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이 바로 선물이다. 커피에게 배우는 “감사”
커피 시장 내 스페셜티 커피의 점유율이 몇 퍼센트밖에 되지 않으며, 갓 분쇄한 콩으로 커피를 끓여 마시는 문화도 침투되지 않은 루마니아. 이러한 니치한 시장에서 존재감을 나타내는 YUME Coffee Roasters(2014년 창업)는, 손님을 가리지 않는 스탠스로 스페셜티 커피의 매력을 전해왔다.
YUME Coffee의 공동 창업자이자 로스팅과 생두 매입을 담당하는 라즈반에게, 탄자니아와 케냐를 방문한 이번 여행은 첫 생산지 방문 여행이 되었다. 물류 업계에서 이직한지도 벌써 10년이 되었지만, 라즈반은 지금도 계속 커피에 매료되고 있다고 한다. 생산지 여행을 다녀온 그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감사의 마음이 선택을 바꾼다
커피 재배와 정제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책으로 읽고 이해하고 있었지만, 현장에 가서 제 눈으로 직접 보았더니 이해가 깊어졌습니다. 케냐에서는 지금까지 간과한 정보를 보충할 수 있었으며, 토양과 재배 방법이 케냐의 독특한 개성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탄자니아에서는 컵의 깨끗함과 생산 공정의 투명성이 매우 훌륭하다는 점에 놀랐으며, 더 좋은 커피를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맛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생산자와 체리 피커, 품질 관리 팀 사람들에 대해 알게 된 것이 제일 큰 수확이었습니다.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성격으로, 농장 내 각 공정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 앞으로의 야망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해 준 탄자니아 아카시아 힐즈(Acacia Hills Coffee Estate)의 레온(Leon). 비누 등 이물질이 혼입되지 않도록 파치먼트와 체리를 만지기 전에 몇 번이나 손을 씻는 케냐 은젬 커피(Njemu Coffee Estate)의 응야가(Nyaga). 그리고 체리를 3일 간 봉투에 넣어 숙성시키는 정제 방법을 독자적으로 개발한 탄자니아 에델와이즈 농장(Edelweiss Estate)의 닐(Neel)……
귀국한 지금, 손님들이 커피를 마시며 웃고 즐기는 모습을 보면 그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들의 노력의 산물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낍니다. 이것이 이 여행에서 얻게 된 제일 큰 선물입니다.
다만, 생산지를 방문했다고 해서 생두를 매입하는 기준이 바뀐 건 아닙니다. 왜냐하면, 커피를 살지 말지를 정하는 건 손님이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신흥 시장인 루마니아는 국민의 실질 평균 임금이 1달 기준으로 약 850유로=12만 엔(참조: https://www.zf.ro/companii/salariul-mediu-net-a-ajuns-in-ianuarie-2023-la-4-254-lei-cu-15-peste-21695395)이며, 사치할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비즈니스를 존속시키고 시장에서 점유율을 유지해 나가려면 스페셜티 중에서도 저렴한 커피를 취급해야 합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상황이 바뀌려면 한 잔의 커피에 더 많은 대가를 지불할 필요성을 느끼게 해야 합니다. 스페셜티 커피의 재배와 생산에 필요한 노동은 바닐라 다음으로 가혹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방법으로 효과적인 것이 워크샵입니다. 참가자는 커피를 마시면서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커피가 자라는 환경에 대해 알 수 있습니다. 커피 생산에 관련된 사람들이 어떤 인생을 살고 있으며, 어떤 목표를 향해 어떻게 도전하고 있는지… 커피 한 잔 너머의 이야기를 알게 되면 커피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싹 터, 자연스럽게 더 많은 대가를 지불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생산지에 가서 직접 체험할 수 없는 만큼 고객에게 “마음의 여행”을 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솔직히 저는 성실하게 커피의 열정을 전하는 일 밖에 할 수 없습니다. 저의 감각과 지식, 열정, 애정이 많은 사람들에게 뻗어갈 수 있도록 저 자신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이번 여행은 간신히 찾아온 생산지 방문의 기회였지만, 이렇다 할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이 여행을 통해 저 자신에게 일어나는 사건과 변화를 모두 받아들이자는 자세로 루마니아를 떠났습니다.
다만, 그건 이 여행뿐만 아니라 제가 인생을 살아가는 마음가짐이기도 합니다. 저는 평소에도 지금이라는 순간에 집중해 존재하고, 누군가와 이야기할 때는 그 사람만 의식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친구나 함께 일하는 팀 멤버, 가족 그리고 그때그때 만나는 사람들과의 직접적인 관계야말로 인생의 풍요로움을 가르쳐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SNS를 하지 않습니다.
커피에서도 손님과 친구가 맛있다고 말해주는 순간이 바로 최고의 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언제나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평가 그 자체보다도 감상을 들으면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요컨대 저는, 저에게 주어진 인생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 생각과 의식이 싹튼 건 15년 전, 서른이 되기 전에 당한 사고가 계기가 되었습니다. 물류 관련 회사를 경영했던 당시, 일은 돈을 벌기 위한 행위 그 이상이 아니었으며,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사고는 그런 저의 가치관을 근본부터 뒤집었습니다. 모든 순간이 무척 소중하다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사고 이후, 저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선물이 바로 커피였습니다. 열을 가한 콩을 갈아서 뜨거운 물이나 냉수를 붓기만 하면 완성될 정도로 간단한데, 향 성분 속 발향족 화학물만 해도 1,000종류가 넘을 정도로 복잡합니다. 그런 멋진 음료에 열정을 쏟을 수 있는 데다가 돈보다 더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다니 저는 정말 행복한 사람입니다. 매일 아침 집에서 커피를 끓이는 타이밍에 벌써 즐거운 시간이 시작되니까요.
좋든 나쁘든, 인간은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생물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살아있는 것에 대한 감사도 희미해질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특별히 무언가를 의식하는 게 아니며, 의식해야 한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의식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마음 속에서 자연스레 샘솟지 않게 되어버리니까요.
기세 좋게 뻗어나가는 존재는 언젠가는 쇠퇴하고 맙니다. 무언가에 대한 강한 흥미와 감정도 영원히 지속될 수 없으며, 계속 강한 상태로 유지할 수도 없습니다. 저는 그런 점을 인간의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받아들이고, 거스르려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일하며 갈구하지 않아도, 배움을 얻고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는 언제나 눈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번역: 박현아
YUME Coffee Roasters
- [営業時間]
- 8:00 - 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