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선택을 바꾼다, 커피로 증가시키는 ‘기쁨의 총합’
대만 타이베이의 로스터리 카페인 N3Cafe. 2013년에 창업한 줄리아 씨는 ‘커피 공급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라는 인식하에 생산자와 생두 무역회사의 담당자, 소비자를 초대하여 커핑 모임을 주최하고 커피에 관하여 폭넓게 이해할 기회를 만들어왔다. 이러한 줄리아 씨에게 단순한 생두 판매에 그치지 않는 생산자와의 교류를 얻게 된 탄자니아ㆍ케냐 여행은 어떤 의미였을까?
소규모 생산자가 관건이다
현지에서 생두를 커핑한 뒤에 가격을 협상해서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지금까지 했던 생산지 방문의 주요 목적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TYPICA Lab은 장기적인 시점으로 생산자와 관계를 구축해가는 의의를 체감하며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여성끼리 운영하는 농원과 장래성이 있는 농원 등 농원 몇 군데를 방문하여 생산자와 교류하고 생산지의 현재 상황을 심층적으로 알 수 있었던 점은 큰 수확입니다. 예를 들어 케냐는 기후 변화에 따른 가뭄과 일손 부족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어 새로운 품종의 커피콩이 더 이상 재배되지 않습니다. 만약 그 커피콩을 유통하여 사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 품종을 부활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면 다르게 받아들여지죠.
귀국 후에 탄자니아의 소규모 생산자인 조지의 커피를 산 이유는, 우선 그가 만든 커피의 품질이 훌륭했고 다른 탄자니아의 커피콩에는 없는 독특한 플레이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이유가 전부는 아닙니다. 다른 농가도 커피 생산에 동참시키고 싶고 커피로 지역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싶다는 그의 비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죠.
애초에 세계적으로 커피의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생산량은 감소 중입니다. 이 흐름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는 조지 같은 소규모 생산자에 대한 지원이 필수입니다.
실제로 조지는 ‘설비를 투자할 돈이 없어서 할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다’라는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수확과 정제는 섬세한 관리가 필요하므로 설비가 정상 기능을 하지 않으면 그 이후의 프로세스와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설비는 커피 생산자에게 생명선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조지에게 핸디캡은 설비뿐이었습니다. 설비만 갖추면 더 좋은 품질의 커피를 더 많이 만들 수 있다고 그는 믿고 있었고 저는 매우 꼼꼼한 그의 일하는 모습을 보고 밝은 미래가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아직 성장할 여지가 있는 가능성의 싹을 간과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그의 커피가 판매되도록 촉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소규모 생산자에게 시선을 돌려서 지원하면 업계에 선순환이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생산자 없이 맛있는 커피는 없다
제가 커피 생산지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이 업계에 들어온 지 5년째가 되는 2012년이었습니다. 그전까지 계속 더 좋은 플레이버를 찾아 추출과 로스팅 기술을 연마해왔는데 어느 날 이보다 더 높은 레벨로 갈 수 없는 ‘성장의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이 벽을 돌파하기 위한 힌트를 찾기 위해 저는 거래하던 무역 회사 분께 많은 질문을 드렸습니다. 제 질문이 끈질겼기 때문에 담당자께서는 곤란하셨을 겁니다. 그분이 브라질 생산자를 방문할 타이밍에 그 여행을 같이 가게 되었죠.
농원에서 생산자와 이야기하며 깨달은 것은 약간의 날씨 변화와 정제에 들어가는 1~2시간의 시차로 인해 생두의 플레이버가 크게 변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같은 품종, 같은 정제 방법으로 만든 커피콩이라고 해도 (생두를 고객에게 수송하는) 마대마다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커피 업계에는 로스팅과 추출 등 각 분야의 경연대회가 있습니다. 그런 자리에서는 그들의 기술이 주목받기 쉽지만, 생산자가 품질 좋은 커피콩을 제공해주지 않으면 챔피언은 될 수 없습니다. 일반적인 점포 운영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좋은 기계와 설비, 기술, 많은 경험이 있어도 생두의 질이 나쁘면 맛있는 커피를 내릴 수 없습니다.
생산자 없이 맛있는 커피는 만들 수 없다는 체감은 대만의 커피 농원을 방문하여 생산자와 커뮤니케이션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커졌습니다. 커피콩은 농산물입니다. 저는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면서 자연과 마주하며 일하는 생산자를 존경합니다.
