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feine Nirvana Danish Ali

Danish Ali

Caffeine Nirvana

자연과의 완벽한 조화를 추구하다

비용보다 더 중요한 것을

Caffeine Nirvana의 대니쉬 알리는 인도 남서부 치카마갈루루 지역의 케서케 마을에서 가족과 함께 약 36ha의 커피 농장 Zoya Estate를 운영하고 있다. 250~300년간 조상 대대로 온 가족이 함께 커피 생산에 종사해온 역사가 있다.

현재 Zoya Estate에서 재배하고 있는 주요 품종은 5B와 찬드라기리(Chandragiri)다. 모두 ‘인도 커피보드’(인도 국내 커피 생산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공적기관)가 개발한 인도 고유 품종이다.

“26-27이라는 5B의 당도는 인도 고유 품종으로는 가장 높습니다. 다만, 재배할 수 있는 환경이 제한적입니다. 1년 중 8개월은 흐리고 강수량도 많은 이 지역 같은 곳에서만 자랍니다”

Zoya Estate에서는 연평균 10~30명을 상시 고용하고 있는데 커피 수확 시기에는 50~80명의 피커(Picker)를 임시로 고용한다. 또한, 생산 공정에서 가장 중요한 가지의 전정 작업을 하는 1~1.5개월 동안은 전문 기술을 가진 직원을 하루에 30~50명 고용한다고 한다.

“저희 사업에서 가장 많은 비용이 드는 것이 모두 사람 손으로 하는 잡초 제거 작업입니다. 비가 자주 내려 잡초가 금방 자라는 만큼 인건비가 늘어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제초제나 화학비료를 사용하거나 하는 일은 일절 없습니다. 그것이 대대로 이어져온 저희 가족의 신조이기 때문입니다”

“인도 커피 업계의 현 상황을 고려하면 멀쩡한 사람이나 비즈니스적인 관점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일을 선택하지 않을 겁니다”라며 대니쉬는 웃으며 말한다. “저도 농장을 팔아 얻은 자금을 다른 분야에 투자해 경제적 안정을 얻자는 발상이 머리를 스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조상과 가족에게 물려받은 일입니다. 사업을 지속 가능하게 하기 위해 계속 싸워나가자는 마음이 무너져내릴 일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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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업계에는 미래가 있다

Caffeine Nirvana의 가장 큰 특징은 커피 재배로부터 정제, 로스팅, 판매까지를 일관하여 관리하는 “6차 산업화”를 실현하고 있다는 데 있다.

그 원점을 만든 건 대니쉬의 조부다. 1960년대 대기업으로부터 거래를 제의받은 것을 계기로 코모디티에서 스페셜티로 방향을 전환하여 주로 유럽권에 수출하게 된 것이다. 대기업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공정을 표준화하면서 품질을 향상시킨 덕분에 알리 일가의 커피는 인기를 얻었다.

“할아버지께서는 자주 커피 보드에서 새로운 품종을 가져오셨고, 배워온 최신 재배 방법을 도입하곤 하셨습니다. 그런 열심히 일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다만, 그 비즈니스 모델이 성립되었던 건 거래처의 큐레이터 및 수출업자가 프리미엄 가격으로 구매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그들의 구매력을 기대할 수 없고 그렇다고 지역의 시장에 팔 수 있는 것도 아니죠. 로스터와 직접 관계를 구축하여 커피를 판매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게다가 오늘날에는 소비자와 로스터의 다양한 기호도 충족시켜야 합니다. 스페셜티 커피 재배에는 불확실한 부분도 많고 어딘가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해 배치(Batch) 전부가 팔리지 않게 되어 골머리를 앓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대도시 벵갈루루의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대니쉬가 본가로 돌아와 농장을 이어받기로 결단을 내린 것은 2020년의 일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도 전국에서 록다운이 내려진 상황에서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묻다 보니 커피를 직접 수출해 자신들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비전이 확고해져 간 것이다.

