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두가 아닌 사람으로 선택한다. 커피관을 바꾸게 된 ‘생생한 경험’
대만, 타이베이의 자가 로스팅 카페 Peloso Coffee Roastery. 2010년에 이곳을 창업한 시어와 칸칸은, 공과 사를 함께하는 파트너다. 10년 넘게 커피 업계에서 지내온 두 사람은, 첫 생산지 방문인 탄자니아, 케냐 여행으로 새로운 시야와 가치관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새롭게 자각한 ‘로스터로서의 역할’
시어 “Lab에 참가할 때까지는 일이 바빠서 생산지에 갈 기회가 없었고, 가고 싶은 충분한 동기도 없었습니다.
그 이유로는 몇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대부분의 상사가 비교적 충실히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모처럼 생산지에 간다면 관광 여행처럼 SNS에 아름다운 사진을 올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의미 있는 여행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죠. 그리고 세 번째는, 원두를 구매할 생각이 없다면 가야 할 이유가 특별히 없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생산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커핑이나 기타 접대 등 저희 로스터들을 환영하기 위해 특별한 준비를 할 겁니다. 그런데도 아무것도 사지 않는다면 서로가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쓸 가치가 없죠. 설령 구매한다고 해도 (소규모 로스터인) 우리의 볼륨은 매우 적다는 점에서도 망설여졌습니다.”
칸칸 “다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게 주저할 필요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귀국 후, SNS에 여행에 대해 업로드했더니 전 세계의 커피 생산자들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 중 한 사람인 브라질 생산자에게는 생두 샘플을 받아 구매와 관련해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번 계절에 구매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꼭 저희 농장에 오셔서 생산 공정을 봐 주십시오”라는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우리 로스터를 비롯한 고객들의 농장 견학이 생산자에게는 자신들이 진심으로 이 일에 전념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생산자를 방문할 수는 없지만, 메일이나 SNS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거듭해 나가면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어 “이번에 산지 방문을 통해 로스터로서의 새로운 역할을 자각했습니다. 생두를 판매하는 생산자에게, 일반 소비자는 매우 ‘먼’ 존재입니다. 많은 생산자가 SNS로 정보를 알리려 노력하고 있지만, 일반 소비자와 직접 접점을 갖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현지 방문으로 얻은 정보나 경험담을 저희가 일반 소비자에게 공유하면 그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칸칸 “이전에 저희는 산지나 정제 방법 등의 취급 커피에 관한 정보를 인터넷과 책, 상사 사람들을 통해 얻었습니다. 그렇기에 고객에게 알리거나 설명할 때 불안했으며, 자신감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저희가 방문한 농장의 원두에 대해 더 확신을 갖고 정보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저희의 체험 이야기를 들려드리면 손님들이 감동하기도 합니다.
“확실한 기준”을 알게 되다
시어 “현재 Peloso에서는 스페셜티 커피와 저렴한 커머셜 커피를 둘 다 취급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스페셜티를 오랫동안 취급했음에도 그 정의를 잘 몰랐습니다. 물론 SCA나 Q 그레이더가 기준이 된다는 것은 알았지만요. 하지만 대만에서 판매 중인 스페셜티 커피는 1잔에 100엔이 조금 넘는 것부터 10,000엔이 넘는 것까지 다양한 가격대가 있으며, 품질도 제각각입니다. 마음을 담아 만들면 스페셜티 커피가 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지만, 매우 주관적인 이야기라 저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이번 여행의 최대 수확은 ‘매우 클린하며 풍부한 바디감와 단맛, 섬세한 촉감이 필수’라는 스페셜티의 정의가 명확해진 것입니다. 현지에서 생산자의 재배와 정제 프로세스를 보고 나서 커핑에 참가해보니 스페셜티와 다른 커피의 차이를 명확히 알 수 있었습니다. 생산자나 커피와 직접 관계를 맺음으로써『스페셜티』는 내실 없는 마케팅 용어나 선전 문구가 아닌, 실체가 있는 거라고 믿게 됐다, 라고 말하는 게 적절하겠네요.
귀국 후에는 제가 체험한 스페셜티 커피를 전하기 위해 사내 스태프를 대상으로 한 보고회를 열었습니다. 3시간이나 진행했지만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전하고 싶은 내용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전하고 싶었던 메인 테마는 세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스페셜티 커피를 명확히 정의할 수 있게 된 점. 두 번째는 플레이버에 중점을 두고 커피를 고를 수 있게 된 점이었습니다.
원래 생두를 구매할 때는 정제 방법 등의 정보로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생산지에 가보니 워시드, 내츄럴, 아나에로빅 같은 판단 기준이 꽤 애매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각 농장에 따라 정제 방법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워시드라도 큰 차이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생산지나 정제 방법에 대한 고정 관념과 선입견에 사로잡혀선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고정 관념이라는 점에서, ‘탄자니아 커피는 저렴한 케냐 커피의 대체품’이라고 반쯤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탄자니아와 케냐의 커피는 전혀 다른 플레이버와 개성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후, 저희는 카페 메뉴와 웹사이트, 손님을 위한 설명과 소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업데이트했습니다. 플레이버로 생두를 선택하는 편이 더 본질적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세 번째가 생두를 로트와 종류로 선택하는 게 아닌, 장기적인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생산자인지의 여부로 선택하게 된 점입니다. 예를 들면, 레온은 소규모 생산자를 지원하고 장려하며 탄자니아 커피 업계를 부흥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제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사고방식이라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칸칸 “레온은 3~4시간에 걸쳐 농장을 안내해 주었는데, 어떤 곳이 제일 조건이 좋은지, 각 장소에 어떤 품종을 키우고 있으며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자세히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 날카로운 관찰력과 풍부한 경험에서 오는 시점과 통찰력이 무척 인상적이었죠.”
시어 “레온의 농장에서 생산하는 게이샤는 품질에 비해 가격이 괜찮다고 느꼈는데, 대만 손님들에게는 비싸게 느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탄자니아 커피는 대만에서 아직 지명도가 낮기 때문에 손님들이 받아들이려면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매년 조금씩 취급량을 늘려가고 싶습니다.”
Lab에 참가하고 나서 생긴 제일 크고 중요한 변화는, ‘사람’이라는 기준이 탄생한 것입니다. 장기적인 관계를 쌓는 파트너 생산자들이 매년 균일하지 않은 품질의 생두를 보낸다 하더라도 그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저희는 커피 재배와 생산에 대한 그들의 사고방식을 지지하니까요.”
번역: 박현아
PELOSO COFFEE ROASTERY
- [営業時間]
- 8:00-17:00
Peloso Coffee Roasters 沛洛瑟珈琲店
- [営業時間]
- Sat, Sun: 13:00-21:00、Mon-Fri:11:00-1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