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기'가 일으키는 이노베이션
만남
페랄타 커피는 니카라과를 대표하는 스페셜티 커피 생산자이자 수출업자이다. 그 안정된 품질에 대해서는 전세계의 바이어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어, 연간 유통량은 50컨테이너를 넘는다. 페랄타 커피는 페랄타 집안이 운영을 하고 있으며, 사촌지간인 훌리오와 옥타비오가 지휘하고 있다. 이들은 온두라스 국경 근처에 7개의 농장과 드라이 밀을 소유하고 있다. 그 지역은 디필토, 산페르난도라 불리는 지역인데, 커피의 유명한 산지로서 알려져 있다.
니카라과에 가기로 한 필자는, 시저의 얼굴을 떠올렸다. 뉴욕에 있는 니카라과의 커피를 전문으로 하는 로스터인 시저와는, 7년 전부터 인연을 맺고 있었다. 니카라과에 추천할 만한 생산자가 없는지 오랜만에 문자로 물어봤더니, 페랄타 커피라면 훌리오가 틀림없다며 훌리오를 소개해 주었다. 그것이 페랄타 커피와 만나게 된 계기이다. 시저의 로스터리와 페랄타 커피는 협업해서 니카라과의 수도 마나과에 로스터리 겸 카페를 만드는 등 매우 연이 깊다고 한다.
우리는 니카라과에서, 오너 중 한 사람인 훌리오와 아주 알찬 3일간을 보냈다. 훌리오는 기품이 풍겨지는 장신의 신사로서, 매우 유능한 비즈니스맨이다. 그는 은행원과 통신사업자를 거쳐 결국 커피의 사업가로서 성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내가 일본인인 걸 알자, 과거에 일본에 여러 차례 방문했었고, 일본어를 배울 만큼 일본을 사랑한다고 했다. 그는 사교적이고 친구도 많고, 노는 것도 잘한다. 이번 방문에서 우리는 그의 완벽한 배려에 감동까지 받을 정도였다. 세세한 부분까지 너무 잘 챙겨주셨던 사흘간이었다. 이것이 페랄타 가문의 기품일 지도 모르겠다. 일가의 거주지는 농장 근처의 마을의 중심지에 위치하고 있으며, 각자 대대로 내려온 호화로운 저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훌리오의 저택도 그 마을에 있었다. 그런 그에게 페랄타 커피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페랄타 커피의 시초
「저희의 역사는 20세기 초반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대략 1918년쯤이었을 겁니다. 저희 증조부가 커피 생산을 시작하기 위해 땅을 구입하셨지요. 그 땅은 지금도 농장으로서 남아 있어요. 그 땅을 저의 할아버지께서 물려받았고, 할아버지는 저의 아버지와 옥타비오의 아버지, 그리고 친척들에게 물려주셨습니다. 그리고 저와 옥타비오는 2008년에 커피 수출업자로서 페랄타 커피를 시작했지요. 이전까지는 커머셜 커피를 국내용으로 생산하고 있었지만, 스페셜티 커피로 품종을 특화하여 수출을 시작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우선은 품종을 바꾸어 기르고, 정제 실험을 반복했어요. 또 저희와 가치관을 공유하는 생산자들에게 정제 및 수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정치적인 곤란
스페셜티 커피라는 개념이 널리 퍼지면서 전 세계에 침투하기 시작한 2000년대 후반. 미국도 잘 알고 있는 훌리오가 분위기를 읽고, 순조롭게 사업을 확장시켜나간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2018년 뜻하지 않은 어려움을 겪는다. 니카라과에서 큰 정치적 혼란이 일어난 것이다. 독재적인 좌파의 정치체제와, 빈곤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여 시위가 격화되면서 사망자 수는 수백 명을 넘어서게 되었다. 이로 인해 몇 달동안 정부의 업무가 정지되고 경제활동도 마비를 일으켰다고 한다. 물론 커피 수출도 막혀 생산된 커피를 수출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컨테이너 분량의 커피를 파기해야만 하는 생산자도 생겨났고, 적지 않은 수의 커피 종사자가 업계를 떠났다고 한다. 현재 한층 더 좌경화하여, 반미 의식이 강해지고 있는 니카라과에서는, 비즈니스를 하는 것에 있어 곤란함이 항상 따라다닌다.