“사실 가족들은 제가 다른 일을 선택하길 원했습니다. 커피 재배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데다 기후변화가 저희의 일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10~15년 후의 미래를 내다볼 수 없다는 점을 걱정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다양한 풍미가 있는 스페셜티 커피를 만난 덕분에 커피 업계의 미래에서 커다란 가능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현실적으로 인근 커피 생산자의 대부분은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을 동기부여의 원천으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스페셜티 커피에 애정을 쏟으며 그것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분투하는 사람들도 있지요. 그런 사람들과 일하는 것이야말로 앞으로 나아가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2020년 Zoya Estate가 인도에서 가장 훌륭한 농장 중 하나로 The Ernesto Illy International Coffee Award를 수상한 것은 동기부여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커피에 열정을 쏟고 있는 외국인들과도 만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제가 항상 목표로 하는 건 인도 국내에서 최고 품질의 커피를 세상에 내놓는 것입니다. 저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는 ‘완벽을 추구하는 정신’을 키워주는 것이 스페셜티 커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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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에 새겨진 ‘지속가능성’

“저희를 비롯한 커피 농장을 경제적으로 자립시키기 위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싶습니다.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면 일하는 모두에게 더 많은 봉급을 지급하여 그들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수익을 인재나 설비 등 미래에 대한 투자로 돌릴 여유가 생기면 긍정적인 순환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언젠가는 Caffeine Nirvana가 수출업체가 되어 다른 농장의 스페셜티 커피를 외국에 판매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대니쉬가 그렇게 생각하는 배경에는 영국 식민지 지배를 극복해 온 역사가 있다. 1947년 8월 독립을 이뤄내며 동인도회사가 진출한 17세기 초 이후 200여 년 만에 주권을 되찾은 인도의 경제개발에서 관철되어 온 2대 목표는 ‘빈곤 해소’와 ‘경제적 자립’이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시절 노동자들은 억압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이익을 얻는 동시에 인도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합니다. 모든 사람이 평화롭고 평온한 삶을 사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대니쉬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건 인간의 삶만이 아니다. Zoya Estate에서 ‘유해한 화학물질을 포함한 약제는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배경에는 ‘자연과의 완벽한 조화를 추구한다’는 철학이 있다. 옛날부터 언어화되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알리 일가에서는 대대로 그 방침을 지켜왔다. 농장 곳곳에서 생육하고 있는 다양한 나무들은 ‘성공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저희는 아티와 바스리, 고니와 같은 인도 고유의 과일나무를 커피의 녹음수(shade tree)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 과일들은 맛이 없기 때문에 인간은 먹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우리 농장의 중추입니다. 나무 주위에는 다양한 동물들이 모여들기 때문에 땅에 떨어진 과일 등이 토양의 양분이 되어 높은 커핑 스코어를 만들어냅니다. 자연은 우리를 비롯한 모든 생물을 품에 품어주며 풍요롭게 번성할 수 있게 지탱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자연은 ‘자립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자연과 더불어 살며 자연을 알아야 한다’고 저희에게 알려주었습니다. 자연을 해치지 않기 위해 플라스틱 등의 인공물을 사용하지 않는 것도, 농장에 사는 동물들의 삶이 위협받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도 이러한 생각 때문입니다”

이젠 시장에서 표어가 된 ‘SDGs’라는 개념이 세상에 나온 건 2015년 9월 열린 유엔 정상회의다. 하지만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진 Zoya Estate에는 아주 오래전부터 ‘SDGs’의 DNA가 새겨져 있었다.

“자연 속에 있으면 마음이 진정되고 정신적인 삶이 풍요로워집니다. 조용하고 평온한 이곳에서 보내는 생활이 저는 정말 좋습니다. ‘전 세계 어디서 살아도 상관없다’는 말을 들어도 저는 이곳을 선택할 것입니다.

스페셜티 커피와 관계된 일이 가진 매력은 자연 속에 살면서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의 사치를 누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적어도 제게 있어 이 일은 정신적인 것입니다”

우리 인간은 동식물 등 살아 숨 쉬는 생명체 중 하나로 이 지구상에서 살고 있다. 이런 당연한 것들이 잊히고 있는 현대에야말로 조상 대대로 이어져온 알리 일가의 정신은 우리를 원점으로 돌아오게 해주는 귀중한 길잡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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