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커피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은 녹병 덕분이었다
카라나비에서 남동쪽, 차로 45분 거리에 있는 타이피프라야(Taiplaya)지역. 이곳에서 커피 농장을 운영하는 롤란드 마르티네스는, 한때 동부의 중심 도시인 산타크루스의 농협에서 커피 재배 기술 지도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는 2000년경, 32세의 나이로 타이피프라야 지역으로 이주해, 2년 뒤 생산자로서 직접 커피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런 롤란드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품질이 좋은 커피는 과일이나 카카오 맛이 나는 반면, 질이 나쁜 커피는 발효 냄새가 나거나, 마시면 안 될 정도로 맛이 없어요. 좋은 커피는 콜라처럼 중독성이 심한 것 같아요(웃음).」
전문학교에서 공부하고, 커피 재배 기술지도원으로 일한 경험이 있던 만큼, 롤란드가 커피를 대하는 시선은 다른 생산자와는 조금 다르다.
「좋은 커피를 만들기 위해 중요한 것은, 숙성된 커피 체리를 따는 것과, 잘 건조시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식물을 소중히 여기는 일입니다. 즉, 커피 나무의 가지를 자르고, 잡초를 베고, 농원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일이죠.」
컵 오브 엑설런스 4위에 오른 실적도 가지고 있는 롤란드지만, 커피 재배를 시작했을 때부터 그런 마음가짐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15년, 브라질의 커피 품종을 수입하면서 번진 녹병이 원인이 되어, 롤란드 농원의 커피 농작이 모두 망해버린 사건이 계기가 되었다.
커피만 생산하고 있어, 완전히 수입원이 끊겨버린 롤란드는, 가족이 도시 지역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일을 거들며 입에 풀칠을 했다. 커피의 수확이 전혀 없는 한 해를 보내게 된 뒤, 3년가량 시간을 들여 커피 나무를 처음부터 다시 심었다고 한다.
「물론 슬펐지만, 그 덕분에 배우게 된 것도 많았어요. 옛날에는 농장을 내버려 두고, 나무가 된 열매를 그냥 따러 가는, 그런 단순 작업으로 느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녹병을 경험하고 나서 식물을 소중히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생겼어요. 그 결과 할 일은 늘었지만 커피 품질은 눈에 띄게 좋아졌죠.」
생두 바이어에서 생산자로 변신한 지 18년. 그런 곤경을 겪고도 커피에 대한 열기가 식지 않는 것은, 스페셜티 커피 세계에서는 노력이 보상된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볼리비아의 커피 품질이 향상되어, 세계에서 인정받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커피를 만드는 게 꿈이었던 만큼, 죽을 때까지 계속 이 일을 하고 싶어요.」
그런 롤란드에게 주어진 다이렉트 트레이드의 기회는, 커피의 신으로부터 내려온 복음이었는지도 모른다.
「저희가 만든 커피가 바다를 건너 직접 로스터에게 전달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었어요. 자희의 커피를 받은 사람들이 만족해줌으로써, 그 동안의 고생이 모두 보상되는 느낌이 듭니다. 앞으로도 서로 만족감을 제공하는 관계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글 : 나카미치 타츠야
번역 : 박치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