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이 사람을 움직인다. 장사는 한 가지 형태가 아니다.
다종다양한 푸드 메뉴를 갖춘 오사카의 자가 로스팅 카페, The Coffee Market. 창업자이자 경영자인 후루야 쇼키 씨는, 언제나 고객의 니즈에 맞추어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 그런 후루야 씨에게 탄자니아, 케냐로 떠난 10일간의 여행은 새로운 시점으로 세상을 볼 기회가 되었다고 한다.
예상을 뒤집은 탄자니아
커피 업계에 들어온 지 약 35년. 생산지에 가보고 싶다, 가야만 한다는 생각은 계속 갖고 있었습니다. 커피 일을 하고 있음에도 토양 상태나 정제방법 등 커피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사진이나 동영상으로만 보았으니까요.
사실 상사에서 권하기도 해, 가볼 기회가 몇 번 있었습니다. 다만 예전에는 대부분 저 혼자 로스팅부터 도매, 카페 운영까지 했기에 제대로 쉴 타이밍이 없었습니다.
최근에는 스태프도 늘어났고, 가게와 로스팅을 맡길 수 있는 사람도 나타나 생산지에 갈 기회를 항상 엿보고 있었는데, 그런 와중에 이렇게 큰 기회를 얻게 되어 감사했습니다.
목적지는 탄자니아와 케냐였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케냐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어째서 탄자니아가 이어지는 건지 의아했고, 케냐에 머무는 날짜가 좀 더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이 진심이었습니다. 탄자니아 원두도 오랫동안 취급해왔지만, 케냐가 훨씬 더 낫다는 인식이 있었기에 기대를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배경도 있었기에 탄자니아에서 레온이 운영하는 농장의 커피를 커핑했을 때, 높은 퀄리티에 진심으로 마음이 끌렸습니다. 화려하고 우아한 단맛이 돋보였으며, 갓 수확했을 때 나타나는 네거티브한 요소를 느낄 수도 없었습니다. 커핑한 10종류 모두를 오퍼하고 싶을 정도로 멋진 포텐셜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농장은 정리정돈 되어 있었으며, 레온은 우리의 커핑 코멘트를 진지하게 받아주려 했고, 커피로 마셔선 안 되는 것을 이해시켜 주기도 했습니다. 구석구석에서 그런 상황들을 마주했습니다.
게다가 우리를 세심하게 대접해주어 감동했습니다. 1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세계 각국에 거래처를 가진 레온 입장에서는 우리는 작은 고객이며, 회사 매상에 차지하는 비율로 봐도 매우 적을 겁니다. 그럼에도 우리를 무척 환영해주고, 소중히 여겨 주었습니다. 단순히 일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니라, 함께 먹고 마실 기회를 가지며 유대감이 깊어진 부분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모두가 그렇게 환대를 받았으니 분명 레온의 커피를 열심히 판매하려 할 겁니다. 장사란 그런 거겠지요. 저도 레온과 어울리는 태도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덕분에 타협하지 않고 퀄리티를 높여야겠다는 의식이 예전보다 강해졌습니다.
이 밖에도, 함께 여행한 저보다 12살, 24살쯤 더 어린 로스터들의 열정에 자극을 받았습니다. ‘맛있는 커피를 계속 만들기 위해서라면 생산자에게 얼마든지 협조하겠다.’ 이러한 그들의 태도를 접하니, 지금까지의 제가 부끄러워지기도 했습니다. 사람들과 가까운 곳에서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고,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것밖에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박리다매여도 정말 괜찮을까?
원래 제 사업 방식은 이른바 마켓인 형태였습니다. 생산지와 가격, 맛 등 고객의 니즈에 맞춰 가급적 폭넓은 라인업을 갖추는 방식으로 운영해 왔습니다.
고객분들 중에는 정해진 물건(단골 상품)만 구매하는 분들도 많으니, 안정된 맛을 유지하는 것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가게에서 오래 취급한 탄자니아 원두는, ‘응고롱고로 지역’을 콕 집어 주문할 정도로 친근하게 여기는 팬들도 생겼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방문한 탄자니아의 응고롱고로 자연보호구역 밖에 있는 커피들을 취급해보는 건 어떨지, 고민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레온의 농장은 우연히도 ‘응고롱고로 지역’이었기에 명칭을 변경하지 않으면서도 가게의 원두 퀄리티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앞으로도 지속해서 매입할 수 있으며, 고객들도 더 많이 좋아해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신을 억제하더라도 고객의 욕망을 이뤄주려 하는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은 박리다매입니다. 이번에 여행하며 느낀 건,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구매할 수 있는 형태도 필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상품력이 있으면 고객은 따라온다’라는 프로덕트 아웃적인 사고방식 하에서 우리가 추천하고 싶은 상품의 매력을 전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대량의 원두를 살 것인지, 소량이라도 비싼 원두를 살 것인지. 지금까지는 전자가 더 좋다고 생각해 왔지만, 볼륨 존의 생두를 판매하는 농장이 운영을 지속할 수 없는 상태에 빠져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점점 더 방식을 재고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박리다매에는 저희나 생산자가 이익을 감내해야 하는 측면도 있으니까요.
고작해야 커피, 그래도 커피
이렇게 고민하는 이유는, The Coffee Market이 이젠 저나 스태프만의 가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Coffee Market이 없어지면 곤란하다’라고 생각할 정도로, 고객분들이 우리 가게를 원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가게가 있는) 오사카에서 어디론가 이사해, 온라인으로 배전두를 계속 구매하고 있지만 오사카에 올 때마다 가게에 들러 주시는 분도 계십니다. 그러니 쉽게 쉴 수도 없고, 그만둘 수도 없습니다. 스태프에게도, “고작해야 커피고 찻집의 연장선 같은 존재지만, 사회 공헌도는 크지.”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고객분들이 와주시는 이유는, 우리가 열심히 하는 마음이 그분들께 전해지고 있으며, 우리가 힘내는 모습에 활력과 용기를 얻고 있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저희는 태풍이 오고 폭풍 경보가 울리더라도 가게를 엽니다. 그럴 때도 ‘역시 하는구나’라는 느낌으로 오시는 고객분들이 계시니까요. 물론 고객 수는 적지만, ‘이런 상황에도 일부러 와주셨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더는 무리라고 할 때까지 영업합니다. 장사는 고객을 기쁘게 하는 일입니다. The Coffee Market은 고객분들이 만들어준 가게이니, 앞으로도 고객분들과 함께 성장해 나가고 싶습니다.
다만, 자신을 희생하더라도 손님의 바람을 이뤄주려 하는 점에도 장단점이 있습니다. 서비스 정신이 너무 과도한 나머지, 스태프들이 피곤해지죠.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것을 기분 좋게 느끼는 사람들이 모여 있기도 하네요.
저도 나이를 먹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커피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좀 더 맛있는 커피를 만들고 싶다는 향상심을 레온에게서 느꼈기에 그에게 끌렸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