜티 커피로 비싸게 판매되었다고 해도 가혹한 노동에 비하면 적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생산자에게 지급되는 금액을 늘리기 위해서는 구매 가격을 판매 가격에 반영해야 합니다. 만약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가치 사슬의 출발점인 생산자에게 많은 대가를 지불할 수 없게 되겠죠. 그 균형을 잡는 것이 어렵습니다.”
갈등 없이 일할 수 있는 곳
누노가 생산자의 고된 삶에 마음을 쓰게 된 배경에는 패션 브랜드의 공장에서 근무하신 어머니가 있다. 누노가 태어나서 자란 포르투갈은 유럽권 내에서 자금이 저렴하여 하이클래스부터 미들클래스의 패션 브랜드 공장이 밀집해있다.
“저는 지구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고 착취를 조장하고 배려 없는 대량 생산에 찬성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량 생산된 상품의 배후에도 사람이 있다는 것은 변함없죠. 설령 상품 제작자와 구매자 사이에 단절이 있다고 해도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물건에서 사람의 존재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먼 곳에서 만들어지는 커피도 사람의 존재를 느끼기 힘든 상품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버튼을 누르면 나오는 음료와 캔을 따면 바로 마실 수 있는 음료, 즉 생활필수품으로 인식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습니다. 사람은 눈에 보이는 상대의 경우 그 사람의 가치를 이해하고 어느 정도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여기기 쉽죠.”
누노는 2009년에 포르투갈을 떠나 런던으로 이주했다. 생활하기 위해 뭐라도 하겠다는 마음으로 정한 일터는 주로 생활 잡화를 판매하는 독일의 체인점이었다. 이 회사에서 점포 매니저로도 일했는데 가게에서 팔 상품을 정하는 권한은 없었다. 본인 취향에 상관없이 상품을 팔아야 하는 환경이 누노의 마음을 피폐하게 했다.
“존재 이유와 목적을 모르는 상품을 계속 파는 것이 정말 싫었어요. 일회성 상품을 많이 취급했던 것도 소매업에 반감이 들게 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 후에 소비할 수 있는 것을 팔고 싶어서 카페 베이커리로 이직했기 때문에 요식업계에서 일하는 것은 이치에 맞는 선택이었죠.”
이러한 누노에게 길을 열어준 것이 스페셜티 커피였다. 누노가 런던에서 살기 시작한 2009년은 마침 스페셜티 커피가 유행하기 시작한 시기였고 그 이듬해에는 ‘뉴질랜드에서 탄생한 로스터가 영국에 상륙했다.’라는 소식이 화제가 되었다.
얼마 후 Allpress는 커피 애호가가 눈여겨보다 방문하는 가게로 입지를 다졌다. 누노는 당시 주변 사람들이 ‘Allpress의 퀄리티가 높다’라고 평가했던 것을 기억한다.
원래 Allpress라는 회사에 관심이 있었으나 바로 지원해보려고 하지는 않았다. 포르투갈에 있던 시절부터 커피를 좋아했지만, 자신이 커피를 내려 본 적도 없었고 Allpress가 추구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냉정하게 자신의 현 위치를 파악한 누노는 우선 소매점의 매니저로 일한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카페 베이커리에 취직했다. 그리고 자신감이 생기자 Allpress(UK)에 지원했다.
“지금은 판매할 상품도 제가 고를 수 있고 사람들이 소비할 수 있는 상품을 팔고 있어서 갈등이 없습니다. 생산자와 얼굴을 볼 수 있는 관계는 ‘돈으로 대체할 수 없는 가치’를 만들어줍니다. 이것이 상품에 대한 애착을 만들고 일의 원동력이 됩니다.”