결정권은 손님에게 있다
현재 N3에서 구매하는 생두의 재배 방법과 생산자의 성품은 거의 모두 파악하고 있습니다. 물론 구매할 때는 무역 회사를 통해서 하는데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으면 생산자에게 메일과 SNS를 통해 연락하여 질문합니다.
2013년부터 SL 품종을 협동 개발 중인 대만의 농원도 그중 하나입니다. 더 좋은 커피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먼저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이죠.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재배 시의 날씨와 기온 등의 데이터를 세부적으로 기록해달라고 합니다. 생산자가 인과관계를 도출하기 쉬워지고 우리도 적절한 로스팅과 추출 방법을 조언할 수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날씨의 영향으로 생두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합시다. 로스팅과 추출로 그 단점을 제거하고 맛있는 커피를 손님에게 제공할 수 있다면 생두 재고를 줄일 수 있겠지요. 생산자의 수입도 늘어나고 푸드 로스도 절감할 수 있습니다. 대만에서는 생산자에게 직접 원두를 구입하는 생산자도 많아서 생산자 본인이 로스팅과 추출에 관해 공부하는 것은 강점이 됩니다.
그중에서도 적극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생산자와 소비자, 무역회사 직원을 초대한 커핑 모임입니다. 생산자 입장에서는 소비자의 반응을 알 수 있고 취향을 알 수 있는 메리트가 있습니다. 한편, 소비자 입장에서는 생산자에게 커피의 배경과 생산 시의 고충에 관하여 직접 물어봄으로써 커피에 관한 애착과 마음이 깊어집니다.
결국에는 아무리 생산자와 로스터가 좋은 커피라고 생각하더라도 손님이 좋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손님은 잘 모르는 생산지의 커피를 마시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손님이 마시지 않으면 로스터도 사려고 하지 않습니다. 좋은 커피를 널리 알리고자 한다면 생산자, 생두 무역회사와 플랫폼, 로스터, 바리스타가 서로 협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거리가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변한다
이렇게 말하는 저는 N3를 창업했을 무렵부터 커핑 모임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우리가 좋다고 생각하는 커피를 손님에게 추천해도 생각보다 마시지 않으셔서 답답한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아무리 그것이 좋은 향기라고 생각해도 손님은 마시려고 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 마음도 이해합니다. 새로운 것을 꺼리는 것은 인간의 특성입니다. 그래서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비용과 에너지를 할애하여 시음을 제공하는 등 시행착오를 반복했습니다.
손님의 선택이 변하지 않는 구체적인 요인은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해보다 깨달은 것은 너무 바빠서 손님이 그 커피를 마시고자 하는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하게 된 것이 커핑 모임이었습니다.
효과는 탁월했습니다. 우리가 열심히 추천하지 않아도 손님이 먼저 ‘○○ 씨(생산자)의 새로운 커피는 없나요?’라고 문의해주셨죠. 손님이 친구를 가게에 데리고 오는 등 우리를 대신하여 널리 알려주시는 일도 많아졌습니다.
창업 초기부터 마음은 변하지 않았지만, 제가 직접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장소를 만드는 방법으로 전환한 뒤로 우리에게도 좋은 영향이 나타났습니다. 손님이 자발적으로 선택해 주시면 우리의 일도 줄고 좋은 생두, 생산자를 찾는 것과 생산자 지원에 더 많은 리소스를 할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장소 조성은 모두가 웃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평소라면 산 위에 있는 농원에서 일하는 생산자에게 소비자는 먼 존재입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교류하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어 둘의 거리가 좁혀진 것이 커핑 모임의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소비자분들이 만족해주시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라는 사실은 생산자와 로스터, 바리스타에게 공통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나 그것이 실현될 수 있는 것은 대만이 커피 생산지이자 소비지이기 때문입니다. 아프리카와 중남미의 생산자와는 그런 연결고리를 간단히 구축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힘이 된 것이 TYPICA의 존재입니다.
이번 Lab 행사에 참가해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생산자에 관한 TYPICA의 열정과 배려, 그리고 생산자가 TYPICA에 보이는 두터운 신뢰입니다. 설령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생산자라고 하더라도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그 열정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N3Cafe
- [営業時間]
- 월〜금 9:00-17:00 토 10:00-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