「커피 일은 도전의 연속으로, 항상 문제가 생겨요. 2018년 이전에도 커피의 국제적 시세가 매우 불안정해서, 저희 회사가 파산 위기를 느꼈을 정도였습니다.」
‘근성’이라는 정신력
수많은 문제를 극복하고 현재의 위치까지 오를 수 있었던 페랄타 커피. 그들이 성공한 이유는 태스크 하나하나에 대한 철저한 장인 정신 때문이라고 느껴졌다. 그러한 장인 정신은, 니카라과인의 성향과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니카라과의 역사는 아직 200년밖에 되지 않아, 짧은 편입니다. 하지만 국가적 혼란이나, 기후변화의 영향, 지진이나 허리케인 등의 자연재해가 발생해 항상 위기를 겪어왔어요. 그렇게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한 정신력이 단련되어 왔지요. 어떻게든 미래를 향해 전진하려고 노력을 하는 습관이 생긴 것입니다. 니카라과인의 정신력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근성’ 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그것은 커피 생산을 하는 것에 있어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생산자들은 커피의 품질은 처음부터 정해진 것이 아니라, 정성스럽고 정확하게 정제하는 단계를 밟음으로써 보증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과거의 방법론에 사로 잡히지 않고, 항상 최선을 향해 나아가자고 하는 의식도 있습니다. 이것은 이웃나라인 온두라스의 생산자에게서 느끼기 힘든 니카라과만의 독특한 감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
전세계에서 커피를 생산하는 국가와 마찬가지로, 커피 생산자의 감소와 기후 변화의 영향은 니카라과의 커피 생산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1980년대의 내전으로 인해, 니카라과의 커피 생산은 심각한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1990년대 정부는 커피 산업의 부흥을 목표로 새로운 커피를 심었는데, 이는 수확량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두고 있었지요. 2000년대가 되서야, 커피 생산자는 퀄리티를 높일 수 있다면 스페셜티 커피의 시장에 참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파카마라나 게이샤등의 품질이 뛰어난 품종을 재배하기 시작했습니다. 생산자는 자신의 손이 닿는 범위에서 농장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고, 노동력의 부족으로 인해 수확하기도 전에 커피 체리가 떨어지는 손실을 줄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니카라과의 커피 생산은, 양보다 질이라는 개념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생산량을 늘리는 것보다 질을 높이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지금 많은 청년들은 커피 농장을 계승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고, 자연환경 보호 차원에서 정부가 토지 개척을 규제하고 있어 커피 농지를 더 이상 늘릴 수도 없습니다. 지금 있는 니카라과의 커피 농장은 가족 대대로 계승되어 온 것이 대부분이죠.」
「게다가 다른 생산국과 같이 니카라과도 지구 온난화의 영향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고도가 낮은 지대는 건조하고 비가 내리지 않아, 커피 나무가 반년 간의 건기를 견디지 못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해발 1,000m 지점에서도 커피가 재배되었지만 지금은 불가능합니다. 이것은 커피 생산에 있어서 신중히 고찰해야할 큰 문제입니다. 저희는 산악지대, 그리고 커피 농장의 기후를 지켜야 합니다.」
분명, 이 문제는 전세계의 커피 생산지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문제이다. 니카라과의 많은 젊은이는 미국 등 선진국으로 건너가 버려, 니카라과에 뿌리를 내리는 일은 적다고 한다. 또, 지구 온난화의 문제는, 고도가 그다지 높지 않은 니카라과의 생산지에 있어서 더욱 더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아나에어로빅을 스탠다드하게
커피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다이렉트 트레이드와 함께 커피의 품질을 추구하는 것은 필요불가결하다. 그러기 위해 페랄타 커피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농지입니다. 토지 각각의 토양이나 기후를 잘 알고, 그 토지에 적절한 품종을 심습니다. 두 번째는 품종입니다. 잠재력이 있는 품종을 재배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재배와 수확에 있어서 적절한 재배 방법을 실시하는 것입니다. 병해 및 일조량 조절 등이 이에 포함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제를 중요하게 여겨요. 저희는 유니크한 맛을 찾아 다양한 정제 방식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3년 전부터 무산소 발효 실험을 거듭하여, 발효는 주로 아나에어로빅으로 하기로 결정했어요. 이것을 통해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커핑 프로필을 얻을 수 있었고, 품질을 안정시킬 수도 있었습니다.」
「다음 도전으로서 저희가 하려고 하는 일은, 발효시간을 늘리는 것입니다. 발효는 주로 농장에서 이루어지는데 최저기온이 15~16도까지밖에 내려가지 않아요. 이를 12~13도로 유지하면 발효시간을 늘릴 수 있지요. 지금은 산의 차가운 물을 순환시키는 등 자연의 힘을 빌리고 있습니다만, 향후 냉각 장치에 투자를 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도전을 통해 다른 어느 곳에도 없는 퀄리티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 중 하나입니다.」
올해 페랄타 커피의 오퍼 리스트는 대부분 무산소 발효 커피가 차지하고 있다. 그것은 이른바 내추럴과 같은 펑키한 플레이버를 만들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발효를 통해 품질에 일관성을 갖게 한다는 목적도 있었다.
장래의 꿈에 대하여
「저희는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니카라과에서 가장 중요한 커피 생산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뿐만이 아니라, 다른 생산자를 돕고 싶다고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직 고품질의 커피를 만들지 못한 생산자도 스페셜티 커피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저희는 생산도 수출도 담당하고 있기에 달성할 수 있으리라 봐요. 니카라과 전체의 커피 생산을 바꾸기에는 저희만으로는 부족하니까 생산자들과 힘을 합쳐야죠.」
자신들의 비즈니스에만 머무르지 않고, 니카라과의 커피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변화를 일으키려고 하는 페랄타 커피. 이들이 이끄는 니카라과의 스페셜티 커피 업계는 반드시 좋아질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우리의 역할은 그들의 고품질의 커피를 전 세계에 유통시키는 것. 앞으로 그들과 함께 걸어가는 길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글 : 야마다 아야네
번역 : 박치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