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ITCH COFFEE & ROASTERS 스즈키 키요카즈

GLITCH COFFEE & ROASTERS

스즈키 키요카즈

생산자와 함께 ‘키우는’ 커피. 잠재력을 믿고 브랜드를 만든다

스페셜티 커피를 제공하는 일본에 있는 GLITCH COFFEE&ROASTERS의 스즈키 키요카즈씨가 볼리비아의 생산자와 교류 01

2015년, 일본의 카페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도쿄, 진보초에서 오픈해 현재는 오사카, 나고야에도 지점을 개설한 GLITCH COFFEE&ROASTERS(이하, 글리치). 생산지와 생산자의 개성을 최대한 살리는 싱글 오리진 하나만을 고집하며 국내외의 커피 팬들을 매료시켰다. 그런 글리치가 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원두 매매와 로스팅을 담당해온 사람이 바로 대표, 스즈키 키요카즈 씨다.

“우리가 좋아하지 않는 커피를 대접하는 것보다, 전혀 입맛에 안 맞는다고 생각하실지라도 100% 좋은 커피라고 확신하는 커피를 대접하는 게 더 행복합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스즈키 씨에게 일주일의 볼리비아 여행은 ‘퀄리티’의 정의를 확장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볼리비아의 커피 농원에서 01

형식을 파괴한 ‘생산지 투어’

그는 지금까지 커피 회사가 주최한 투어로 생산지를 몇 번 방문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생산자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만날 수 있어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일반적인 투어에서는 현지의 수출업자들이 코디네이터가 되어 다양한 일을 설명해주는 것이 중심이 되기 때문에 생산자들과 직접 이야기할 시간은 굉장히 적습니다. 게다가 식중독을 일으키지 않도록 음식도 현지 사람들과 구분하고, 근처 호텔에 묵으며 안전한 방법을 택합니다.

하지만, TYPICA Lab은 전혀 달랐습니다. 현지 사람들이 만든 밥을 먹고, 그들의 집에 머뭅니다. 저는 그다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그들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누군가의 생일을 축하하기도 했습니다. 평소에는 생각할 수 없는 이벤트들뿐이라 충격적이었죠. 저를 비롯한 모두가 어디선가 피로에 시달렸으니까요. 하하.

볼리비아의 커피 농원에서 02

그 밖에도 TYPICA가 일종의 투자 개념으로 생산자들에게 드라이 테이블(건조 선반)과 비닐하우스 등의 설비를 제공하고, 생산자분들이 매상의 일부로 TYPICA에게 대금을 지불하는 굉장한 새로운 방법을 실천하고 있던 점이 신선했습니다. 생산자분들과도 계속 교류할 수 있으니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배경 덕분인지, 생산자분들이 크게 환대해주셨으며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감각을 경험했습니다.

볼리비아의 커피 농원에서 03

프로x프로로 세계 최고를 노린다

이번 방문으로 커피 생산이 정말 힘든 일이라는 것을 새삼스레 느꼈습니다. 기본적으로 (경사면에 있으니) 농장에는 걸어가야만 하고, 1년에 한 번밖에 수확하지 못합니다. 커피 체리를 따는 작업(피킹)에는 방대한 노동력과 끈기가 필요합니다. 현지 분들이 온종일 진행하는 피킹 작업을 체험한 로스터들은 15분 만에 소리를 지를 정도였습니다.

볼리비아의 커피 농원에서 04

귀국 후 2~3달이 지난 지금도 생산자 몇 분과 연락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4Llamas(콰트로 라마)의 앤디가 인상에 남습니다. 굉장히 매니악하고 탐구심이 강하며,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커피를 만들 수 있을지 언제나 생각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이번에 일본에 찾아왔을 때도 실험에 쓸 누룩을 구매해 간 거 같았습니다.

