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평가를 해주기를
엘살바도르의 찰라테낭고지역에서 약 4ha 규모의 농장을 경영하는 호세 알만도 마르티네즈. 그가 생산하는 품종은 시범적으로 재배하는 것을 제외하면 95% 정도가 파카마라라고 한다. 현재 56세, 군인 출신인 마르티네즈가 이 일을 처음 시작한 것은 40대 중반 무렵. 그가 가지고 있는 이념을 언어로 표현한다면, 양보다 질이라는 말이 어울릴 것이다.
「농장 내에서는 차를 타지 않고, 1시간씩 걸어다니고 있어요. 비료를 뿌릴 때도 말을 타고 이동하곤 합니다. 힘들여 키운 만큼 커핑에서 품질이 좋았을 때나, 제 커피가 해외로 떠날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화학비료나 제초제를 거의 쓰지 않는 것도 마르티네즈가 양보다 질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잡초는 모두 마체테라는 칼과 손으로 깎기 때문에 인건비가 만만치 않다고 한다. 매년 23차례, 하루 10달러의 보수로 5명의 근로자를 약 보름 동안 고용하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생산 공정에서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부분이에요. 그렇다고 제초제를 쓸 생각은 안 하고 있어요. 코스트는 억제할 수 있겠지만, 품질은 떨어지고, 생산량도 줄게 되버려요. 게다가 나무에 손상을 주기 때문에 긴 안목으로 보면 좋은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제초제를 많이 쓴 사람에게서 제초제의 영향으로 커피나무가 열매를 맺지 못하게 됐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답니다.」
마르티네즈는 녹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파카마라는 녹병에 매우 감염되기 쉽기에, 2021년 살균 작업을 두 차례나 했지만 일부 나무가 녹병에 걸려 1.5ha 정도의 땅에서 커피를 수확하지 못했을 정도라고 한다. 녹병으로 쇠약해져 있던 나무가, 강풍의 영향을 받아 낙엽이 져 나무의 생산력을 빼앗긴 것이 원인이었다고. 그 실패를 교훈 삼아 2022년에는 살균작업을 3차례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마르티네즈가 군대를 그만둔 나이는 40대 중반. 그가 가진 나이만큼 기업에서 살릴 수 있는 경험이나 기술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냉정하게 자신을 평가한 마르티네즈가, 자영업을 하겠다는 선택지는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마르티네즈의 새로운 삶은 평소 알고 지내던 커피 생산자로부터 나눠 받은 파카마라의 씨앗을 뿌리는 것부터 시작됐다. 커피 생산에 대해 공부하고, 땅도 4ha 규모를 구입했다. 그렇게 1ha로 시작해 1년마다 1ha씩 재배 면적을 늘려갔다고 한다.
농장을 좀 더 키우고 싶다는 비전을 그리고 있던 마르티네즈는, 커피나무 500그루를 심을 수 있는 땅과 씨앗을 확보하게 되었다.
「가족을 지탱하고 싶다는 마음이 제 일의 원동력이 되어요. 아들이 대학에 갔으면 좋겠고, 가능하면 해외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공부하길 바라고 있지요. 그렇기에 저는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답니다.」
「제가 조금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생산자의 희생과 노력을 평가하지 않고 자기 이익만 챙기는 사람이 이 업계에는 많다는 점이에요. 옛날부터 계속 그렇습니다만, 생산자의 몫이 적은 것에 납득이 잘 가지 않습니다.」
「해외에서 커피 한 잔이 어느 정도 가격에 팔리는지 저는 알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만들지 않은 중개회사조차 생산자보다 더 많이 벌고 있지요. 최근에는 비료 등의 재료값이 급등하고, 생산비용도 오르고 있기 때문에 농장 경영이 힘들기만 합니다.」
「어쨌든 정당하게 평가를 하고, 공정한 대가를 지급해주었으면 해요. 그게 제 소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