가능한 한 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
Allpress에서는 커피 코디네이터, 올라운더(=카페 직원), 워크인 빌보드 매니저(=카페 매니저) 등 유니크한 직함을 사용한다. 누노는 이에 대해 “각자 사내에서 역할과 업무를 확실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조직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의식을 통일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이를 막기 위해 Allpress에서는 직원들 간의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장려한다. 같은 목적을 향해 함께 힘을 모을 수 있도록 모든 부문을 총괄하는 제너럴 매니저가 지휘권을 갖는다.
“Allpress에는 서로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문화가 있습니다. 모두 사교성이 좋고 여유를 갖고 일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Allpress의 직원은 헬스장과 수영장을 무료로 다닐 수 있고 필요시 멘탈 헬스 지원도 받을 수 있는 등 QOL을 높이는 복리후생 프로그램을 누릴 수 있습니다. 직원끼리 사이도 좋아서 퇴근하면 술도 마시러 가고 휴일에는 놀러 가기도 해요.
Allpress는 뉴질랜드와 호주에 뿌리를 두고 있어서 직원 중에는 그 두 국가에서 영국으로 온 사람들도 많습니다. 타국 땅이기 때문에 긴밀한 인간관계가 발생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거래처에서 이직을 원하는 사람이 간혹 발생한다는 점도 Allpress(UK)의 근무 환경이 좋다는 증거일 것이다. 코로나19 발생 후에는 어쩔 수 없이 가게를 닫은 것을 계기로 거래처에서 5명의 직원이 이직했다.
“Allpress가 중요시하는 것은 비즈니스를 가능한 한 지속가능성 있는 방법으로 성장시키면서 창업 초기의 가치관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시장이 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영국에서 시작한 뒤로 지금까지 성장세를 보이는 것은 정말 자연스러운 것이었으니까요.”
‘변하지 않는’ 것이 가치가 된다
시장을 불문하고 진입하는 회사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생활필수품으로 전락할 리스크는 높아지기 마련이다. 이는 스페셜티 커피도 예외가 아니다. 영국에서 스페셜티 커피가 시민권을 얻어 ‘국내 어디에 가도 맛있는 커피를 만날 수 있는’ 요즘, 로스터는 부가가치를 매길 필요가 있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지향점은 사람들이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Allpress Espresso 블렌드를 통해 언제나 변함없는 풍미를 제공할 수 있는 안정성이 브랜드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지 않을까요?
실제로 우리는 일관적으로 풍미를 유지하는 것에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그래서 만약 제가 Allpress를 나와서 다른 사람이 저를 대신하게 되더라도 같은 풍미를 만드는 것은 변함없겠죠. 그렇게 Allpress의 맛은 계속 계승될 것 같습니다.”
사람에게는 마음에 든 것을 바꾸기 싫어하는 습성이 있다. 변하지 않는 것이 안심감을 주기 때문이다. 새로운 프로세스와 풍미가 잇달아 등장하며 빠른 속도로 바뀌는 스페셜티 커피 업계. 새로운 맛을 계속 추구하는 로스터와 고객도 많은 가운데 창업 이후 33년간 변하지 않는 맛을 제공해온 Allpress는 요컨대 사람들에게 ‘삶 속의 휴식처’를 제공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생산자와의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블렌드를 만든 것이 아니라 블렌드의 맛을 지키려는 의지가 생산자와의 장기적인 관계 구축으로 연결된 것입니다. ‘변하지 않는 것’을 지키기 위해 모두가 노력하는 것은 전체가 한 배에 탄 것으로도 빗댈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목적지도 파악하고 있으니 안심하고 배에 올라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누노가 때때로 보여주는 상냥한 미소는 어떤 말보다도 ‘이곳은 건전한 세계다’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작은 일로는 동요하지 않는 Allpress의 포용력이 관계자들의 행복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탱하고 있는 게 아닐까?
文:中道 達也
글 : 나카미치 다쓰야
MY FAVORITE COFFEE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내 한 잔'
누군가가 내려준 커피입니다. 제가 커피를 내렸을 때는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지만 타인이 내려줬을 때는 자연스럽게 감사한 마음이 생깁니다. 맛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