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도 인생의 한 조각. 커피와 가족은 일심동체
구스타부, 호드리고 형제는 브라질 세하두(Cerrado) 지역에서 부모님과 함께 스페셜티 커피를 생산하고 있다. 전체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카투아이(Catuai)를 중심으로 파라이소(Paraiso), 부르봉(Bourbon), 카티구아(Catigua) 등의 품종을 생산하고 있다. 최대 수출지인 슬로바키아 외에 미국과 대만에도 고객을 두고 있으며, 자사에서 로스팅한 커피도 수출하고 있다.
현재의 농장은 해발고도 1,200m 정도에 위치한 고원에 있어 고품질의 커피를 생산하기 위한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형제는 원래 아버지가 하고 있던 낙농을 그만두고 2008년에 커피 생산을 시작하기로 했다. 형제가 이러한 결단을 내리게 된 배경에는 무엇이 있었던 걸까.
리스크와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콩과 옥수수, 면화가 재배되는 세계 유수의 곡창지대인 브라질 세하두 지역은 한때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척박한 땅’으로 여겨지던 사바나 지대였다. 브라질의 농업연구기관인 EMBRAPA가 실시한 토양 개량 기술의 개발과 작물의 품종 개량 외에도 1980년대 초부터 일본의 ODA 개발원조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계분과 석회 시비를 통한 토양 개선으로 다양한 작물을 재배할 수 있게 되었다.
1989년에 구스타부, 호드리고 형제의 부모님은 땅을 물려받아 이곳으로 이주해 왔다. 그러나 아직 토양 개발이 진행되던 중이었기 때문에 커피를 포함한 농작물 생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애초에 커피 생산에 관한 경험과 지식도 없었고, 커피는 씨를 뿌리고 나서 수확할 때까지 몇 년 단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버지는 단기적으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낙농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약 20년이 흘렀다. 형인 구스타부는 2008년 대학 졸업 후, 가족 곁으로 돌아와 소를 팔아 커피 생산을 시작하기로 결심한다.
구스타부 “우리 인근에 있는 많은 농가가 커피 생산을 시작했으며 잘되고 있는 것을 봤기 때문입니다. 토양도 완전히 개량되어 특색 있는 커피를 생산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리스크를 감수하고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커피는 심고 나서 처음 수확할 때까지 3년이 걸리기 때문에 처음에는 희망만을 버팀목으로 삼고서 살았습니다. 우리 생산자들이 하는 일은 100% 날씨에 좌우된다는 숙명을 안고 있습니다. 설령 모든 작업이 완벽하더라도 하늘이 우리 편이 되어주지 않으면 모든 게 헛된 일이 되어 버립니다. 실제로 밭을 확장했을 때 새로 심은 어린나무의 2/3가 서리 피해를 입은 적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약 15년 동안 서리 피해가 컸던 적은 2번 있는데, 2010년과 2016년입니다. 심지어 2018년 이후에는 날씨가 굉장히 불안정하여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건기가 평소보다 빨리 시작되었고, 올해는 겨울도 따뜻했습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환경이 개선되도록 밭에 관개 설비를 마련하는 등 새로운 생산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리스크를 분산시키기 위해 아보카도 재배도 시작했지만, 결국 날씨에 좌우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브라질의 다른 생산자들도 비슷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지만, 다른 작물을 재배하기보다는 기계와 관리 면에서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날씨로 인한 리스크를 회피하는 방법을 생각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커피는 면적당 수확량이 많다(생산성이 높다)는 매력도 있고요.”
호드리고 “이 주변에서 재배되는 옥수수와 콩 등의 작물을 한다고 해도 처음부터 공부해야 하고 사용하는 기계도 다릅니다. 시간적으로나 비용적으로나 큰 투자가 필요하니까요.”
주어는 언제나 “우리”
파젠다 샤파당의 특별한 점은 가족 4명이서 연간 1,000봉지(약 60톤)의 커피를 생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직원은 고용하고 있지 않으며, 매우 드물게 일손이 꼭 필요할 때만 파트타임을 1명 고용하는 정도이다.
호드리고 “애초에 우리끼리 일을 끝낼 수 있고, 그편이 더 꼼꼼하게 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심기부터 수확, 건조, 테이스팅, 로스팅까지 우리 눈으로 확인하면서 성과를 지켜볼 수 있는 점은 보람으로 이어집니다.”
구스타부 “우리 농지는 평지에 있기 때문에 기계도 쓸 수 있지만, 기계가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최대한 수작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지금도 심는 일을 한 뒤에는 밭을 거닐면서 손으로 잡초를 뽑고 계시고요.”
그들과 거래하는 커피 퀘스트 브라질의 테레사는 말한다. “브라질에는 ‘주인의 눈이 닿는 곳에서 소는 자란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이 말처럼 주인이 책임지고 관리하면 품질은 보장됩니다. 그들의 농장은 매우 효율적으로 관리, 운영되고 있으며, 품질뿐만 아니라 일하는 방식의 효율화 등에 대해서도 항상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구스타부 “우리 가족은 모두 서로를 믿으며 일하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없을 때는 바로 이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되도록 자랐습니다. 가족 중 누구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큰 소리로 주장하는 이기적인 면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곳에서는 항상 “나”보다 “우리”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자연 속에서 사는 “본능”
구스타부와 호드리고 둘 다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란 많은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곁을 떠나 시내의 학교와 도시의 대학에서 공부했다. 그곳에서 이질적인 환경을 겪었기 때문에 자신의 정체성을 자각한 두 사람은 일반 기업에서 얼마간 일한 뒤 고향으로 돌아와 농업을 시작했다.
구스타부 “여러 세대에 걸쳐 농장을 경영해 온 친가와 외가 가족들은 줄곧 자연 속에서 식물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입니다. 식물을 키우는 것은 말하자면 우리의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 같은 것입니다. 저도 밭에 있는 걸 굉장히 좋아해서 계속 밭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경영과 관련된 사무 업무는 호드리고가 맡아주고 있습니다.”
호드리고 “대학 졸업 후, 4년 정도 은행에서 일했는데, 스트레스가 쌓여서 오래 일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아무리 안정적이라고 해도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사는 건 무의미하지 않을까요?”
구스타부 “우리 형제는 아버지가 소를 키울 때부터 일을 도와 왔기 때문에 아기 때부터 이 일을 시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단순한 장사, 비즈니스가 아니라 생활이자 인생의 일부라고 생각하며 일을 해 왔습니다. 이에 따르는 리스크는 기본적으로 포함된 한 조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도 이런 걸로 낙심하거나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안드라데 가족이 커피 생산을 시작한 2008년경에 지역에서는 ‘커피는 다 똑같다’는 것이 상식이었다. 그들도 그렇게 생각하며 재배를 시작했지만, 테이스팅을 통해 각각의 커피가 가진 개성과 품질의 차이를 이해함으로써 품질을 고집하고자 하는 모티베이션이 생겨났다.
구스타부 “우리가 스페셜티 커피라는 말을 알게 된 건 아마도 2015년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브라질에서도 품질이 뛰어난 커피, 특색 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다고 전 세계 사람들에게 증명하고, 고정관념과 편견도 불식시켜 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