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상으로의 문이 열리다
엘살바도르에서, 커피를 생산하는 데에 있어 적합한 땅이고 품질이 좋은 커피를 수확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찰라테낭고 지역. 헤르만 조바니는 이 지역에서 약 0.5ha 규모의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커피를 약 10여 년 생산해온 헤르만이 Cafe Nor에 생두를 판매하는 것은 2022년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브랜드 없이 판매해 온 헤르만에게 있어서,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릴 기회가 도래했던 것이다.
「새로운 세상으로의 문을 연 느낌이었어요. 제 커피가 어디에 도착되는지, 어떤 손님이 제 커피를 좋아하는지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런 헤르만의 아버지도 커피 생산자였다고 한다. 아버지가 농장을 계승해 달라며 땅을 나눠주었고, 헤르만은 그것을 계기로 지금의 커피 생산을 시작한 것이다.
「’공부를 하고 싶으면 공부를 하면 된다. 아버지는 너를 응원할거야. 하지만, 공부를 할 생각이 없다면 일을 하렴’이 아버지의 방침이었지요. 저는 공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에, 의문의 여지가 없었죠. 저희 지역에서는 달리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직업이 없었던 것도 있었지만, 그런 집안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의 숙명이기도 했지요. 농장은 부모님으로부터 이어받는 유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커피 자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은 아니었지만, 헤르만은 이윽고 일의 재미를 깨닫게 된다.
「제가 뿌린 씨앗이 싹을 내려, 잎을 틔우더라구요. 그리고 나무라고 부를 수 있는 상태로까지 자라고, 꽃을 피운 후에 열매를 맺게 됩니다. 커피나무가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면 감동마저 느낄 정도입니다. 그리고 매년, 생산량이 증가해 가는 것을 보며 큰 동기 부여가 되고 있어요.」
「자신이 한 일은 모두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것이 이 일의 묘미입니다. 품질을 좋게 하기 위해서, 무엇을 하면 좋을지 항상 생각하며 게을리 하지 않도록 하고 있답니다. 다만 좋아하는 일을 매일 하고 있는 느낌이기 때문에 의무감 같은 것은 없어요. 정신적으로 안정된 상태로 일을 할 수 있지요.」
「그렇다고 해도, 항상 긴장감은 있어요. 특히 주의하고 있는 것은 녹병이에요. 최악의 경우 지금까지 해온 일이 모두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을 정도랍니다. 녹병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가능한 한 나무에 스트레스를 주지 않도록 비료를 뿌리거나 잎사귀에 양분을 스며들게 하는 농법을 쓰기도 해요.」
품질 향상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헤르만은 2017년경부터 비에 의해 커피가 젖지 않도록 건조 선반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커피 채집자의 급여를 올려주며 부지런히 일해 달라고 부탁하고 있기도 한다고.
「모든 궁리와 노력은 조금이라도 커피를 더 높은 가격에 팔고 싶은 마음과 결부되어 있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1년 동안 일한 모든 성과가 나타나는 수확 시기입니다. 각 과정에서 섬세히 노력하면 품질이 올라가고, 그게 그대로 가격에 반영된다는 걸 알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절로 생기죠.」
「장래적으로는, 컵 오브 엑설런스에 도전하고 싶답니다.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제 커피를 직접 사줄 사람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지요. 만약 그런 사람과 만날 수 있다면 점점 더 일하는 의욕이 생기겠지요. 자신의 커피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레요.」
헤르만이 경영하는 농원 ‘와치피린’은 가칭이다. 와치피린 나무가 많아, ‘로스 와치파리네스’ 라고 부르고 있다고. 그가 또 한번 새로운 세계를 열게 될 때, 그는 새 이름을 필요로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