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ram Um Boram Um

Boram Um보람 엄

Um Coffee엄 커피

스테레오 타입에 계속 도전하며 브라질 커피에 새로운 숨결을.

커피의 6차 산업화를 구현해온 브라질의 혁신적인 커피 회사, Um Coffee(2015년 창업). 매년 150톤 전후의 커피를 생산하고 수출(그중 80%가 스페셜티 커피)할 뿐만 아니라, 로스팅 공장과 6개의 카페를 상파울루 시내에서 운영하고 있다. 또한, 브라질 국내에서 유일한 SCA 인정 커피 스쿨 중 한 곳으로서 바리스타, 로스터, 테이스터 육성에도 힘쓰고 있다.

그런 Um Coffee의 얼굴이자 마케팅과 클라이언트와의 관계 구축에 힘써온 사람이 바로, 바리스타 대회 브라질 국내 챔피언의 자리에 2번이나 오른(2020, 2022년) 보람 훌리오 엄(Boram Julio Um)이다. 2010년에 슐드미나스(미나스 제라이스주 남부)의 땅을 구매해, 커피 생산을 시작한 아버지, 스테파노와 함께 2015년부터 가업으로 일을 시작했다. 이후, 가족 간의 시너지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생산에 힘쓰는 아버지와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해 ‘한국에서 온 이민 가족’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해 왔다.

약 300년이라는 커피 생산의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150년 이상 ‘세계 제일의 생산량’을 유지해온 브라질. 가족끼리 몇 세대에 걸쳐 농장을 계승하는 풍습이 있는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업계에 새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보람은 다양한 측면에서 브라질 커피의 매력을 계속 알려왔다. 그에게는 ‘업계 전체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어야 한다’라는 사명과도 같은 뜻이 있다.

형식을 파괴하는 접근법으로 혁신을 일으킨다

각국의 우승자들이 세계 타이틀을 경쟁하는 세계 최고봉 바리스타 대회를 World Barista Championship(WBC)이라고 한다. 주로 북미와 유럽, 오세아니아, 아시아의 커피 소비국(수입국)의 출전자들이 대부분인 이 대회에서, 커피 생산국(수출국)의 출전자가 상위 랭크를 차지하는 일은 보기 드물다. 그중 한 사람이, 2022년에 준결승 7위로 아쉽게 결승 진출에 실패한 보람이다.

수확한 커피 체리와 정제한 생두를 정제 업자나 무역 업자, 로스팅 업자 등에게 제공하는 일반적인 생산자의 업무 중에, 바리스타 역할이 필요한 경우는 없다. 하지만, ‘브라질 커피 업계의 앰배서더(대사)’를 자인하는 보람에게, 대회 출전은 모순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한다.

“스페셜티 업계의 제일 큰 과제는, 생산자와 고객의 거리가 아직 멀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라질의 스페셜티 커피가 주목받게 만들기 위해, 저는 WBC 우승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바리스타 대회는 이른바 커피 업계의 패션쇼니까요. 스페셜티 시장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그 동향을 한발 빠르게 파악하고 배울 수 있는 최적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브라질은 미국의 뒤를 잇는 세계 2위의 커피 소비국이지만, 고품질 커피의 국내 소비량은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므로 Um Coffee의 타깃은 주로 해외 고객이지만, 2015년 창업했을 때부터 국내외를 불문하고 브라질 No.1을 목표로 해왔다.

그 일환으로 Um Coffee는 2016년에 상파울루 시내에서 직영 카페를 오픈했다. 자신들이 직접 생산하고 로스팅한 커피를 제공하는 가게들은 모두 입지 조건이 좋지 않은 곳을 선택해 왔다.

“애초에 한국에서 온 이민 가족이 커피 생산을 시작하고, 카페를 오픈하는 것 자체가 특이하죠. 주변 사람들에게 『미쳤다』라는 소리도 들었지만, 우리는 신경 쓰지 않았어요. 가까워서, 세련돼서, 가게가 이뻐서라는 이유가 아닌, 최고의 커피를 마시고 싶은 사람이 오는 가게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 가게는 외국 바이어나 트레이더의 예상을 좋은 의미로 뒤집었다. 우연히 가게에 들러, 커피의 맛과 향에 놀라 거래가 시작된 일도 한두 번이 아니다.