객관적으로 봐도, 앤디는 글리치와 파장이 맞는 느낌입니다. 모두가 “글리츠는 유명하지”라고 말해서 그런 건지, Instagram의 글리치 팔로우가 많다는 걸 알아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앤디 자신이 “이런 기적은 있을 수 없다”라고 생각하는 게 말과 태도로 드러나,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스페셜티 커피를 제공하는 일본에 있는 GLITCH COFFEE&ROASTERS의 스즈키 키요카즈씨가 볼리비아의 생산자와 교류 02

현재 그와는 “볼리비아에 있는 세계 최고봉의 농장을 뛰어넘을 때까지 둘이서 힘내보자. 그들을 뛰어넘어 세계 최고가 될 때까지, 맛없을 때는 솔직하게 말하면서 이상적인 커피를 계속 함께 추구해 나가자”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수확부터 정제, 커핑까지는 앤디가 담당하고, 로스팅부터 추출은 제가 담당합니다. 프로와 프로가 팀을 짜고 더 좋은 커피를 추구해 나가는 건 저와 글리치 모두에게 새로운 도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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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티 커피를 제공하는 일본에 있는 GLITCH COFFEE&ROASTERS의 스즈키 키요카즈씨 01

유명한 농장을 키워나간다

탑 오브 탑의 스페셜티 커피에 포커스를 맞춘 ‘커피 전문점’ 글리치에서는 지금까지 생두의 퀄리티를 중시하며 원두를 매매해왔습니다. 퀄리티로만 선택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그래서 농장과 생산자들에 대해 자세히 조사하지 않았고, 원두가 유명해서 구매하는 경우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여행으로 퀄리티의 정의가 넓어졌다고 해야 할까요? 글리치의 기준을 뛰어넘지 않아도 구매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지금은 비록 85~89점의 생두라도 언젠가 90점 이상이 될 거라는 믿음이 있다면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이미 브랜드화한 유명 농장의 커피는 그냥 내버려 두어도 팔립니다. 루이비통 가방처럼 모두 그 존재를 알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유명한 것보다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를 발굴해, 생산자와 함께 성장시키고 그 결과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는 편이 더 재밌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 가게가 4Llamas를 유명하게 만들었어”라고 언급되면 멋지지 않을까요?

스페셜티 커피를 제공하는 일본에 있는 GLITCH COFFEE&ROASTERS의 스즈키 키요카즈씨 02

아무리 이렇게 말한들, 가게에서 커피를 판매하는 건 제가 아닌 바리스타입니다. 언제나 10종류 남짓의 커피를 준비하는 글리치에서는 각 바리스타들이 원두를 3종류 정도로 추려 고객에게 추천하므로, 그 선택지에 들어가지 못한 원두는 필연적으로 잘 팔리지 않습니다. 그들이 좋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이어지지 않으니, 한 번 더 볼리비아에 갈 기회가 생긴다면 바리스타들도 보내고 싶습니다.

원래부터 싱글 오리진밖에 취급하지 않았던 글리치에서는 생산자들의 마음을 전하는 것을 중요시해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강하게 커피의 매력을 알리고 싶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그건 역시 생산자들의 열정과도 같은, 진심으로 커피를 좋아하는 마음이 전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볼리비아의 커피 농원에서 05

생산자들 중에는 자신이 만든 커피가 맛있다는 말을 들으면 크게 미소 짓는 분들이 계시는 반면, 다른 사람의 커피를 칭찬하면 갑자기 표정이 어두워지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앤디를 비롯해 그분들과 계속 커피 이야기만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 경험상, (커피를 좋아한다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 다른 나라의 생산자들과는 아무래도 돈과 관련된 이야기가 종종 나왔습니다. 돈을 아끼려는 게 아니라, 경영적인 시점도 감안해 합리적인 판단을 하려는 의미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볼리비아의 생산자들은 순수하게 좋은 커피를 키우고 싶다는 마음으로 일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볼리비아에서 잠재력을 느낀 생산자들의 커피를 계속 구매하고 싶으며, 아마 계속 구매하게 될 거 같습니다. 그들의 커피에 무엇이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요.

번역: 박현아