“직영점은 좋은 쇼룸입니다. 브라질의 네임밸류를 높이고, 콜롬비아, 파나마처럼 싱글 오리진 브라질 커피를 필터용으로 쓰는 선택지를 당연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얽매이지 않는 관점이 업계를 성장시킨다

보람이 직영점을 열기로 결정한 건, 세계 각지에서 열린 커피 이벤트에 참가하면서였다. 부스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자사에서 생산한 커피를 소개하려고 할 때, 90%의 사람들이 “브라질에 스페셜티 커피가 있나요?’ “브라질 커피는 맛있게 마시기 위한 커피가 아니죠”라는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브라질 커피는 초콜릿이나 견과류, 캐러멜 같은 풍미와 감귤류의 산미가 특징이지만, 아프리카나 중미 같은 화려함이나 깊이는 없다.’ 사람들의 이런 고정관념이 큰 장벽임을 깨달은 보람은, 먼저 브라질 국내의 고객들을 뒤돌아보게 만들기로 했다.

“브라질은 세계 2위의 커피 소비국이니까요. 그래서 커피 산업이 확립되어 있고, 여러 외국 커피의 소비 상황이나 로스팅 방법에 관한 정보를 얻기 쉬우니 이치에 맞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Um Coffee는 ‘최고 품질의 커피를 제일 부담 없는 가격으로’를 모토로 삼고 있다. 금전적, 기회적인 손실을 상쇄할 수 있는 수직형 비즈니스 모델이 모토의 실현을 뒷받침한다. 예를 들면, 크기가 16 미만인 생두는 아무리 품질이 뛰어나도 해외 시장에서는 상품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생산자는 보통 그런 원두를 저렴한 커머셜 시장에 유통시킬 수밖에 없지만, Um Coffee는 자사에서 로스팅, 판매하는 채널을 갖고 있다.

“브라질은 희귀한 마이크로로트부터 스페셜티, 커머셜, 로우그레이드까지 고객의 요구에 맞는 다양한 품질과 가격대의 커피를 구매할 수 있는 ‘원스톱 숍’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커피 산업의 저변이 넓으니, 다양성이 강점입니다. 저는 사람들이 그 다양성에 마음을 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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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력은 무한대

1991년, 전 세계 생산국에 앞서 스페셜티 커피 협회를 설립한 브라질에서는 어린 생산자들을 중심으로 고품질 커피의 생산으로 이행하는 흐름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메인스트림으로 업계를 견인하는 건 대농장에서 재배되는 커머셜 커피다. 기계 개발이든, 품종 개량이든 높은 수확량과 생산성을 추구하기 위해 품질을 등한시한 역사가 있다.

“슐드미나스와 에스피리토 산토, 두 지역에 있는 우리 농장은 산의 경사면에 펼쳐져 있으니 기계화할 방법이 없습니다. 여전히 수작업 공정이 많죠. 그런 점에서 콜롬비아와 파나마 생산자들과의 인맥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들의 농장을 방문해 재배 방법과 정제 방법을 보면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Um Coffee는 2019년에 에스피리토 산토주의 땅을 구매해 커피 생산을 시작했다. 현지에서 수확하고 정제한 커피를 시음했을 때, 그 유니크한 맛과 플레이버는 기억 속에 있는 모든 커피를 능가했다. 한번, 케냐의 샘플 원두를 섞어 한국의 바이어와 블라인드 커핑을 해봤는데, 아무도 차이를 판별할 수 없을 정도로 케냐와 중미 플레이버와 매우 비슷했다.

“게다가 그건 완성형도 아니었습니다. 그 지역의 떼루와나 독자성을 활용하는 방법은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을 거예요. 더 좋은 품종 개량과 정제 방법을 찾아보면 좀 더 품질을 높일 수 있을 테고, 대회나 옥션에서 입상하면 부가 가치를 높일 수 있겠지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브라질 커피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에 얽매이지 말고, 적절한 곳에 투자하면 얼마든지 가능성이 커질 겁니다.”

에스피리토 산토는 원래 소규모 생산자가 대부분인 지역이다. 품질 향상에 열심히 힘을 기울이는 일이 행복하고, 이익을 재투자하여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생산자들도 나타나고 있다. 자신의 정제 설비나 기계가 없는 생산자들이 대부분이지만, 자신의 워싱 스테이션을 소유하고 있으며 드라이밀 창고를 건설 중인 루시아노가 그중 한 사람이다.

그들은 어떻게 품질을 높여온 걸까? 셰이드 트리를 활용한 아그로포레스트리(혼농임업※1)을 도입한 것이 그 이유 중 하나다. 보람의 아버지, 스테파노가 2016년부터 슐드미나스의 자사 농장에서 시도하고 성공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에스피리토 산토에도 도입한 것이다.

“우리는 아마 슐드미나스 지역에서 제일 처음 혼농임업을 시도한 농장일 것입니다. 처음에는 주변 사람들이 기이한 눈으로 바라봤지만, 지금 저희가 판매 중인 최고 품질의 로트와 제일 비싼 커피 중 일부는, 그 구획에서 재배한 것입니다.

셰이드트리 유무에 따라 커피 생산의 안정성은 크게 바뀝니다. 2021년, 서리와 물 부족으로 생산량이 30~40% 저하한 다른 생산자와는 대조적으로, 우리는 예년과 변함없는 생산량을 거두었습니다. 에스피리토 산토의 소규모 생산자들도 대다수가 기후 변동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스페셜티 커피의 좋은 점은, 품질과 지속가능성을 떼어놓을 수 없다는 것이겠지요.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한 생산 체제로 이동하면, 절로 품질은 향상되고 자연환경을 지키게 될 것입니다.”

※1: 농장 내에 여러 수목이 심어진 ‘숲’ 같은 곳에서 커피를 재배하는 농법. 키가 큰 나무들은 직사광선에 약한 커피나무에 그늘을 만드는 ‘셰이드트리’가 되어 커피의 품질 향상에 공헌한다. 지구 온난화를 막고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관점에서도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한 유효한 농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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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를 보여주면 주변도 변한다

미국 대학을 졸업한 후, 금융 컨설턴트 업계에서 4년 정도 근무한 보람이 커피 업계를 고른 제일 큰 이유는 ‘가족이 이민을 갔기 때문’이었다.

한국의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버지, 스테파노는 1976년 12살 때 부모님, 4명의 형제와 함께 브라질에 왔다. 이국의 땅에서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의식할 수밖에 없었던 엄 가족에게, 가업의 성공은 가족의 희망 그 자체였다.

그러나, 커피 생산의 역사가 약 300년 이어진 브라질에서는 3~4세대에 걸쳐 농장을 물려주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외부자’가 커피를 생산하고 유통시키려면 뛰어넘어야 할 장벽이 많았다.

브라질 국내 무역 업자들조차도 엄 가족이 생산한 커피를 팔고 싶어 하지 않았다. 지역 컨설턴트에게 고품질 커피의 재배 방법에 대해 조언을 구했더니, 거짓 정보를 알려주었다고 한다. 그 정보가 커머셜 커피의 재배 방법이었다는 것을 심은 다음에야 깨달았다고 한다.

“브라질 같은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곳에 뛰어들어 포지셔닝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과 차이점이 있어야 했습니다. 그러려면 오픈 마인드에 혁신적인 자세가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공급망의 시작에서 끝까지 모두 관여하고 있는 Um Coffee는, 다양한 시점을 번갈아 가며 부감적으로 시장을 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그런 그들이 시장에서 존재감을 나타내는 데 도움이 된 것이 카페 사업이었다. 개점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방문한 요리평론가들이 찬사를 보낸 행운에도 힘입어, 반년도 지나지 않아 상파울루 시내의 최고 랭크 카페로 인정하는 상(Veja Comer e Beber※2)을 수상했으며, 이후, 4년 연속 수상해왔다. ※2 상파울루에서 제일 영향력 있는 잡지가 선정하는 상. 미슐랭 가이드와 같다.

“스테레오 타입이나 편견을 갖지 않고 생활하는 분들이 우리를 지지해주신 덕분에 시장이 우리를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브라질 국내의 바리스타 챔피언이 되기도 해, Um Coffee는 이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현재, Um Coffee와 에스피리토 산토 지역에서 함께 일하는 소규모 생산자는 28팀이다. ‘함께 일하고 싶다’라며 제안하는 지역 생산자들도 늘어나고 있지만, ‘전문성, 품질, 지속가능성에 전력을 다해 협력할 것’이라는 조건을 충족하지 않는 한, 파트너가 될 수 없다.

“많은 농장이 세대교체에 들어선 지금은 브라질 커피 업계의 단경기(역주:경계의 끝이 되는 시기. 철이 바뀌어 햅쌀이 나오는 시기)입니다. 다른 업종에서 뛰어들어 가능성에 도전하는 젊은 기업가들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를 찾아와 조언과 정보를 구하는 젊은 생산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들도 새로운 일을 하고 싶은 것이겠지요.”

커피 업계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 약 10년이 지났다. 외국인이 신용도 실적도 없는 낯선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결과로 나타내는 수밖에 없었다. 스테레오 타입이나 편견을 뛰어넘어, 폐쇄적인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가져온 Um Coffee는 이미 새로운 시대의 스탠다드가 되어가고 있다.

번역: 박현아
글: 나카미치 타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